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댕동댕~ 일요일 점심 풍경은 틀에서 찍어낸 붕어빵처럼 똑같다. 다섯 음계의 실로폰 소리를 신호로 전국 팔도의 인싸들을 집합시키는 <전국 노래자랑>과 늘 함께한다. 외출하지 않는다면 거의 이 시간에 점심밥을 먹기 때문에 부모님께서 습관처럼 틀어 놓은 TV 속 인싸 대잔치를 반찬 삼아 밥을 먹는다. 흥의 민족이라서일까? 아니면 수십 년간 노래방으로 단련된 경험 때문일까? 오늘도 전국의 가무 인재들이 마르지 않는 샘처럼 퐁퐁 흘러넘친다. 1980년 11월 9일 … [Read more...] about “전국 노래자랑”의 나라에서 아싸로 사는 법
이제는 폐업한 배달 전문점 사장님께
사장님 안녕하세요. 오며 가며 사장님의 가게를 응원하던 동네 주민1입니다. 1년 전, 번화가에서 살짝 떨어져 있어서 나름 한적했던 우리 동네에 뚝딱뚝딱 망치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코앞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그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떡볶이를 팔던 분식집 자리였어요. 코로나19로 등교하는 학생들이 사라지니 문을 닫았던 분식집 자리에 뭔가 새로운 가게가 들어서는 거였더라고요. 어떤 가게일까? 궁금해서 애정 가득한 눈길로 하루하루 달라지는 가게를 훔쳐봤어요. 얼마나 지났을까요? 00 샐러드라는 … [Read more...] about 이제는 폐업한 배달 전문점 사장님께
생일 기념 여행에서 영정 사진을 찍은 이유
언제부턴가 생일이 기다려지지 않았다. 1월 초에 태어나서일까? 생일이 되면 묘하게 한 방에 나이를 2살 먹는 것 같은 기분이다. 1월 1일에 먹은 떡국이 다 소화되지도 않는데 미역국을 먹는 더부룩한 느낌이다. 떠들썩한 생일파티도 부담스럽고, 뭔가 주목받는 기분도 더더욱 반갑지 않은 나이가 된 거다. 그래서 생일이 되면 여행을 감행한다. 시끌시끌한 축하 속에 억지 미소를 짓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떠난다. 절친한 친구들과도 가고, 혼자도 갔었다. 하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머릿속에서 둥둥 … [Read more...] about 생일 기념 여행에서 영정 사진을 찍은 이유
평생 한 가지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당연히 김치볶음밥!
평생 한 가지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어떤 음식을 택할 것인가? 이 질문이 내게 툭 던져졌을 때 심각하게 고민했다. 실제로 일어날 리 없는 망상에 가까운 질문이지만 실제로 닥친 일인 양 고심했다. 일단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역시나 커피. 하지만 음료니까 단호하게 제외한다. 액체가 아닌 고체 형태인 보통의 음식을 떠올려 본다. 가히 영혼의 음식이라 할 수 있는 떡볶이를 택하자니 기분 좋은 날 제일 먼저 떠오는 치킨이 울먹인다. 이에 질세라 주기적으로 땡기는 삼겹살도 나를 잊지 말라고 아우성친다. … [Read more...] about 평생 한 가지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당연히 김치볶음밥!
‘열심’뿐인 열심 앞에서
요즘 거울 보는 시간이 늘었다. 원인은 머리카락에 난 색깔이 다른 층. 이마 찌푸리지 말고 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더는 미룰 수 없는 뿌리 염색을 할 타이밍이 온 거다. 내 발은 늘 가던 미용실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수년째 머리를 맡기는 헤어 디자이너가 독립해 새로 오픈한 숍이다. 오랜 미용실 유목민 생활을 접게 해준 고마운 분이 새롭게 둥지를 튼 곳. 언제나 반가워해 줬지만 이번에는 한층 더 반가운 표정과 목소리가 나를 맞았다. 가방과 겉옷을 맡기고 자리로 … [Read more...] about ‘열심’뿐인 열심 앞에서
블로퍼는 죄가 없어, 문제는 언제 어디서 누가 신었느냐지
동종업계 사람들이 모이는 대나무 숲 같은 가상공간이 있다. 익명으로 이 바닥에서 밥벌이하며 사는 삶에 대한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때로는 위로와 응원을 주고받는 곳이다. 어느 날, 그곳에 푸념 섞인 글 하나가 올라왔다. 현장에 블로퍼(Bloafer) 신고 왔다고 선배한테 한 소리 들었어요. 참나 하이힐을 신은 것도 아니고... 현장에 블로퍼 신고 오지 말란 법 있나요? 줄줄이 이어진 댓글은 다양한 맛의 이야기가 오갔다. 번잡스러운 현장에서 자칫 걸려 넘어질까 걱정된 마음에 한 소리가 … [Read more...] about 블로퍼는 죄가 없어, 문제는 언제 어디서 누가 신었느냐지
숨만 잘 쉬어도 칭찬받는 곳
하늘과 하이파이브라도 할 듯 솟아오르는 승모근. 거북이가 ‘반갑다 친구야’ 인사를 건넬 만큼 딱딱하게 굽은 등과 거북목. 딱따구리가 관자놀이를 날카로운 부리로 쪼는듯한 두통. 시뻘건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화. 현대인의 고질병을 한 몸에 담았다면 아마 내 몸이 아닐까? 갖가지 통증이 몸에 차곡차곡 쌓여 압사당하기 직전,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요가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아직 3개월이나 남았지만, 연말에 개최할 시상자도 나고 수상자도 나인 ‘2021 올해의 잘한 일 대상’에서 '요가'는 수상이 … [Read more...] about 숨만 잘 쉬어도 칭찬받는 곳
대화의 셔터를 내리는 말, ‘아니’
티키타카(Tiqui-taca). 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한다는 의미로 축구에서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뜻하는 단어로 널리 알려졌다. 이제 ‘티키타카’는 축구를 넘어 일반적으로도 흔하게 쓰는 말이 됐다. 서로 간의 합이 중요한 부분으로 요즘은 합이 잘 맞는 대화와 만남을 두고 ‘티키타카가 잘된다’고 표현한다. 수다 떨기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티키타카가 잘 되는 대화는 신호 하나 걸리지 않고 자유롭게 달리는 드라이브를 하는 것처럼 최고의 쾌감을 선물한다. ‘아’하면 … [Read more...] about 대화의 셔터를 내리는 말, ‘아니’
철이 없었죠? 빈혈을 참았다는 게
무더위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계속 머리가 무겁고 현기증이 났다. 거북목 때문에 생긴 어깨 통증이 머리까지 흔드는 게 아닐까 추측했다. 벌여 놓은 일을 마무리하느라 요 몇 달, 온 정신을 거기에만 쏟는 중이다. 평소보다 좀 무리한 데다가 무더위까지 겹쳐 증상이 심해졌다고만 생각했다. 미련하게 좀 바쁜 게 마무리되면 괜찮겠지 막연하게 생각했다. 습관처럼 두통약을 삼키며 머지않아 끝이 보이니 몸이 조금만 더 버텨주길 바랐다. 하지만 한계가 왔다. 한동안 멈췄던 코피가 다시 나기 시작했다. … [Read more...] about 철이 없었죠? 빈혈을 참았다는 게
주식 말고, 코인 말고, 부동산 말고
사람 만나는 게 쉽지 않은 날들. 어렵게 만난 자리라 그럴까? 그 시간이, 또 그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고맙고 또 소중하다. 그런데 요즘 통 대화에 집중할 수가 없다. 직업 불문, 세대 불문, 성별 불문. 누구를 만나건 대화의 주제는 깔때기처럼 거의 하나로 모인다. 돈. 세부적으로는 주식 또는 코인 또는 부동산. 이 세 단어를 빼놓고 대화를 이어가기 쉽지 않다. 오래전 자식의 돌잔치에 들어온 금반지를 팔아 샀던 주식이 대학 들어갈 때쯤 열어 보니 집 몇 채 값이 되어 있더라는 도시 전설. … [Read more...] about 주식 말고, 코인 말고, 부동산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