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오브 인터레스트 (The Zone of Interest, 2023) 악의 평범성, 그리고 지옥과의 거리 지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동안 아카데미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던 크리스토퍼 놀란이 <오펜하이머>를 통해 드디어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하는 일종의 '대관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화제와 논란이 되는 건 바로 <존 오브 인터레스트>로 장편국제영화상을 수상한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수상소감이다. 유대인 영국감독인 조나단 글레이저가 … [Read more...] about 〈존 오브 인터레스트〉: 악의 평범성, 그리고 지옥과의 거리
〈애스터로이드 시티〉 웨스 앤더슨, 당신은 정말로 영화를 사랑하는구나
경계를 넘어 너에게 닿기를 오래전 마틴 스콜세지 영화를 볼 때 그랬고,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를 볼 때도 그랬다. 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미셸 공드리의 영화를 볼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고, 근래에는 데미언 셔젤의 영화들을 보며 비슷한 생각을 했더랬다. 이 감독은 정말 영화를 사랑하는구나, 진심으로.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영화를 사랑하는 것 같은 감독을 꼽자면 의외로(?) 웨스 앤더슨을 첫 번째로 꼽아야겠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The Grand Budapest Hotel, … [Read more...] about 〈애스터로이드 시티〉 웨스 앤더슨, 당신은 정말로 영화를 사랑하는구나
경로를 이탈할지라도 끝까지 간다 〈파묘〉
※ 영화 〈파묘〉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급적 영화 감상 후 보시길 추천합니다. 파묘 (Exhuma, 2024) 〈검은 사제들 (2015)〉 〈사바하 (2019)〉 등 한국 영화계에서는 흔치 않게 오컬트에 진심인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 평소 그의 전작들을 (아주) 재미있게 보았던 터라 이번 신작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선공개된 예고편과 스틸컷 등은 오컬트를 좋아하는 나 같은 팬들은 물론이고, 일반 대중들도 큰 흥미를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예고편 … [Read more...] about 경로를 이탈할지라도 끝까지 간다 〈파묘〉
영화 〈괴물〉, 외면했던 질문들에 답하다
※ 영화 <괴물>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카모토 유지가 각본을 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괴물 (怪物, MONSTER, 2023)>.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직접 각본을 쓰지 않은 드문 작품이지만 (데뷔작 '환상의 빛 (1995)'을 제외하면 모두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괴물>은 <어느 가족> <브로커> 등 그의 최근작들과 궤를 같이하는 연장선에 있는 동시에, 주로 드라마를 통해 탁월한 각본을 선보였던 … [Read more...] about 영화 〈괴물〉, 외면했던 질문들에 답하다
〈브로커〉, 가족이 되지 못한 이들의 쓸쓸한 여정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 배우들, 한국 스텝들과 함께 만든 한국영화 <브로커 (Broker, 2022)>는 여러 가지 면에서 감독의 전작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만약 감독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고 보았다면 '고레에다 감독 같은 느낌이 나는 한국 감독의 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왜 '브로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전작들과 다른가? 어떤 점이 다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어쩌면 이 영화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 [Read more...] about 〈브로커〉, 가족이 되지 못한 이들의 쓸쓸한 여정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맛을 살리는 호러적 긴장감
※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 2022) MCU의 수많은 캐릭터 (앞으로 새로 나올 캐릭터들까지 생각하면 정말 많다)들 가운데 자연스럽게 선호하는 캐릭터들이 있기 마련인데,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는 닥터 스트레인지다. 코믹스 속 이미지와 설정만으로도 호기심이 있던 캐릭터였는데,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 [Read more...] about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맛을 살리는 호러적 긴장감
〈지-니어스: 카니예〉: 천재 뮤지션의 과거와 현재, 미래
2000년대 초중반은 내 인생에서 음악을 가장 많이 듣던 시절이었다. 본래도 음악을 좋아했지만, 수많은 음반들에 둘러싸인 음반 쇼핑몰에서 일하게 되면서 당시 가장 핫한 음반들을 빠르게 접할 수 있었다. 내가 일하던 곳은 직원의 90% 이상이 나처럼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입사를 한 사람들이라 월급의 절반 이상을 음반 구매로 다시 회사에 환원(?)하는 그런 사람들로 이뤄진 곳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더 장르에 대한 편견도 거리낌도 없어 정말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스펀지처럼 … [Read more...] about 〈지-니어스: 카니예〉: 천재 뮤지션의 과거와 현재, 미래
“비틀즈, 겟 백”: 있는 그대로의 비틀즈를 담다
1970년 발표된 너무나 유명한 비틀즈의 <Let It Be> 앨범은 그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숱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냈다. 대부분은 부정적인 이야기였다. 이 시기 멤버 각각의 음악적, 그리고 개인적 (주로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관계를 둘러싼) 이견들로 대립과 불화가 극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그런 과정 중에 만들어진 Let it be 앨범의 뒷 이야기는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이 앨범은 록 역사상 유일무이한 최고의 밴드로 손꼽히는 비틀즈의 … [Read more...] about “비틀즈, 겟 백”: 있는 그대로의 비틀즈를 담다
디테일보다 스케일로 압도하는 세계관 〈듄〉
다시 만들어져야 하는 영화들이 있다. 특히 원작이 있는 경우가 그런데, 훌륭한 원작에 비해 영화화의 수준이 아쉽거나, 그 세계관을 제대로 표현하기에는 당시의 기술력이 부족해 역시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그렇다. 첫 번째 영화화이긴 했지만 이런 비슷한 아쉬움을 한 번에 극복해낸 작품이라면 J.R.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들 수 있겠다. 원작 소설이 너무나 유명하지만 그 세계가 워낙 방대하고 또 판타지 세계를 제대로 구현해낼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전할 때까지 아무도 섣불리 … [Read more...] about 디테일보다 스케일로 압도하는 세계관 〈듄〉
블랙 위도우, 많이 늦어버린 솔로 영화
〈어벤저스 : 엔드게임 (Avengers: Endgame, 2019)〉 이후 새롭게 시작되는 MCU 페이즈 4의 첫 번째 영화(드라마로는 이미 공개된 '완다 비전' '팔콘과 윈터 솔저' '로키'가 있다) 〈블랙 위도우 (Black Widow, 2021)〉.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제작 스케줄이 연기되거나 변경되면서 새로운 마블 영화를 아주 오랜만에 극장에서 볼 수 있었는데, 그 첫 번째 작품이 블랙 위도우라는 점이 반갑고 또 아쉽다. 어벤저스의 원년 멤버인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히어로 블랙 … [Read more...] about 블랙 위도우, 많이 늦어버린 솔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