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평생 한 가지 직업으로만 사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이전 세대는 대다수가 가능했을지 모를 그 ‘흔한 일’이 지금 세대에게는 축복에 가까운 어려운 일이 됐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면 자의든 타의든 지키고 있던 자리를 내줘야 하는 순간이 온다. 특히 ‘멀티‘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에 제2, 제3의 직업을 가지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사람들을 만날 때면 요즘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미래를 그리는지 꿈을 묻는 게 내 요즘 최대의 관심사다. 흙탕물 속에서 … [Read more...] about 꿈은 거창해야 한다는 편견을 버려!
엄마가 감자수제비와 뇨끼를 구분하던 날
언젠가 달팽이처럼 등을 동그랗게 만 채로 티브이를 보던 엄마가 물었다. 뇨끼가 뭐야? 한 예능 프로의 미션으로 주인공 어머니께 음식 대접을 위해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는 중이었다. 출연자들은 뇨끼를 만들기 위해 시장을 돌며 감자와 밀가루를 샀다. 방에서 물먹으러 나왔다가 엄마의 느닷없는 질문 공격에 당황해 심드렁하게 답했다. 뇨끼? 음... 이탈리아 파스타인데 일종의 국물 없는 감자수제비 같은 거야. 감자를 넣은 반죽으로 만든 수제비. 엄마가 묻는 말에 답을 해놓고도 영 개운하지 않았다. … [Read more...] about 엄마가 감자수제비와 뇨끼를 구분하던 날
“내가 말할 자격은 내가 주는 거야”: ‘선 뻔뻔’ 후 용기를 내는 자세에 대하여
한 달에 한 번 독서 모임에 간다. 발제처럼 딱딱한 의식이나 거창한 식순이 없는 캐주얼한 모임이다. 돌아가며 책 한 권을 추천하고, 읽은 후 와인이나 맥주를 곁들여 수다를 떠는 만남에 가깝다. 이번 책은 내가 추천한 『강원국의 글쓰기』였다. 몇 번의 모임을 통해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책을 넘어 글쓰기까지도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지만 망설이는 분들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추천했다. 실제로 책에는 글쓰기 초보들이 고민하는 많은 부분을 해결해 줄 내용이 담겨 … [Read more...] about “내가 말할 자격은 내가 주는 거야”: ‘선 뻔뻔’ 후 용기를 내는 자세에 대하여
성장판이 닫혀도, 키는 클 수 있으니까
약을 철근처럼 씹어 먹고, 각종 병원을 순회해도 영 컨디션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다. 2년 만이었다. 토요일 새벽부터 공장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건강검진센터에 다녀온 지 2주 후, 결과지가 도착했다. 건강 검진 결과지를 확인할 때마다 시험 성적표를 받아 들던 학창 시절로 돌아간다. 얼마나 공부했는지 대신, 그간 얼마나 자신을 돌보며 살았는지 인생 성적표를 받는 것 같아서다. 다행히 종합 소견서에는 잔고장은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건 없다고 쓰여 … [Read more...] about 성장판이 닫혀도, 키는 클 수 있으니까
SNS 속 알고리즘의 덫
'2024년에는 안 해보던 새로운 걸 해보자'라는 연간 목표의 일환으로 새해부터 인스타를 시작했다. 작정하고 인스타를 파기 시작한 후 내 탐색 탭에는 비슷비슷한 내용이 올라온다. 알고리즘은 크게 세 갈래다. 책 추천으로 시작해 북스타그래머로 수익화하는 방법, '인스타 키우기 이렇게 하면 망한다'로 시작해 결국 전자책 팔이, 자기 계발 도파민을 퍼트리는 자칭 성공 중독자들의 일침이 주를 이룬다. 성공도 팔고, 노하우도 팔고, 꿈도 팔고, 굿즈도 팔고 다들 뭔가 열심히 팔고 있다. 비즈니스 … [Read more...] about SNS 속 알고리즘의 덫
다 그러고 산다고? ‘퉁 치는’ 위로와 응원의 위험성
입사 일주일 차라는 한 신입이 글을 올렸다. 일이 힘들어서 퇴사를 고민한다는 것이었다. 여러 댓글이 달렸는데, 그중 한 댓글에 오래도록 시선이 멈췄다. 다 그러고 살아. 글쓴이만 유별나게 힘든 것이 아니다. 처음 사회생활 시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힘들다는 뜻이었다. 다들 그렇게 겪고 적응하니까, 한 3개월만 죽어다 생각하고 해 보라는 응원의 말이었다. 자신 또한 여전히 힘들지만, 일한 후 들어온 월급으로 뭐 할지 생각하면서 버티며 산다고. 그 말이 유달리 맴돌았다. 다 그러고 … [Read more...] about 다 그러고 산다고? ‘퉁 치는’ 위로와 응원의 위험성
행복하다면, 행복하셔도 돼요
수요일 밤, 늦은 저녁을 먹으며 멍하니 TV를 보고 있었다. 요즘 극장가에서 흥행하고 있는 신작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나온 토크쇼였다. 영화가 잘되니 요즘 행복하냐는 MC의 질문에 배우는 멈칫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배우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현장 분위기는 술렁였고, 양옆의 MC는 조심스럽게 답을 주저하는 이유를 물었다. 대중들이 보기엔 그저 잘 생기고, 잘 나가는 배우였던 그에게는 징크스가 있었다. ‘행복하다’고 말하는 순간, 행복이 깨졌다.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지 … [Read more...] about 행복하다면, 행복하셔도 돼요
그 무명 배우가 사는 법
언젠가 촬영을 앞두고 한 배우의 프로필을 받았다. 짧은 영상 콘텐츠에서 연기할 배우를 찾았고, 최종 결정된 사람이었다. 당사자를 만나기 전, 프로필만으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해야 했다. 소위 말하는 무명 배우였다. 선한 웃음의 프로필 사진 아래로 그가 지금까지 연기자로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이력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영화, 드라마, 광고의 보조출연부터 어느 대학 연극영화과 학생의 졸업 작품 주연까지... 팔만대장경처럼 출연 경력이 이어지고 또 이어졌다. 그중 … [Read more...] about 그 무명 배우가 사는 법
체력과 예민함의 상관관계
점심을 먹고 양치를 하러 화장실로 가는 길이었다. 신발과 양말 사이에서 뭔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 언제 들어갔을지 모를 돌이었다. 거울 속 푹 꺼진 얼굴에 흐릿하게 초점을 맞춘 채 칫솔질을 하다 생각했다. 양치 다 마치면 자리로 돌아가 의자에 앉아 편안한 자세로 돌을 빼야지. 내가 그 돌을 빼낸 건 퇴근 후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역 안 벤치에 앉았을 때였다. 신발 속 그 돌이 그제야 생각났다. 그때까지도 돌은 내 신발 속에서 뒹굴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심신이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 [Read more...] about 체력과 예민함의 상관관계
“오래오래 해주세요”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응원
얼마 전 작은 언니의 생일을 앞두고 케이크 담당을 자청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살까? 고민하다가 뜨는 동네 케이크점이 있나 궁금해 SNS 피드를 훑었다. 검색 설정을 최근으로 누르고 위부터 차례로 둘러보다가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집에서 1분 거리. 그야말로 코앞에 있는 가게였다. 번화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유동 인구가 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들만 바라보고 장사를 하기에는 어정쩡한 위치였다. 꽝이 나오지 않길 바라며, 제비 뽑기를 하는 어린이처럼 설렘과 기대를 안고 가게가 … [Read more...] about “오래오래 해주세요”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