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사람을 보면, 정말 딱 느낌이 오나요?
결혼을 하지 않은 청년들이 늘 묻는 질문이다. 나는 매번 조금씩 다르게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한데, 이번에는 이런 대답을 했다.
내가 만나볼 수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에만 해도 수백만 명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사람들을 다 만나보고 그중 누가 제일 나랑 맞는지, 결혼할 만한지 고르는 건 불가능하다. 결혼은 오히려 그 모든 가능성들을 과감하게 버리는 일 같다.
상대방이 얼마나 특별한지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나의 마음도 중요했던 것 같다. 이제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는 일 같은 건 그만하고 싶다, 안착하고 싶다, 안정적인 관계를 아주 오랫동안 만들어가고 싶다 등등의 마음이 차올라 있을 때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여러모로 매력적이었고, 우리는 유머 코드나 대화가 잘 맞았다. 하지만 못지않게 중요했던 건 이제 저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가능성들을 그만 버리는 것이었다. 그만하자, 그리고 이제 머물자.
“이 사람과 결혼해도 될까?”라는 질문은 대부분 “이 사람보다 더 좋은 사람이 있으면 어떡하지?”와 이어진다. 그런데 모르면 몰라도, 이 사람보다 더 좋은 사람은 이 지구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만 해도 만나볼 수 있는 나이대의 이성들만 수백만 명 있을 것이다. 그중에 이 사람보다 나랑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지 어떻게 알겠는가?
그런데 그 가능성 때문에 그 사람들을 다 만나볼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세상의 그 무엇도 그런 식으로 선택할 수는 없다. 이번 주말 볼 영화를 고르기 위해 넷플릭스나 IPTV 전체를 다 뒤져볼 수는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나와 정말 어울리는 나의 꿈, 나의 직업, 나의 일을 알기 위해 모든 걸 다해볼 수는 없다. 피아노도 쳐보고, 수영도 해보고, 글도 써보고, 그림도 그려보는 것까지는 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농구, 스케이트, 기타, 바이올린, 물리학 공부, 한문학 공부, 무엇이 되었든 세상의 그 모든 걸 다 해보고 선택할 수는 없다. 그저 어느 순간, 눈 딱 감고 선택하는 것이 삶이 된다.
결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이 세상 수백만 또는 수천만 선택지 중에 최고의 선택지를 고른다는 그런 발상으로 짝을 고르는 것이 아니다. 그건 불가능하다. 오히려 내 삶의 어느 길목에서 하필 만난 사람이 그 사람이고, 나도 그럴 마음이 되어 있고, 상대도 그럴 마음이 되어 있는 어느 순간에 결정된다. 다른 선택지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그 어느 순간에 삶을 결정한다.
그리고 살아보는 것이다. 그 마음을 믿고 조율하며 나아가는 이 길을 최대한 사랑해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가 서로에게 어울리는 삶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세상 모든 것들이 헤아릴 수 없이 늘어서 있는 가운데, 나에게 가장 알맞은 하나를 고르도록 끊임없이 요구하는 시대다. 사랑도, 인생도 모두 그런 선택의 법칙을 따르도록 점점 더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고유한 삶을 만들어가려면 선택지라는 환상과 싸워야 한다. 삶이란 선택한 뒤 펼쳐지는 것이다.최고의 선택을 하는 게 아니라, 선택 이후 최선의 삶을 살고자 애쓰는 것이다.
원문: 정지우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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