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ther Inglis-Arkell의 ‘9 Great Science Fiction Books For People Who Don’t Like Science Fiction’을 번역한 글입니다.
과학소설(SF) 따위는 읽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죠. 하지만 SF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이제는 이런 사람들에게도 권할 수 있는 SF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여기, 9권의 소설을 추천합니다.
9. 메리 도리아 러셀의 『스패로(The Sparrow)』
이 이야기는 아주 얇은 SF의 외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새로운 행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이 있고 외계인들이 등장합니다. 미래의 용어를 사용하는 미래의 직업들이 나옵니다. 그러나 메리 도리아 러셀은 대체 역사물을 전문적으로 써온 작가입니다. 러셀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미래의 과학이나 기술에 대해 따로 설명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헨리 제임스가 독자들에게 전화기의 작동 원리에 관해 설명했을까요? 이 책에서 주인공은 그냥 자기 메시지를 확인합니다.
1980년대였다면 자동응답기를 확인했을 테고 오늘날에는 아이폰을 보는 거죠. 중요한 것은 그 주인공도 구체적인 기술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저 자기한테 어떤 메시지가 와 있는지 보는 거죠!
이 책은 좋은 소설을 쓰는 작가는 새로운 행성의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주제로도 좋은 소설을 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8. 차이나 미에빌의 『도시와 도시(The City and the City)』
이 책에는 장단점이 모두 있습니다. 장점은 이 책을 손에 든 이는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전까지는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할 거라는 점이죠. 그리고 차이나 미에빌은 독자들이 책의 내용을 알게 될 때쯤이면, 그 책을 끝까지 읽지 않고서는 못 배기게 만드는 실력의 소유자입니다.
단점은 이 책을 권할 때 당신 역시 이 책이 무슨 내용인지 말할 수 없다는 겁니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누구도 이 책이 무슨 내용인지 말할 수 없을 겁니다. 그저 “이건 SF는 아니야”라고 말하며 권할 수밖에요.
7. 새라 홀의 『북방의 딸(Daughters of the North)』
이 이야기는 마가렛 앳우드의 『시녀 이야기』에서 SF적 요소를 뺀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억압적인 사회를 그저 배경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억압적인 사회를 바꾸려 했을 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줍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세계에서 여성들은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 책은 사람들에게 진정 저항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 저항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묻고 있습니다.
6.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의 『명예의 조각들(Shards of Honor)』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는 “보르코시버스”라는 우주를 만들어낸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보르코시건 시리즈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SF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시리즈를 읽으려 하지 않겠죠. 『명예의 조각들』은 보르코시건의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5. 카주오 이시구로의 『네버 렛 미 고(Never Let Me Go)』
이 책은 분명 SF지만 이 책이 감동적인 이유는 SF 때문이라서가 아니라 바로 줄거리 때문입니다. 이 책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사람들과 이를 바꾸려 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그런 끔찍한 현실을 그저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으로써 조용히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4. 오드리 니페네거의 『시간 여행자의 아내(The Time Traveler’s Wife)』
2000년대 중반에 이 책은 모든 공항의 서점에 깔릴 정도로 인기를 얻었었습니다. 바로 그 점이 이 책이 SF 이상의 무엇을 전달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죠. 이 책의 여자 주인공은 시간 여행을 하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게 됩니다. 문제는 그 남자가 자신의 시간 여행을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이지요. 2009년 만들어진 영화는 책의 몇몇 부분을 잘 살리지 못했지만, 이 책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3. 커트 보네거트의 『제5 도살장(Slaughterhouse-Five)』
이 책은 자서전이면서, 우화이면서, 전쟁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시간 여행이 나오고 외계인도 나오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커트 보네거트의 책을 정확히 분류하기 어려워하지요. 물론 그들 잘못은 아닙니다. 보네거트는 원인과 결과라는 개념을 가지지 않은 외계인을 등장시켜 전쟁에서 병사들이 느끼는 무기력함을 전달합니다. 이를 통해 전쟁은 더 생생하게 전달되며 이 소설이 SF라는 사실을 모든 독자가 어느새 잊게 됩니다.
2. 로렌 뷰키스의 『샤이닝 걸즈(The Shining Girls)』
SF를 굳이 분류하자면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겁니다. 우주선, 기술, 시간 여행 등에 초점을 맞춘 소설과 이 요소들을 그저 줄거리를 강렬하게 만들기 위한 부속품으로만 사용하는 소설로요. 그리고 이 두 번째 그룹에 속하는 수많은 SF가 있지요. 샤이닝 걸즈는 범죄 스릴러에 속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시간 여행이라는 능력이 잘못된 주인을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지요. 이 책을 다 읽은 사람에게 그녀의 작품이 또 있다고 말하면 환해지는 표정을 볼 수 있을 겁니다.
1. 더글라스 아담스의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 사무소(Dirk Gently’s Holistic Detective Agency)』
사실 더글라스 아담스의 모든 책이 이 목록에 오를 수 있을 겁니다. 아담스의 책은 당신이 배꼽을 잡게 만들 유머와 ‘스쿼너셀러스 제타’나 ‘트랄의 굶주린 버그블라터 야수’ 같은 SF적 이름에 관료주의, 정치, 시, 음악에 대한 철학적 소품들이 곁들여져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 사무소』는 이 목록에 가장 적합한 작품일 겁니다.
첫 1/3 동안 그는 자신이 가장 잘 풀어내는 내용인, 괴짜 영국인들과 그들이 마주치는 황당한 상황을 묘사합니다.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독자들은 이들이 시간 여행자와 로봇들이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물론 그때는 책을 덮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이들은 더글라스 아담스의 다른 책을 읽으려 할 겁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