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들어져야 하는 영화들이 있다. 특히 원작이 있는 경우가 그런데, 훌륭한 원작에 비해 영화화의 수준이 아쉽거나, 그 세계관을 제대로 표현하기에는 당시의 기술력이 부족해 역시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가 그렇다.
첫 번째 영화화이긴 했지만 이런 비슷한 아쉬움을 한 번에 극복해낸 작품이라면 J.R.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들 수 있겠다. 원작 소설이 너무나 유명하지만 그 세계가 워낙 방대하고 또 판타지 세계를 제대로 구현해낼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전할 때까지 아무도 섣불리 건들지 못했는데, 피터 잭슨이라는 창작자를 만나 완벽하게 영화 〈반지의 제왕〉(2001–2003)으로 구현됐다.
프랭크 허버트의 전설의 SF 걸작 소설 『듄(Dune)』은 앞서 언급한 이유를 비롯해 섣불리 영화화하기 힘든 작품이었다. 1984년 데이비드 린치에 의해 영화화되어 현재까지도 많은 영화 팬 사이에서 주목(?)받았으나, 린치의 〈듄〉이 원작을 제대로 구현해 냈다고 보기에는 적어도 현재로서는 어렵다. 그건 최근 개봉한 드니 빌뇌브의 〈듄〉(2021)을 보고서 더 확신하게 됐다.
SF영화나 판타지 영화에 있어 컴퓨터 그래픽이나 특수 효과 등의 기술력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기술력과 자본의 한계를 아이디어로 극복해 내는 작품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다른 장르에 비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공간, 세계, 캐릭터, 무기, 의상, 이동수단 등을 어설프지 않게 진짜처럼 스크린에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소재를 담은 SF영화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캐릭터의 행동이 공감을 얻기 조금 부족하거나, 이야기의 전개가 조금 자연스럽지 못하거나, 논리적인 비약이 있다고 해도 관객이 그 세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기술력이 뒷받침된다면 앞선 많은 부족함을 충분히 상쇄한다.
드니 빌뇌브의 〈듄〉은 그런 점에서 탁월한 영화다. 생각보다는 친절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처음 접하는 관객이 이 세계관을 다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낄 만한 미지의 세계를 묘사함에 있어 정보와 논리의 디테일에 집중하기보다는 이미지와 음악으로 대변되는 스케일을 우선한다. 특히 이 이야기가 디테일의 차이만 있을 뿐 아주 새로운 구조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에서, 드니 빌뇌브는 더 과감하게 이 세계의 스케일을 더 영화적으로 묘사하는데 몰두한다.
관객에 따라 ‘너무 과장되고 내용은 별것 없다’고 말할 수도 있는데, 그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바로 그 과장된 스케일 자체가 알맹이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 파트 1은 그렇다. 세계관의 묘사가 중요한 영화에서 특히 파트 1은 많은 것을 포기하더라도 그 세계관을 관객이 믿고 빠져들게끔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능인데, 〈듄〉은 포인트가 되는 캐릭터들과 장면(배경)들이 깊이 각인되었을 정도로 이미지 전달이 탁월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파트 1을 시작했을 경우 더 중요한 건 파트 2라고 할 수 있다(다행히 최근 파트 2 제작이 확정됐다). 속편에서 이 매력적인 세계관에 어떤 진짜 이야기를 (어떻게) 담아내는가에 따라 결국엔 전편의 평가마저 갈릴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드니 빌뇌브의 이 비전에서 아주 중요한 이미지 중 하나는 폴 아트레이드를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다. 그 자체로 이미지가 되는 티모시의 얼굴과 실루엣은 메시지보다 이미지와 스케일이 강조되는 이 영화에서 필수적이고 가장 중요한 이미지다. 아마 이 이미지는 갈등이 중심이 되는 파트 2에서는 더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역시 한스 짐머의 음악이다. 작정하고 만든 한스 짐머의 음악은 그래서 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적어도 이 영화엔 딱 맞는 옷이다.
원문: 아쉬타카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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