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을 하얗게 불태운 프로젝트가 끝나는 날이었다. 그동안의 수고로움을 격려하는 쫑파티 자리였다. 며칠째 제대로 누워 잠을 자지 못해 쫑파티고 나발이고 집에 들어가서 못 잤던 잠을 자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면 마지막으로 보는 게 될지 모를 이들에게 끝인사를 전하기 위해 꺼져가는 영혼의 불꽃을 겨우겨우 잡고 버티는 중이었다. 새벽 4시가 가까워지는 시간, 술기운이 가득한 선배의 한 마디에 온몸이 굳어 버렸다. 피로에 취했는지, 술에 취했는지 아니 어쩌면 짜증에 취했을지 모를 선배의 한 마디에 … [Read more...] about “겨우 그거 하나 하면서 힘들다고?”
문화
‘김삼순’은 연애만 한 게 아니다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마음 모두 내게 줄게~ 이 익숙하고도 치명적인 멜로디가 흘러나오면 기어코 삼순과 진헌 사이엔 일이 생긴다. 지난 2005년 여름, 나는 마치 삼순의 친동생이라도 된 양 그녀가 울면 울고 웃으면 웃으며 뜨거운 나날을 보냈다. 무려 50%의 시청률을 웃돌며,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연애에 막 눈을 뜨기 시작한, 당시 스물한 살의 내 눈엔 오로지 김삼순과 삼식의 투닥거리는 연애사만 보일 뿐이었다. 그때는 미처 … [Read more...] about ‘김삼순’은 연애만 한 게 아니다
하루 대부분이 힘들어도 내 삶은 행복한 1시간으로 정의될 것이다
힘들 때일수록 행복해야 하고, 일상을 유지해야 한다. 내일 전쟁이 일어나서 내 목숨이 위태위태하다 하더라도,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3분짜리 음악 한 곡을 듣고, 시를 한 편 쓰고, 커피를 한 잔 마셔야 한다. 어머니가 응급실에 실려 가더라도 중환자실에 들어간 뒤에는 성경 한 구절을 읽든지, 오늘치 글 한편은 써야 한다. 당장 하루 한 끼 제대로 사 먹을 돈이 없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좋아하는 이야기 한 구절 읽어줘야 한다. 그것이 얼마나 가능하든, 때로는 불가능하든, 적어도 … [Read more...] about 하루 대부분이 힘들어도 내 삶은 행복한 1시간으로 정의될 것이다
거대한 재정렬: 문화 전쟁 2.0 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The American Mind의 「Welcome to Culture War 2.0: The Great Realignment」를 번역한 글입니다. 지난 60년 동안 미국 정치의 중심에는 문화 전쟁이 있었다. 사람들은 문화 전쟁의 시작으로 흔히 1960년대의 사회 변혁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첫 번째 문화 전쟁, 즉 문화 전쟁 1.0은 1950년대 기독교 중심의 사회를 유지하고자 한 기독교 신도들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자유주의와 세속주의에 대해 일으킨 전쟁이었다. 이 전쟁은 … [Read more...] about 거대한 재정렬: 문화 전쟁 2.0 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죠
중학교에 막 들어간 무렵이었나. 우리 반에 구개구순열로 입술이 심하게 갈라진 아이가 있었다. 몇 번인가 수술을 했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들었다. 입학 초기에는 다들 서먹해서인지 별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놀리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당시에는 구개구순열이 뭔지도 몰랐다. 하긴 알았다 한들 그저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언청이”라고 부르며 따돌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으리라. 괴롭힘은 일상이었다. 여기까지도 충분히 나빴지만 더 나빴던 건 누군가 그 아이와 … [Read more...] about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죠
을이 아닌 ‘나’라는 자세로
"을병" 말기 환자 - 다른 말로는 '호구'. 야, 이 호구야. 10년 넘게 진한 우정 자랑하는 손이 한숨 쉬며 얘기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레퍼토리처럼 반복되는 그의 넋두리도 이어졌다. "학교 다닐 때는 쌈닭인 줄 알았는데, 이거 완전 그냥 호구야 호구." 그의 말에 애정 어린 놀림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울컥하는 마음에 되받아친다. 다 맞춰주면서 하는 거지, 어떻게 나 혼자 맘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해! 10년 동안 내게 말싸움을 한 번도 지지 않은 손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 공격을 … [Read more...] about 을이 아닌 ‘나’라는 자세로
디저트의 천국 프랑스 파리, 현지인에게도 인정받은 빵집 4
빵 하면 프랑스, 프랑스 하면 빵 아닌가요? 각종 빵과 디저트의 천국이자 어느 곳에서나 금방 구운 신선하고 맛있는 빵을 맛볼 수 있는 파리. 새벽 3–4시에 기상하는 프랑스 불랑제(제빵사)들 덕분에, 시민들이 출근하는 아침 7–8시에는 고소한 빵 냄새가 거리에 가득하답니다. 프랑스인들에게 빵은 주식이고, 디저트는 식사 후 꼭 거쳐야 하는 필수 요소라고 합니다. 프랑스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빵집은 무조건 가봐야겠죠? 빵 덕후 다 모여 파리 가자! 1. 곤트란 셰리에 아르티장 … [Read more...] about 디저트의 천국 프랑스 파리, 현지인에게도 인정받은 빵집 4
일상과 일탈의 대단한 한 끗 차이
아침, 기분 나쁜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보통 세 번째 알람이 울리면 그제야 이불을 걷어찬다. 오늘 아침 불편한 허리를 부여잡고 꾸역꾸역 일어나는데 자동으로 입이 열렸다. 그 사이로 "지겨워"라는 말이 툭 떨어졌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징그러운 일상을 당연한 듯 살아가는 우리다. 가끔씩 고개를 드는 화려한 일탈은 환상일 뿐 대부분 비슷한 반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묵묵히 버틴다. 이 길이 정말 최선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다른 길을 찾아볼 생각조차 사치라고 … [Read more...] about 일상과 일탈의 대단한 한 끗 차이
당신의 천장은 얼마나 높은가요?
아재의 답정너 아재는 결국 다 같은 아재. 다음 세대와 대화가 통하지 않는 고집불통. 나이가 든다는 건 그렇게 혼자 외롭게 죽음을 향해 질주하는 거라고 생각해왔다. 지금 것 봐온 어르신들이 그런 모습이고, 직장과 개인적 관계 속에서 닮고 싶은 어른은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극소수였기 때문이었다. 한국이든 캐나다이든, 아프리카 아님 유럽 어느 작은 동네이든 상관없이 아재들은 다 그렇고 그런 아재들이다, 하고 어느새 결론 내렸다. 그러다 어제 멀리 사시는 친척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가 … [Read more...] about 당신의 천장은 얼마나 높은가요?
더 이상 앙코르는 없다
명절에 나를 부르던 엄마의 낯선 목소리. 아마 엄마는 그때 연극 중이었던 거 같다. 엄마가 맡았던 캐릭터는 '딸을 명절에 교육하는 착한 며느리'. 그 낯선 목소리가 너무 싫었던 건, 나는 그 연극에 동참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오랫동안 무대에서 내려오는 방법을 몰랐다. 내가 서 있는 곳이 무대인 줄 몰라서. 나 혼자 이 무대를 부술 수는 없지만, 함께 이 무대를 부수고 있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안다. 우리는 균열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금이 간 것들은 언제가 … [Read more...] about 더 이상 앙코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