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들어져야 하는 영화들이 있다. 특히 원작이 있는 경우가 그런데, 훌륭한 원작에 비해 영화화의 수준이 아쉽거나, 그 세계관을 제대로 표현하기에는 당시의 기술력이 부족해 역시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그렇다. 첫 번째 영화화이긴 했지만 이런 비슷한 아쉬움을 한 번에 극복해낸 작품이라면 J.R.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들 수 있겠다. 원작 소설이 너무나 유명하지만 그 세계가 워낙 방대하고 또 판타지 세계를 제대로 구현해낼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전할 때까지 아무도 섣불리 … [Read more...] about 디테일보다 스케일로 압도하는 세계관 〈듄〉
블랙 위도우, 많이 늦어버린 솔로 영화
〈어벤저스 : 엔드게임 (Avengers: Endgame, 2019)〉 이후 새롭게 시작되는 MCU 페이즈 4의 첫 번째 영화(드라마로는 이미 공개된 '완다 비전' '팔콘과 윈터 솔저' '로키'가 있다) 〈블랙 위도우 (Black Widow, 2021)〉.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제작 스케줄이 연기되거나 변경되면서 새로운 마블 영화를 아주 오랜만에 극장에서 볼 수 있었는데, 그 첫 번째 작품이 블랙 위도우라는 점이 반갑고 또 아쉽다. 어벤저스의 원년 멤버인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히어로 블랙 … [Read more...] about 블랙 위도우, 많이 늦어버린 솔로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 그대로 놔둘 것
나의 문어 선생님 (My Octopus Teacher, 2020) 지난 1년간 '언젠가 봐야지 봐야지'하며 나중으로 미뤄두었던 영화가 한 편 있다 (사실 한 편이 아니지만). 이렇게 한 번 때를 놓치게 되는 영화는 무슨 바람이 불어야만 갑자기 보게 되는데, 최근 그런 바람이 한 번 불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 (My Octopus Teacher, 2020)〉는 일찍이 큰 화제가 됐던 작품이었다. 그러다 최근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하면서 다시 … [Read more...] about 〈나의 문어 선생님〉: 그대로 놔둘 것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이 악물고 밀어붙이는 감정의 힘
새롭게 선보이는 TVA 작품들을 모두 따라가지 못한 지 제법 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래도 화제가 되는 주요 작품들은 재미 여부를 떠나서 일단 몇 화씩은 꼭 챙겨봤었는데, (모든 일이 그렇듯) 한두 작품 놓치고 나니 자연스럽게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최근에는 이누야샤의 속편으로 화제가 된 <반요 야샤히메>를 제외하고는 거의 못 봤던 터였다. 이 작품 <귀멸의 칼날> TVA도 남들보다는 뒤늦게 본 편이다. 극장판이 일본에서 기록적인 흥행을 했다는 소식 때문에 거꾸로 … [Read more...] about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이 악물고 밀어붙이는 감정의 힘
‘보통 날’이 간절한 지금 딱 맞춰 찾아온 위로, 〈소울〉
삶에 관한 지혜를 전하려는 창작 작품들이 종종 선택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이른바 ‘죽었다 살아나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다. 이런저런 연유로 죽음의 목전까지 갔다가 다시 살아난 이야기, 더 나아가 직접적인 죽음을 맞았으나 역시 우리가 아직은 모르는 세계의 힘으로 인해 다시 삶을 얻게 되는 이야기들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사실 매우 단순하다. 삶은 어떤 이유로든 의미 있고 아름답다. 특별한 인생만이 의미 있고 중요한 삶이 아닐뿐더러, 목표를 이루거나 이루지 못하거나에 상관없이 삶은 그 자체로 모두에게 … [Read more...] about ‘보통 날’이 간절한 지금 딱 맞춰 찾아온 위로, 〈소울〉
지금! 안야 테일러 조이! 〈퀸스 갬빗〉
포스터나 시놉시스만으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작품들이 있다. 특히 장르가 특정되거나 특별한 직업군을 그리게 될 때는 이 범주를 더 벗어나기 어렵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퀸스 갬빗(The Queen's Gambit)〉(2020)은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체스 플레이어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체스 플레이어가 주인공이라고 할 때, 그리고 미국의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이전까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일 때, 마지막으로 주인공이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자일 때 예상할 수 있는 … [Read more...] about 지금! 안야 테일러 조이! 〈퀸스 갬빗〉
연대할 수 있는 용기: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에런 소킨이 각본과 연출까지 맡은 넷플릭스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The Trial of the Chicago 7)〉(2020)은 1968년 시카고에서 벌어졌던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 이후 시위 주동자 7명을 두고 열렸던 재판을 바탕으로 한다. 에런 소킨의 이 영화가 다른 일련의 영화들과 조금 다른 점이라면 재판 과정을 중심으로 하지만 단순히 법정 영화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정도로 재판 과정에서 형식적으로 드러나는 극적 요소를 결코 부각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내내 불리하던 … [Read more...] about 연대할 수 있는 용기: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보건교사 안은영〉: 이상한 세상, 멀쩡한 자들을 위해!
'이경미 월드' 몇몇 감독은 본인의 이름을 그대로 딴 '○○ 월드'란 수식어를 가졌다. 물론 모든 감독에게 그런 수식어가 붙는 것은 아니다.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명확히 드러낼 때, 특히 여러 작품을 거듭하면서 그 세계관이 지속되는 걸 확인시켜줄 때 우리는 흔히 감독 이름을 붙여 '누구 월드'라고 부른다. 감독에게 있어 이것이 장점일지 단점일지는 각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나는 이 수식어를 장점으로 붙이곤 한다.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를 연출한 이경미 감독은 … [Read more...] about 〈보건교사 안은영〉: 이상한 세상, 멀쩡한 자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