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달팽이처럼 등을 동그랗게 만 채로 티브이를 보던 엄마가 물었다. 뇨끼가 뭐야? 한 예능 프로의 미션으로 주인공 어머니께 음식 대접을 위해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는 중이었다. 출연자들은 뇨끼를 만들기 위해 시장을 돌며 감자와 밀가루를 샀다. 방에서 물먹으러 나왔다가 엄마의 느닷없는 질문 공격에 당황해 심드렁하게 답했다. 뇨끼? 음... 이탈리아 파스타인데 일종의 국물 없는 감자수제비 같은 거야. 감자를 넣은 반죽으로 만든 수제비. 엄마가 묻는 말에 답을 해놓고도 영 개운하지 않았다. … [Read more...] about 엄마가 감자수제비와 뇨끼를 구분하던 날
부모
“많이 못 해줘서 미안해” 왜 부모님은 이런 말을 할까?
엄마가 많이 못 해줘서 미안해 어렸을 때, 어머니가 자주 하시던 말씀이었다. 우리 집은 솔직히 꽤 불행했다. 가정불화가 있었고, 집은 가난했다. 급기야 내가 이제 막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부모님께서는 이혼을 결정하셨다. 어머니와 여동생이 떠나고, 아버지 밑에 남았지만 아버지는 출장으로 바쁘셔서 얼굴을 보기 어려웠다. 혼자 떨어져 있는 내가 유독 안타까우셨나 보다. 어머니는 못 해도 이주일에 한 번은 '엄마 집'에 나를 오도록 했고 1박 2일 동안 내가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것 다 … [Read more...] about “많이 못 해줘서 미안해” 왜 부모님은 이런 말을 할까?
“결혼하면 불륜하고 싶지 않나요?”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결혼을 하면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불륜을 하고 싶지 않나요? 종종 이런 질문을 들을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러고 싶기는커녕, 그와 비슷한 일이라도 일어날까 봐 두려워하는 편에 가깝다. 나에게는 이 가정을 지키는 것에 비하면 다른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나 욕망은 너무나 하찮은 것으로 느껴져서, 오히려 그 하찮은 것이 어떤 식으로든 나의 가장 중요한 것에 영향을 미칠까 두렵다. 아내와 아이랑 만들어온 지난 몇 년간의 시간, 그 속에서 울고 웃고 견뎌낸 수많은 날들, 바다를 보러 떠나고, … [Read more...] about “결혼하면 불륜하고 싶지 않나요?”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이상형은 (거의) 부모님에 의해 결정된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관심이 가고, 사랑을 느끼고, 편안함을 느끼는 데에는 당신의 부모님이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이에 대해서 당신은 알아챌 수도 있고,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외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어떻게 부모님이 당신의 연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봅니다. 행복 재현의 욕구 나는 아빠 같은 사람을 만날 거야! 나는 엄마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경우입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양육자가 정신적으로 … [Read more...] about 당신의 이상형은 (거의) 부모님에 의해 결정된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무한한 우주, 티끌 같은 다정함일지라도
※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멀티버스와 이세계라는 장르가 최근 인기 있는 모티프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영화(콘텐츠) 정말 최고인걸?'라는 느낌을 주는 작품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그나마 '스파이던 뉴 유니버스' 애니메이션 정도일까요? (그마저도 시각적 연출 측면에 한정되지만) 그런데 행운스럽게도, 이토록 멀티버스라는 모티프가 줄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울림을 지닌 영화를 만났습니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 [Read more...] about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무한한 우주, 티끌 같은 다정함일지라도
엄마 제사상에는 무슨 파스타를 올릴까?
파스타의 계절이다. 요즘 파스타에 꽂혀 1일 1 파스타 중이다. 별별 모양과 길이의 파스타면, 각종 소스와 향신료를 사들이느라 바쁘다. 거기에 애호박이나 가지 같은 제철 채소와 새우, 베이컨처럼 부재료 다르게 조합해 매일 다른 파스타를 먹는다. 늦은 아침과 이른 점심 사이, 오늘의 아점 역시 파스타였다. 일단 파스타면을 삶을 물을 담은 냄비를 올리고 물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욕실로 가서 손을 씻었다. 비누 거품으로 손 구석구석을 비비며 냉장고 속에서 대기 중인 채소의 목록을 떠올려 봤다. … [Read more...] about 엄마 제사상에는 무슨 파스타를 올릴까?
“아바라”로 한 뼘 넓어진 아빠의 커피 세계
비가 오던 점심, 온종일 집에 있느라 답답해하던 부모님을 모시고 집 근처 작은 손칼국수 집으로 향했다. 식당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무섭게 쏟아지던 비는 푸짐했던 칼국수가 바닥을 보일 때쯤엔 어느새 잠잠해졌다. 내가 계산을 하는 사이 습관처럼 카운터 앞 커피 자판기의 버튼을 누르려는 아빠를 급하게 말렸다. 요 앞에 카페 새로 생겼던데 거기 가서 커피 마시자. 어디? 코너 돌면 있는 노란 간판? 거기도 새로 카페 생겼어? 거기 있는 건 또 언제 보셨대? 개업과 폐업이 회전목마처럼 빙빙 도는 … [Read more...] about “아바라”로 한 뼘 넓어진 아빠의 커피 세계
나르시시스트 부모 밑에서 자랐다면, 들어왔던 말을 모두 부정하세요
자존감 상담을 하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라나는 과정에서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자존감이 떨어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거의 90% 이상입니다. 보통 부모님이 준 잘못된 가치관을 억지로 자신의 삶에 적용하며 살다가, 그 가치관이 맞지 않아 스스로가 가치 없는 존재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서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이죠.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고 어렵고 안타까운 케이스는 부모님이 나르시시스트인 경우입니다. 오늘은 나르시시스트 부모님의 특징과, 그에 맞서 가져야 할 마인드셋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도록 … [Read more...] about 나르시시스트 부모 밑에서 자랐다면, 들어왔던 말을 모두 부정하세요
생일상: 엄마는 당신의 그런 식사를 원치 않는다
낮잠에서 깼을 때, 미역국 냄새가 났다. 어느 집에서 미역국을 끓이는 모양이었다. 짭조름한 냄새에 식욕이 동했다. 그러나 미역국을 사먹을 데는 없었다. 인스턴트 미역국도 먹을 만했지만 재료를 아끼지 않은 찐한 국물을 들이키며 큼직한 미역을 우걱우걱 씹어 먹던 기억을 충족시켜줄 정도는 아니었다. 입 안에 기록된 그리움이 위장을 긁어댔다. 그날이 생일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생일은 명절만큼 번거롭다. 태어나고 싶었던 적도 없고, 태어나려 선택한 적도 없고, 태어나기 위해 노력한 … [Read more...] about 생일상: 엄마는 당신의 그런 식사를 원치 않는다
엄마는 직업을 ‘주부’라고 썼다
엄마의 직업은 주부가 아니다. 엄마는 식당에서 일했다. 나는 가정통신문에 엄마의 직업을 '식당'이라 썼다. 그걸 본 엄마는 '식당'이라는 단어를 지우개로 지웠다. 대신 그 위에 반듯하게 ‘주부’라고 적었다. 학창 시절, 새 학기 첫 시간에 항상 가정통신문을 나눠줬다. 엄마가 식당을 지운 이후부터 나는 부모님 직업을 쓰는 칸에 아버지는 ‘회사원’, 엄마는 ‘주부’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엄마의 직업만 해도 여러 가지다. 막내 이모에게 들었던 엄마 첫 번째 직업은 봉제공장에서 미싱을 … [Read more...] about 엄마는 직업을 ‘주부’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