이 식당은 공짜 밥도 판다. 무료급식소냐고? 아니다. 사장이 존재하고 월세를 내는 식당이다. 돈 많은 부자가 자기만족을 위해 퍼주고 있는 건 아니냐고? 아니다. 평범한 엔지니어가 차린 이 식당은 철저한 비즈니스 감각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치기 어린 실험으로 어차피 오래 못 갈 거 아니냐고? 아니다. 이 식당은 2015년 10월 오픈한 이래 공짜 밥을 팔아도 흑자를 낼 수 있게 만들며 아주 잘 운영 중이다. 돈 제대로 받아도 금방 폐업하는 곳이 넘치는 것이 식당이다. 그런데 도대체 이 식당은 … [Read more...] about 이 식당은 50분만 일하면 한 끼가 무료입니다
문화
여행은 마음에 휴가를 주지만,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자존감 상담을 만들기 전 '자기 알기 상담'을 진행했을 때 절 찾아오신, 주로 자존감이 낮았던 분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적인 측면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자신의 장점이나 특성이 '이것이다'라고 정의하기 어려워했다는 점입니다. 정말 장점 및 특성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그들도 자존감이 높은 사람처럼 많은 특성과 장점이 있으나, 기준이 한없이 높아서 그런 특성과 장점을 자신의 것이라고 정의하기를 어려워했습니다. 이게 장점일까요? 남들보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아닌 거 같은데… 자존감이 높은 … [Read more...] about 여행은 마음에 휴가를 주지만,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섹스는 단독자가 될 수 있는 공간이다: 섹스리스에 관한 몇 가지 고찰
낭만의 상징과도 같았던 제시와 셀린느가 〈비포 미드나잇〉에서 섹스리스 부부로 나왔던 것이 오랫동안 기억난다. 여느 '비포 시리즈'처럼 이 영화 역시 둘의 여행을 다룬다. 두 딸을 데리고 그리스로 여행을 떠난 둘은 그곳에서 어느 그리스인 부부를 만나고 서로 여전히 정열적으로 사랑하는, 말하자면 서로에게 정욕을 느끼는 부부의 낯뜨거움 앞에서 다소 어색함을 느끼고 멋쩍어한다. 그들이 '섹스리스'인 것이 명확히 드러나는 건 둘만이 호텔에 간 장면에서다. 그리스 부부는 그들에게 둘만의 시간을 … [Read more...] about 섹스는 단독자가 될 수 있는 공간이다: 섹스리스에 관한 몇 가지 고찰
혜원이 풀어준 여성의 성(性) 억압
아니, 이렇게 비속한 그림을 그리다니! 혜원 신윤복은 조선 시대 대표적인 에로티시즘 화가다. 그는 당시 사회에서 금기시하던 남녀의 밀회, 구애를 서슴없이 그림에 담아냈다. 남성과 양반 중심 사회에서 은폐되어야 했던 여성을 회화의 주체로 전면 등장시켰다. 그의 그림에서 여성은 생기 어린 표정과 행동으로 스스로를 드러내 ‘성욕’의 적극적 주체가 된다. ‘과부’란 그림이 대표적이다. 생식의 계절, 분홍 꽃이 흐드러지게 핀 나무 아래 개 두 마리가 짝짓기하고, 소복 입은 과부는 그것을 보며 피식 … [Read more...] about 혜원이 풀어준 여성의 성(性) 억압
차별과 편견에 대한 일침, 영화 ‘그린 북’
※ 본 글은 IGN 코리아에 실린 글입니다. 보통 해가 바뀌어 1월이 되면 슬슬 아카데미표 영화들을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블록버스터 시즌인 여름 대목이 끝난 후 찬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에 슬슬 미국에서 개봉하는 영화들은 이듬해 열리는 아카데미 상을 노리는 감성 드라마 위주로 편성되곤 한다. 그 영화들은 1~3월에 우리나라를 찾는다. 2018년의 경우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을 비롯해서 〈쓰리 빌보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플로리다 프로젝트〉 〈더 포스트〉 … [Read more...] about 차별과 편견에 대한 일침, 영화 ‘그린 북’
지나치기 쉬운 곳에 숨은 미니정원
비탈의 흙이 거리로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벽을 설치합니다. 물을 흘려보내기 위해 배수관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언덕이나 산이 많은 우리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일상적인 모습이기에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곳을 유심히 관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일본의 사진작가이자 자연 애호가인 사카나쿠도(Sakanakudo)는 벽에 설치된 배수 파이프 속을 주목합니다. 그곳은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흙과 물이 있어 생태계를 이룹니다. 풀이 자라고 곤충과 파충류가 서식하기도 … [Read more...] about 지나치기 쉬운 곳에 숨은 미니정원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 미투 운동의 시대에 발맞춰 달라집니다
※ Los Angeles Times의 「After widespread complaints, Coachella is enacting a new anti-sexual harassment policy. But is it enough?」를 번역한 글입니다. 뮤직 페스티벌은 언제나 탈출과 공동체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나 미투 운동의 시대를 맞이해 무대를 장식하는 아티스트뿐 아니라 축제의 고질병과도 같았던 성추행과 성폭행 문제에도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어집니다. 축제 관람객들이 만연한 … [Read more...] about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 미투 운동의 시대에 발맞춰 달라집니다
‘방송 큐시트’를 10·20대가 그토록 찾은 이유
2018년에서 2019년으로 넘어가던 12월 말. 지상파 방송사가 모두 겪었던 사고가 바로 ‘가요제 큐시트 유출’ 입니다. 방송 프로그램에는 방송 순서와 흐름에 따른 카메라 동선, 마이크, 출연자 정보가 담긴 큐시트가 필요합니다. 스태프와 출연진 모두 이 큐시트를 기준으로 방송을 준비하고 자기 순서에 맞춰 스탠바이를 하죠. 그래서 큐시트에는 한 프로그램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기획서’가 바로 큐시트인셈입니다. 작년 연말, 가요제의 … [Read more...] about ‘방송 큐시트’를 10·20대가 그토록 찾은 이유
나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 신경증과 성격장애의 차이
나 너무 힘들어, 그런데 내가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아 우리가 흔히 '정신질환'이라고 부르는 것은 크게 신경증과 성격장애로 나눌 수 있다. M. 스콧 펙이라는 정신과 의사가 쓴 『아직도 가야 할 길』이라는 책을 들여다보면 이 둘은 모두 책임감에 장애가 있지만, 세상과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상반된다. 신경증인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책임을 감내하려 하고, 성격장애인 사람들은 응당 본인이 져야 할 책임조차 피하려 든다. 그래서 신경증인 사람들은 "꼭 해야 했는데" "마땅히 하는 게 … [Read more...] about 나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 신경증과 성격장애의 차이
‘저녁이 있는 삶’이 주는 것들
저녁을 지켜내는 사람들 저녁 7시 반, 대학가의 작은 카페 앞으로 사람들이 모인다. 대부분 직장이 있는 사람들이다. 일반사무를 담당하는 회사원, 게임회사 기획자, 치과의사, 일러스트레이터, 중고등학교의 교사와 대학교수, 카페 사장도 있다. 모두 각자의 일로 하루를 바쁘게 보내는 사람들이지만 한 달에 두 번 만큼은 이곳 카페로 모인다. 한 달의 반은 함께 정한 책을 읽기도 하고, 또 다른 반 동안은 정해진 분량의 글을 쓴다. 그렇게 모여서는 밤이 늦도록 책에 관해, 또 서로가 쓴 글에 관해 … [Read more...] about ‘저녁이 있는 삶’이 주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