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멀티버스와 이세계라는 장르가 최근 인기 있는 모티프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영화(콘텐츠) 정말 최고인걸?'라는 느낌을 주는 작품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그나마 '스파이던 뉴 유니버스' 애니메이션 정도일까요? (그마저도 시각적 연출 측면에 한정되지만) 그런데 행운스럽게도, 이토록 멀티버스라는 모티프가 줄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울림을 지닌 영화를 만났습니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 [Read more...] about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무한한 우주, 티끌 같은 다정함일지라도
영화
슬램덩크가 사랑받는 이유 : 성공 서사가 아닌 ‘치유 서사’의 힘
※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고 나니, 많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오랫동안 슬램덩크를 사랑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 이유는 슬램덩크가 단순히 성공 서사가 아니라 치유 서사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어서 아닌가 싶다. 언뜻 보면 우승, 승리, 성공을 목표로 하는 전형적인 성공 서사 같지만 인물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성공보다는 개개인의 치유에 관한 이야기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 슬램덩크에서 가장 … [Read more...] about 슬램덩크가 사랑받는 이유 : 성공 서사가 아닌 ‘치유 서사’의 힘
영화 〈팔도기생〉, 당대를 풍미한 톱 배우를 한자리에서 만나다
영화 〈팔도기생〉은 1968년 제작된 영화로, 1960년대 후반에 유행했던 팔도 시리즈 중 하나다. 팔도 시리즈는 대체로 전국 각 도에서 모인 출중한 인물들이 서울 출신의 주인공을 맏형으로 연대하여 공동의 적과 싸우거나,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는 포맷으로 되어 있다. 〈팔도기생〉은 주인공 박효천(김진규 분)이 각 지방의 명기(名妓)들을 한 명씩 만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팔도 기생들 간의 횡적인 연대는 보이지 않는다. 줄거리 흥선대원군은 풍류남아 … [Read more...] about 영화 〈팔도기생〉, 당대를 풍미한 톱 배우를 한자리에서 만나다
격동의 역사를 바꾸고 싶었던 회한의 위령제 〈헌트〉
※ 영화 〈헌트〉와 〈날씨의 아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정재 배우의 감독 출사표인 <헌트>는 개봉 직후 여름에 개봉한 <외계+인>, <비상선언> 등 여타 한국 영화들과 비교해 가장 호평을 받고 있다. 이정재 '감독'으로 처음 대중에게 모습을 보이는 만큼 기대 자체가 높지 않았던 것이 호평의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영화의 완성도도 기대 이상으로 높았다. 하지만 단순히 완성도만 높았다면 첩보 액션 장르라는 점에서 <헌트>는 볼만한 … [Read more...] about 격동의 역사를 바꾸고 싶었던 회한의 위령제 〈헌트〉
〈브로커〉, 가족이 되지 못한 이들의 쓸쓸한 여정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 배우들, 한국 스텝들과 함께 만든 한국영화 <브로커 (Broker, 2022)>는 여러 가지 면에서 감독의 전작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만약 감독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고 보았다면 '고레에다 감독 같은 느낌이 나는 한국 감독의 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왜 '브로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전작들과 다른가? 어떤 점이 다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어쩌면 이 영화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 [Read more...] about 〈브로커〉, 가족이 되지 못한 이들의 쓸쓸한 여정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맛을 살리는 호러적 긴장감
※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 2022) MCU의 수많은 캐릭터 (앞으로 새로 나올 캐릭터들까지 생각하면 정말 많다)들 가운데 자연스럽게 선호하는 캐릭터들이 있기 마련인데,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는 닥터 스트레인지다. 코믹스 속 이미지와 설정만으로도 호기심이 있던 캐릭터였는데,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 [Read more...] about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맛을 살리는 호러적 긴장감
이것은 연애 이야기예요: 어느 재일한국인의 이야기 〈GO〉
※ 이 글은 〈GO〉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나의 연애 이야기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어를 모국어로 배웠고 외모도 일본인 같아 보이지만, 국적은 일본이 아닌 재일조선인이자 재일한국인에 관한 이야기. 〈GO〉는 고등학생 스기하라의 선언으로 시작한다. 이건 본인의 연애 이야기라고. 재일조선인 스기하라는 조총련계 학교에서 주체사상과 노동 혁명의 역사 같은 북한식 교육을 받는다. 조선인 학교는 굉장히 폭력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조선어가 아닌 일본어를 … [Read more...] about 이것은 연애 이야기예요: 어느 재일한국인의 이야기 〈GO〉
〈지-니어스: 카니예〉: 천재 뮤지션의 과거와 현재, 미래
2000년대 초중반은 내 인생에서 음악을 가장 많이 듣던 시절이었다. 본래도 음악을 좋아했지만, 수많은 음반들에 둘러싸인 음반 쇼핑몰에서 일하게 되면서 당시 가장 핫한 음반들을 빠르게 접할 수 있었다. 내가 일하던 곳은 직원의 90% 이상이 나처럼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입사를 한 사람들이라 월급의 절반 이상을 음반 구매로 다시 회사에 환원(?)하는 그런 사람들로 이뤄진 곳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더 장르에 대한 편견도 거리낌도 없어 정말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스펀지처럼 … [Read more...] about 〈지-니어스: 카니예〉: 천재 뮤지션의 과거와 현재, 미래
인생은 미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영화 “머니볼”
인생은 늘 불공평한 듯 보인다. 가진 자들과 덜 가진 자들의 경쟁이고 전쟁터이니 말이다. 머니볼에서도 그러한 모습은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브래드 피트)은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구단을 이끌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쓸만한 선수들은 모두 타 구단에서 빼앗아갔다. 그들의 자리를 대체해야 할 선수를 구해야 하지만 문제는 돈이다. 단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야구를 해보려 한다. 하지만 이는 기존 메이저 야구 방식이 아니다. 선수들의 출루율 데이터를 … [Read more...] about 인생은 미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영화 “머니볼”
소년 독립운동가에서 시대의 영화인까지, 나운규의 삶
1902년 함경북도에서 태어난 나운규는 식민지 백성의 고난을 겪으며 성장했습니다. 1912년 회령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신흥학교 고등과로 진학했으며, 1918년에는 만주 간도에 있는 명동중학에 들어갔지만 일제의 탄압으로 학교가 폐교되며 1년여 동안 북간도와 만주지방을 유랑하게 됩니다. 이때 독립군단체와 관련을 맺으며 10대 소년 시절부터 독립운동에 참여했고, 한때는 북간도와 러시아 연해주 일대로 피신하기도 했는데요. ‘청회선터널폭파미수사건’의 용의자로 잡혀 감옥에서 1년 6개월의 형을 살기도 … [Read more...] about 소년 독립운동가에서 시대의 영화인까지, 나운규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