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스미스의 경제 이론은 '사람은 자신과 관련이 적은 사안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는 《도덕감정론》에서 중국의 재난에 유럽인의 관심이 적은 이유를 설명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사는 청 제국이 통째로 지진에 삼켜졌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그쪽 세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어느 유럽 사람에게 이 끔찍한 재난 소식이 무슨 영향을 끼칠지 생각해보자. […] 그는 그럴 듯한 철학적 의례를 거치고 인도적인 감상을 적당히 표현한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제 일상으로 … [Read more...] about 공감 능력 부족한 신문, 독자가 공감할까
시골상회에 왜 발길이 끊이질 않지?
지역에서 유일한 농산물 상시 직거래장 고개 위 나무 천로(天老)를 뵈었고 시냇물은 돌에 부딪혀 시끄럽구나 산이 깊어 범과 표범이 많으니 저물지 않아도 사립문 닫아야 하네 단종이 유배 생활을 달래기 위해 노산대에 올라 지었다는 시다. 사방이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섬과 다름없는 그곳에서 느꼈을 고립감은 창덕궁 돈화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시작됐으리라. 1주일을 걸려 도착했다던 영월. 행정구역으로는 영월군에 속하고 거리로는 제천에 가까운 영월군 주천면을 찾았다. 술이 샘솟는다 하여 붙여진 … [Read more...] about 시골상회에 왜 발길이 끊이질 않지?
매진된 버스, 할머니는 집에 갈 수 있을까
버스 시간이 아직 한참 남았는데 뭔 놈 매진이야. 서서라도 갈 테니까 표 좀 줘. 지난 17일 경기광주버스터미널 매표소에서 한 할머니가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창구 직원들은 모두 난감한 기색이었다. 주변 사람들도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할머니를 도울 사람은 없었다. 그 와중에도 젊은이들은 무인발매기에 카드를 긁고 앱으로 예매한 버스표를 쉽게 손에 쥐었다. 할머니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무형의 불평등은 삶의 기회와 자유를 획득하기 위한 기회의 제공 여부로 평가된다. … [Read more...] about 매진된 버스, 할머니는 집에 갈 수 있을까
‘가짜 하객’마저 짠한 청년들 결혼 풍속도
토요일인 18일 오전, 부산에 있는 ‘모르는 사람’ 이아무개(38) 씨 결혼식에 갔다. 처음 보는 ‘직장 동료’ 넷과 함께였다. 만남 장소인 부산진역 건너편 결혼식장 아래 편의점에서 어색하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한 사람을 빼고는 모두 ‘모르는 사람’ 결혼식에 참석한 경험이 없었다. 경험자에게 말을 건넸다. “어색해서 어쩌죠?” “편하게 해요. 친한 척 좀 하고. 어차피 결혼식 정신없잖아요. 우리 신경도 못 쓸 거예요.” 우리는 8층에 있는 결혼식장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 [Read more...] about ‘가짜 하객’마저 짠한 청년들 결혼 풍속도
‘기생하는 존재’로 키우는 한국 부모들
‘공부해서 남 주냐’며 이기심 부추기는 풍토 어떤 학부모들은 아이를 ‘기생하는 존재’로 키우고 있어요. ‘기여하는 존재’가 아니고요. 내가 먹여주고 태워주고 입혀주고 뭐 사주고 다 할 테니까 넌 그냥 앉아서 공부만 해. 공부해서 남 주냐? 오로지 너만을 위해서, 네 주변에 있는 거 네가 다 끌어다 써라. 그게 기생하는 존재의 특성 아닙니까? 미국 미시간 공대에서 20년간 재직하며 최우수 교수상을 연속 수상하고 강의법 강좌를 통해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로 명성을 쌓은 조벽(63) 숙명여대 … [Read more...] about ‘기생하는 존재’로 키우는 한국 부모들
[시각장애인 대학생활 동행기] ② “남들은 편한 PPT 수업이 제일 힘들어요”
※ 「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음 좋겠어요”」에서 이어집니다. 도우미 없인 따라가기 어려운 수업 교수님이 말로만 진행하는 강의가 제일 좋아요. 칠판에 필기하거나 PPT를 사용하는 수업은 무슨 내용이 씌어 있는지 알 수 없어 너무 답답해요. 점심식사 후에 이어진 강의는 스크린에 PPT(파워포인트)를 띄워 놓고 수업을 진행했다. PPT 내용과 말로 설명하는 내용에 차이가 없어, 듣는 것만으로도 수업을 따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비장애인인 기자의 짧은 생각일 … [Read more...] about [시각장애인 대학생활 동행기] ② “남들은 편한 PPT 수업이 제일 힘들어요”
[시각장애인 대학생활 동행기] 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음 좋겠어요”
“저도 이 학교 다니는 학생입니다” 지난 5월 21일 오전 10시, 영남에 있는 A대학 한 강의실. 수업이 시작되자, 갑자기 담당 교수가 쪽지시험을 치겠다고 했다. 여기저기서 원망 섞인 학생들의 탄식이 흘러 나왔다. 교수는 웅성대는 학생들을 진정시키며, “나눠주는 텍스트를 읽고 간단히 답만 써내면 된다”고 했다. 잠시 뒤 잠잠해진 학생들은 교수가 제시해 준 텍스트를 읽으면서 답안지를 쓰기 시작했다. “교수님!” 강의실 뒤쪽에서 한 여학생이 교수를 불렀다. 강의실 맨 뒤편 출입문 옆에 앉은 … [Read more...] about [시각장애인 대학생활 동행기] 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음 좋겠어요”
청년 채용공고 80% 수도권 집중, 지방대 부족한 취업 기회
“지방엔 일자리 자체가 없어요” 제주에서 주변 대학생 중 남학생은 대부분 경찰직 공무원, 여학생은 일반직 공무원을 준비합니다. 이곳에서 딱히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없거든요. 원예환경학 전공으로 제주도의 한 대학을 졸업한 부지은(28·여) 씨는 4년째 취업 준비 중이다. 제주에서 농업 전문기업 일자리를 찾았지만 드물었고, 공고가 나는 곳도 주 6일 근무에 잦은 야근, 남자만 뽑는 경우 등 조건이 안 맞아 지원하지 못했다. 전공 살리기를 포기하고 서울로 가 대형마트 판매직 일을 하며 3년간 … [Read more...] about 청년 채용공고 80% 수도권 집중, 지방대 부족한 취업 기회
“패스트트랙은 시작일 뿐이다”
이번 선거제 개혁이 끝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선거제도가 무엇인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 6월 5일 저녁 서울 중구 열매나눔재단에서 ‘공정한 선거, 절차를 넘어 결과까지’ 포럼이 열렸다. 발제자로 참여한 비례민주주의연대 하승수 공동대표는 지속적인 선거제도 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치가 상식에 부합하길 바라는 분들이라면 이념, 종교, 지역을 떠나 선거제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는 없고 ‘싸움’만 남은 패스트트랙 혈투 ‘준연동형 … [Read more...] about “패스트트랙은 시작일 뿐이다”
악마는 한국 엘리트를 사랑한다
한국의 학벌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스카이(서울‧고려‧연세대)’ 등 명문대에는 과연 어떤 학생이 입학할까? 두뇌회전이 빠르고 똑똑한 학생? 다양한 재능과 노력 의지, 성실한 태도를 다 갖춘 학생? 외우기를 잘하고 시험을 잘 보는 학생? 모두 높은 확률로 맞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특성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바로 ‘부모가 부유하고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가정의 자녀’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명문대 학생 70%는 ‘부잣집 자녀’ 그들의 부모는 대다수가 … [Read more...] about 악마는 한국 엘리트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