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발표된 너무나 유명한 비틀즈의 <Let It Be> 앨범은 그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숱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냈다. 대부분은 부정적인 이야기였다.
이 시기 멤버 각각의 음악적, 그리고 개인적 (주로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관계를 둘러싼) 이견들로 대립과 불화가 극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그런 과정 중에 만들어진 Let it be 앨범의 뒷 이야기는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이 앨범은 록 역사상 유일무이한 최고의 밴드로 손꼽히는 비틀즈의 사실상 마지막을 담은 앨범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피터 잭슨이 감독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비틀즈: 겟 백>(2021)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루프탑 공연이 있기까지, “Get Back”이라 일컬어지는 21일간의 시간을 담고 있다.
이 과정은 원래 당시 TV쇼로 기획되었다가 추후 TV쇼가 무산되면서 마이클 린지호그 감독의 영화 <Let it be>로 1970년 개봉하기도 했다.
1.
일단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이야기하기 전에 피터 잭슨이 복원한 이 긴 영상에 대해 말할 필요가 있겠다.
피터 잭슨은 1969년 당시 마이클 린지호그 감독이 촬영한 55시간 이상의 16밀리 원본 영상과 120시간 이상의 오디오 파일을 복원해 6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는데, 우선 그 기술적 성취도가 대단하다. 오래된 16밀리 필름을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통해 복원했는데 대부분의 시청자는 최신 영상들과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놀라운 수준으로 복원되었다.
인터넷에서 동일한 장면이 수록된 70년 작 영화 클립을 본다면 그 어마어마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이즈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인물의 윤곽선이나 디테일이 조금씩 뭉개지는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이건 디테일한 화질 차원에서 분석했을 때의 얘기지, 이 영상 복원의 기술적 완성도는 정말 놀랍다.
영상은 복원해 냈지만, 오디오는 컨디션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를 별도의 오디오 파일을 역시 복원하여 영상과 매치시키는 작업을 통해 이질감 없는 영상을 만들어냈다.
간혹 영상 속 인물의 대사와 싱크가 살짝 맞지 않거나 다른 장면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매우 자연스러운 연출을 통해 원래 그랬던 것처럼 만들어냈다(복원보다는 ‘만들어’ 냈다는 것에 가깝다). 이런 기술적 완성도 덕에 우리는 50년 전 비틀즈의 이야기를 현시점의 이야기처럼 즐길 수 있게 됐다.
2.
다큐멘터리는 총 3부로 되어 있다. 각각 1부 2시간 36분, 2부 2시간 53분, 3부 2시간 18분으로 러닝 타임만 보자면 영화 세 편에 해당하는 긴 분량인데 비틀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그리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21일간의 연습 및 대화 과정 가운데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 중 하나는 비틀즈의 명곡들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마법 같은 음악적 순간.
폴 메카트니가 아이디어 정도로 시작한 리프가 오랜 시간도 아니고 계속 반복 연주하는 중간에 어떻게 완성도 있는 곡으로 발전하는지 그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Let it be> 앨범에 수록된 수많은 명곡이 아이디어 단계일 땐 어떤 모습이었는지, 또 어떤 과정을 통해 점차 우리에게 익숙한 버전으로 발전하는지 그 순간을 지켜볼 수 있는 건 정말 무엇보다 값진 일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당시 비틀즈에 대해서는 멤버들 간의 불화가 극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한 달이 조금 안 되는 연습 과정 속 비틀즈의 모습은 그것과는 조금 상반된 모습이었다. 물론 중간에 조지 해리슨 같은 경우 팀 탈퇴를 선언하는 갈등이 있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이 전체 과정을 보면 대중들이 생각하는(오해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멤버들 간의 신뢰가 깊이 깔려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3.
마지막으로, 나는 본래 비틀즈 보다도 존 레논을 더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는 적어도 이 다큐멘터리에 한해서는, 폴 메카트니가 더 좋아졌다. 이 시기는 비틀즈 내에서 폴의 장악력이 가장 강한 시기였는데, 여러 가지로 난제들이 쌓여 있던 프로젝트를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 그의 노력이 가장 돋보였기 때문이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뒤로 오랜만에 <Let it be> 앨범을 귀 쫑긋 정성껏 다시 반복하는 중이다. 이미 셀 수 없이 들었던 이 앨범의 곡들이 모두 새롭게 느껴진다. 녹음하던 당시의 표정, 감정, 이야기를 알게 된 뒤 다시 듣는 비틀즈의 이 앨범은 완전히 새로운 음악이 됐다.
원문: 아쉬타카의 브런치
함께 보면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