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모두가 성장하는 드라마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5)〉은 정말 신선한 설정이었다. 머릿속 감정들이 캐릭터화되어 전개되는 설정은 ‘왜 이전에 이런 이야기가 없었을까?’ 싶을 정도로(물론 눈에 불을 켜고 찾다 보면 나오겠지만) 한편으론 단순하지만, 그래서 더 신선한 설정이었다. 처음 〈토이 스토리〉를 보았을 때 그랬던 것처럼(이 시리즈는 여러 면에서 ‘토이 스토리’와 닮아있다) 1편을 보고 나서는 이 이상 더 (재미있는) 속편이 있을까? 싶었는데, 〈인사이드 아웃 2〉는 적어도 전편에 비해 또 한 번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에 성공했다. 마치 극 중 라일리가 사춘기를 겪으며 또 성큼 성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부모가 되고 나서부터는 이야기를 보는 시점이 그 이전과는 전혀 달라지기도 한다.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나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아, 감독이 어린 자녀가 있는데 자신의 일 때문에 별생각 없이 먼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나중에야 이사를 온 것이 자녀에게 큰 영향을(혹은 상처를) 주었겠구나 싶어 미안함에 자녀의 마음을 깊이 헤아려 보려 한 노력의 결과였구나’ 하는 것이었다. 〈인사이드 아웃 2〉 역시 자연스럽게 같은 시각으로 보게 됐다.
속편은 라일리가 사춘기를 맞아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중 가장 비중이 큰 감정은 ‘불안이’인데, 이 ‘불안이’를 그리는 방식이 정말 탁월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기존 기쁨이, 슬픔이 등의 감정(캐릭터)들이 주인공이자 일종의 우리 편 같은 포지션을 갖게 되고, 새롭게 등장한 감정들이 일종의 악당 역할을 맡곤 한다. 이 작품도 얼핏 보면 그런 대립 형태로 가는 듯한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대립의 구도가 아니다. 불안이의 행동들이 사실은 다 잘해보려고 노력한 결과였다는 걸 알 수 있다. 잘해보려는 말과 행동들이 의도와 다르게 타인에게 잘 전달되지 않거나, 심지어 스스로에게조차 확신이 들지 않는 사춘기 시절의 묘사가 불안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압축적으로 전달된다.
다시 부모의 시점으로 돌아와 보자. 〈인사이드 아웃 2〉는 결국 부모가 모든 걸 해줄 수는 없으며, 아이가 스스로 커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깨달음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사실 이걸 모르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능하면 모든 위험을 미리 차단해 주고, 좋은 것들만 보고 경험하게 해주고 싶기 마련이다. 모든 불안과 걱정에서 자유롭도록 도와주고 싶다. 그래서 ‘모든 걸 해줄 순 없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 부분은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의 사춘기라는 건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부모가 자녀를 또 한 걸음 멀리 떠나보내며 (원치 않는) 성장을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머리로는 알지만 벌써부터 가슴 한 켠이 아려오는,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는 성장 드라마였다.
원문: 아쉬타카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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