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새벽 5시 알람이 울리면 눈을 뜬다. 비몽사몽 상태로 불을 켜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사이 빠르게 욕실로 향한다. 씻고 나와 물 한 잔을 마신 후 화장품을 바른다. 화장품이 피부에 스며들기를 기다리며 머리를 말린다. 물기가 사라지면, 간단하게 옷을 챙겨 입고 나와 밥을 차린다. 상을 차리며 도시락도 싼다. 밥을 먹고, 이를 닦은 후 겉옷을 챙겨 입는다. 현관으로 나가기 전, 텀블러와 고단백 두유를 챙겨 가방에 넣는 시간은 6시. 10여 분을 걸어 전철역에 도착하면 … [Read more...] about 루틴, 생각 많은 사람이 생각을 없애는 방법
공 점유율이 높으면 무조건 승리하나요?: ‘열심’에게 배신당한 당신에게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둘 중 택해야 한다면 나는 확신의 전자다. 어느 한 팀의 열혈 팬은 아니지만, 정교한 두뇌 게임 같은 야구보다는 보기만 해도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단순한 축구에 애정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 인생에 자주 오지 않을 기회인 유럽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고 여행지를 정할 때, 별로 고민하지 않고 스페인을 1순위로 택했다. 인생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던 현지인 아저씨들과 함께 스페인 프로 리그 라리가 경기 직관을 하던 그 … [Read more...] about 공 점유율이 높으면 무조건 승리하나요?: ‘열심’에게 배신당한 당신에게
살아가자, 속이 꽉 찬 베이글스럽게!
1. 양자경 주연의 기묘하지만 사랑스러운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보고 극장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머릿속에는 베이글이 둥둥 떠다녔다. 양자역학이나 멀티버스(다중우주), 우주 점프(Verse Jumping) 같은 어려운 개념들이 난무하지만, 베이글에 대한 기억만은 확실하다. 과학과 철학, 가족드라마가 찰지게 버무려진 이 영화에서 까만 베이글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혼돈과 절망의 상징이자 인생의 좌절을 뜻한다. 자신의 꿈과 희망, 자신이 아끼는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 [Read more...] about 살아가자, 속이 꽉 찬 베이글스럽게!
엄마 제사상에는 무슨 파스타를 올릴까?
파스타의 계절이다. 요즘 파스타에 꽂혀 1일 1 파스타 중이다. 별별 모양과 길이의 파스타면, 각종 소스와 향신료를 사들이느라 바쁘다. 거기에 애호박이나 가지 같은 제철 채소와 새우, 베이컨처럼 부재료 다르게 조합해 매일 다른 파스타를 먹는다. 늦은 아침과 이른 점심 사이, 오늘의 아점 역시 파스타였다. 일단 파스타면을 삶을 물을 담은 냄비를 올리고 물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욕실로 가서 손을 씻었다. 비누 거품으로 손 구석구석을 비비며 냉장고 속에서 대기 중인 채소의 목록을 떠올려 봤다. … [Read more...] about 엄마 제사상에는 무슨 파스타를 올릴까?
“아바라”로 한 뼘 넓어진 아빠의 커피 세계
비가 오던 점심, 온종일 집에 있느라 답답해하던 부모님을 모시고 집 근처 작은 손칼국수 집으로 향했다. 식당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무섭게 쏟아지던 비는 푸짐했던 칼국수가 바닥을 보일 때쯤엔 어느새 잠잠해졌다. 내가 계산을 하는 사이 습관처럼 카운터 앞 커피 자판기의 버튼을 누르려는 아빠를 급하게 말렸다. 요 앞에 카페 새로 생겼던데 거기 가서 커피 마시자. 어디? 코너 돌면 있는 노란 간판? 거기도 새로 카페 생겼어? 거기 있는 건 또 언제 보셨대? 개업과 폐업이 회전목마처럼 빙빙 도는 … [Read more...] about “아바라”로 한 뼘 넓어진 아빠의 커피 세계
마이너스의 대화, 플러스의 대화
사람들과 만나고 돌아오는 길, 땅으로 가라앉을 듯 기운이 빠지는 때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해가 지고 자정이 넘도록 수다를 떨었는데도 기운찬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때도 있다. 전자가 마이너스의 대화를 한 때고 후자가 플러스의 대화를 한 때다. 분명 맛있는 음식과 다채로운 수다로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는 건 같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다. 마이너스의 대화를 구성하는 몇 가지 요소를 이야기해 보자. 뒷담화: 그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한 험담은 잠시의 재미는 되겠지만, 내가 이 자리에 없는 … [Read more...] about 마이너스의 대화, 플러스의 대화
평생 나의 보호자였던 부모님, 그 부모님의 보호자가 된다는 것은
몇 달 전부터 엄마의 기침이 끊이지 않았다. 동네 병원에서 진료 후 처방받은 형형색색 약을 한 움큼씩 먹었는데도 딱히 차도가 없었다. 기침 때문에 잠까지 설치는 엄마를 보며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집 근처의 대학 병원 예약을 잡았다. 최대한 이른 날짜로 잡은 예약일도 2주가 넘은 때였다. 그나마 코로나19 여파에 새로 생긴 병원이라 이 정도지 원래 다니던 다른 대학병원이었다면 수개월은 걸렸을 일이란 걸 안다. 엄마의 기침 소리로 눈을 뜨고 눈을 감는 날들을 며칠 더 보내고 드디어 예약일이 … [Read more...] about 평생 나의 보호자였던 부모님, 그 부모님의 보호자가 된다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테니까
머리 위에 100kg짜리 쇳덩이를 얹어 놓은 듯 무거웠다. 땅 아래에서 누가 발목을 힘껏 잡아당기는 듯 몸이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았다. 겨우 몸을 추슬러 집에 도착하니 저녁 8시 20분. 인생의 많은 시간을 길에 쏟아부어야만 하는 경기도민에게는 흔한 일이다. 다 놓아 버리고 이불 위에 몸을 내던지고 싶었지만 시간이 빠듯했다. 옷을 갈아입고, 손을 씻고, 밥을 먹고, 양치를 하고 다시 집을 나선다. 저녁 9시 마지막 요가 수업을 맞추기 위해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앞 수업을 끝내고 … [Read more...] about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테니까
언제부터 떡볶이는 ‘용암 맛’이 되었나?: 귀여운 매운맛 떡볶이 마니아의 절규
친구로부터 배달 앱의 상품권을 선물로 받았다. 금요일 저녁 한 주간 고생한 나를 위해, 그리고 잃어버린 입맛을 찾기 위해 떡볶이를 먹기로 결심했다. 전통의 강자, 엽기적인 매운맛의 떡볶이부터 로제 떡볶이, 마라 떡볶이 등 핫한 떡볶이들의 이름 속에 눈에 띄는 이름을 발견했다. 바질크림 떡볶이 한평생 먹어 온 떡볶이 그릇 수만 따져도 족히 내 두피를 뒤덮은 머리카락 수는 능가할 만큼 떡볶이를 좋아하는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존재였다. 이름만 듣고는 "파스타면 대신 떡볶이를 넣었나?" … [Read more...] about 언제부터 떡볶이는 ‘용암 맛’이 되었나?: 귀여운 매운맛 떡볶이 마니아의 절규
“전국 노래자랑”의 나라에서 아싸로 사는 법
딩동댕동댕~ 일요일 점심 풍경은 틀에서 찍어낸 붕어빵처럼 똑같다. 다섯 음계의 실로폰 소리를 신호로 전국 팔도의 인싸들을 집합시키는 <전국 노래자랑>과 늘 함께한다. 외출하지 않는다면 거의 이 시간에 점심밥을 먹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습관처럼 틀어 놓은 TV 속 인싸 대잔치를 반찬 삼아 밥을 먹는다. 흥의 민족이라서일까? 아니면 수십 년간 노래방으로 단련된 경험 때문일까? 오늘도 전국의 가무 인재들이 마르지 않는 샘처럼 퐁퐁 흘러넘친다. 1980년 11월 9일 … [Read more...] about “전국 노래자랑”의 나라에서 아싸로 사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