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면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불륜을 하고 싶지 않나요?
종종 이런 질문을 들을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러고 싶기는커녕, 그와 비슷한 일이라도 일어날까 봐 두려워하는 편에 가깝다. 나에게는 이 가정을 지키는 것에 비하면 다른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나 욕망은 너무나 하찮은 것으로 느껴져서, 오히려 그 하찮은 것이 어떤 식으로든 나의 가장 중요한 것에 영향을 미칠까 두렵다.
아내와 아이랑 만들어온 지난 몇 년간의 시간, 그 속에서 울고 웃고 견뎌낸 수많은 날들, 바다를 보러 떠나고, 서로의 마음을 챙기고, 때론 미워했다가도 화해하며 서로의 소중함을 확인했던 그 모든 날들보다 더 소중한 걸 상상하기 어렵다. 오히려 어떤 오해 같은 것이 내가 이토록 소중히 여기는 걸 망가뜨린다면, 그 후회를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세상에는 성적인 욕망이나 호기심 같은 걸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나는 서로가 신뢰와 애정으로 오랫동안 쌓아 나가는 관계, 지속으로부터 얻는 안정감, 서로를 위로하고 지켜줄 수 있는 이해심 같은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런 건,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나’라는 존재는 결국 내가 쌓아온 시간과 다름없기도 하다. 나는 이 관계를 지키기 위해 살아왔고, 그것이 나이며, 그것이 나의 삶이기도 하다. 또 그건 우리이기도 해서, 내가 나에게, 너에게, 우리에게 그런 심대한 상처를 주는 일은 도무지 할 수가 없다고 느낀다.
내가 무엇 때문에 그토록 내게 소중한 아내와 아이에게 원망받는 행위를 해야 할까? 무엇이 그리 대단해서? 무슨 엄청난 걸 얻기 위해?
말하자면, 나는 ‘그런 걸 하고 싶은’ 사람들 자체를 멀리하고, 아예 그들과 무관하게 살아가고 싶은 쪽에 가깝다. ‘그런 걸 중시하는’ 사람들과 다른 세계와 가치관에 살길 바란다.
나는 함께 쌓아온 시간이 더 소중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애정으로 쌓아온 관계의 신뢰를 중시하는 사람들, 함께한 세월 속에 담긴 추억이나 기억을 너무도 귀중히 여겨 그것을 잃는 걸 너무도 두려워하는 사람들, 그래서 지금 내게 주어진 관계를 무엇보다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과 가치를 교류하고 싶다.
나도 가족과의 관계를 결코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잘 해내고 싶은 건 이 관계다. 내가 원하는 건 우리가 쌓은 추억을 잃지 않는 것이다. 내가 바라는 건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나에 대해 가진 신뢰를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다. 내가 지키고 싶은 건 우리가 살기로 한 이 삶에 대한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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