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만나고 돌아오는 길, 땅으로 가라앉을 듯 기운이 빠지는 때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해가 지고 자정이 넘도록 수다를 떨었는데도 기운찬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때도 있다. 전자가 마이너스의 대화를 한 때고 후자가 플러스의 대화를 한 때다.
분명 맛있는 음식과 다채로운 수다로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는 건 같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다. 마이너스의 대화를 구성하는 몇 가지 요소를 이야기해 보자.
- 뒷담화: 그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한 험담은 잠시의 재미는 되겠지만, 내가 이 자리에 없는 순간 나도 타깃이 될 수 있겠다는 불안이 은은하게 내려앉는다.
- 자기 비하: 위로와 응원이 필요하다면 차고 넘치게 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을 비난하기 바빠 일어설 의지가 없는 사람을 남이 일으켜 주기는 불가능하다. 뼛속 깊은 우울과 자신을 향한 경멸에 가득 찬 사람을 환영할 사람은 없다. 자신을 깎아내리는 사람은 남도 쉽게 헐뜯기 마련이다.
- 부정적인 생각:새로운 시도, 도전을 앞둔 사람에게 걱정을 가장한 부정적인 기운을 전염시키는 경우를 본다. 늘 부정적인 결과를 얻었던 사람에게는 부정적인 결과만 보이니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김을 빼는 일이 흔하다.
’이게 다 너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야‘라고 세상 좋은 사람의 얼굴을 하고 말하지만, 그 걱정 가득한 조언을 듣고 나면 오히려 힘이 빠진다.
반대로 플러스의 대화를 구성하는 요소도 있다.
- 깨달음: 그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도 그 사람의 행동을 보고 얻은 생각이나 행동의 변화라는 한층 진화된 결론에 닿는다. 단순히 누군가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잘못됐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모습에 영향을 받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다짐으로 끝을 맺는다.
- 미래를 위한 계획: 플러스의 대화를 나누는 사람 중 감나무 아래 누워서 감이 떨어지기만 바라는 사람은 없다. 감을 먹기 위해 장대든 사다리든 장비를 동원하고, 몸을 움직여 감을 따낼 계획을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말한다. 말을 내뱉는 순간,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플러스의 대화를 만든다.
- 따뜻한 응원: 위법행위이거나 사회를 전복시킬 위험한 계획이 아닌 이상, 무슨 뜬구름 잡는 계획을 말하든 적극적으로 지지해 준다. ’ 너는 분명 잘 해낼 수 있다 ‘는 말, 그거면 충분하다.
지갑을 열어 물질적으로 해주는 응원은 여러 가지 계산해야 하지만, 말로 해주는 응원은 쉽고 효과가 빠르다. 새로운 도전 앞에 본인조차 확신이 없을 때, 누군가가 해 준 그 응원의 한 마디가 보약 한 사발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곤 한다.
마이너스의 대화와 플러스의 대화. 두 대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쾌감을 느끼는 주체가 누구냐다. 말을 하는 사람이 자신 안에 켜켜이 묵은 감정을 배설하는 쾌감을 느끼기만 한다면 마이너스의 대화가 될 가능성이 크고, 듣는 사람이 자신 안에 겹겹이 쌓인 불안을 지우는 쾌감을 느낀다면 플러스의 대화다. 대화는 말을 주고받는 거지 말하는 사람만 일방적으로 주체가 되는 게 아니다. 듣는 사람도 분명 대화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종종 그 사실을 잊곤 한다.
분명 푸념이나 하소연, 신세타령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하지만 매번 그것들로만 점철된 대화는 서로에게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 마이너스인 대화가 이어지는 관계는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휴대폰에 뜬 발신자의 이름을 확인하고 받고 싶지 않다 느낀다면 그 전의 대화들에서 마이너스의 기운을 넉넉히 느꼈을 게 분명하다. 만났을 때 마이너스의 대화를 하는 모습이 뻔히 보인다면 서서히 그 관계를 정리할 타이밍이라는 신호다.
길고 긴 수다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생각해 본다. 오늘도 수 없이 많은 말을 내뱉고 들었던 나는, 오늘 플러스의 대화를 했나? 마이너스의 대화를 했나?
원문: 호사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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