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3학년 때였나. 딱 한 번 동기 여자애랑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다. 내가 미아리에 반지하 전세방을 얻어 독립하자 축하해 준답시고 같은 과 인간들이 우르르 몰려온 날이었다. 삼겹살에 라면에 늦게까지 소주도 진탕 마셨다. 그러다가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어느 순간 그 애랑 나랑 둘만 남게 되었다. 자정을 넘겨 막차도 끊긴 시간이었다. 너, 택시 탈 거지? 이렇게 물었더니 우리 집은 머니까 여기 잠깐 있다가 새벽에 첫차로 갈게. 아마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첫차라니. 지가 무슨 … [Read more...] about 부자가 되는 법에 관하여
세상에서 제일 글쓰기에 관해 솔직한 책
하나. 일단 ‘문장력 향상 72단계’ 같은 책은 읽지 마라. 어떤 테크닉을 배워서 습득하면 뭔가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은 대체로 쓸모없다. 다이어트 테크닉이 담긴 책을 백날 읽어봐야 살이 빠지지 않는 것처럼. 둘. 가급적이면 ‘글쓰기를 위한 100가지 법칙’ 같은 책도 읽지 마라. 그 많은 법칙을 외울 기억력이 있다면 사법시험을 쳐서 변호사가 되는 편이 훨씬 낫지. 셋. 누군가 단 한 사람에게 편지를 쓰듯 써라, 라고 알려주는 책도 있던데, 꽤 그럴 듯해 보이지만 … [Read more...] about 세상에서 제일 글쓰기에 관해 솔직한 책
독서 패턴을 바꾼 트렌드 11가지 사례
얼마 전 『워싱턴포스트』에서 지난 10년 동안 독서 패턴을 바꾼 트렌드를 분석해 그에 관한 사례 11가지를 소개했다. 아래와 같은 내용이다. 독립서점이 부활하고 체인서점이 무너졌다(온라인의 강자들은 할 수 없는 고객 경험 제공, 지역사회와 의미 있는 관계 형성). 아동 출판사들이 다양성 문제에 심각하게 접근하기 시작했다(성 소수자에 관한 표현, 흑인 작가의 도서 출간 증가). 그중에서 흥미로웠던 사례는 미스터리 분야에 출현한 여성 작가들의 활약(Girl took over)에 … [Read more...] about 독서 패턴을 바꾼 트렌드 11가지 사례
‘미스터리어스 북숍’은 어떻게 맨해튼의 명물이 되었나?
보통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 책의 매력을 아무리 설명해도 책에 흥미를 갖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책이 있어 읽어보니 재미있더라’는 체험을 한 적이 없다면 책의 세계에 깊게 발을 들일 수 없겠죠. 때문에 책방의 역할은 그 ‘최초의 한 권’과의 만남을 좀 더 매력적으로 연출하는 것입니다. 보통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 책을 알리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과 작은 수법이 필요합니다. 발상의 전환과 작은 수법. 『앞으로의 책방』을 읽고 가만히 돌아보니 그런 사례가 꽤 눈에 띈다. 이를테면 … [Read more...] about ‘미스터리어스 북숍’은 어떻게 맨해튼의 명물이 되었나?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죠
중학교에 막 들어간 무렵이었나. 우리 반에 구개구순열로 입술이 심하게 갈라진 아이가 있었다. 몇 번인가 수술을 했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들었다. 입학 초기에는 다들 서먹해서인지 별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놀리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당시에는 구개구순열이 뭔지도 몰랐다. 하긴 알았다 한들 그저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언청이”라고 부르며 따돌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으리라. 괴롭힘은 일상이었다. 여기까지도 충분히 나빴지만 더 나빴던 건 누군가 그 아이와 … [Read more...] about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죠
누나는 도쿄에서 미용사로 일한다
생일 기념으로 일본에 여행 왔다가 잠시 누나 집에 들렀다. 우리 누나는 도쿄에서 미용사로 일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곧장 일본으로 건너가 미용 기술을 배운 건 20년쯤 전이다. 일문학을 전공한 누나가 미용사가 될 줄은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오사카에서 장사를 해본 경험이 있는 우리 부모님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누나는 여봐란듯이 자리를 잡았고 일본인 남편을 만나 결혼까지 했다. 지금은 본인 명의의 건물을 소유한 미용실 사장님이다. 누나는 결혼하기 직전에야 이 같은 사실을 … [Read more...] about 누나는 도쿄에서 미용사로 일한다
테드 창의 글쓰기 원칙 3가지
영화 〈컨택트〉의 흥행과 함께 원작소설을 쓴 작가 테드 창도 화제인 모양이다. 열두 살 때 아이작 아시모프와 아서 클라크의 소설을 읽으며 작가로의 꿈을 키운 그는 「바빌론의 탑」으로 역대 최연소 네뷸러 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SF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바 있다. 당시 그의 나이는 스물셋. 그 후 20여 년간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함께 네 개의 네뷸러 상, 네 개의 휴고 상, 네 개의 로커스 상을 받는다. 흥미로운 건 그가 지금껏 발표한 작품이 중단편 15편에 … [Read more...] about 테드 창의 글쓰기 원칙 3가지
추리소설 거장 마쓰모토 세이초의 다섯 가지 진실
※ 문학평론가 조영일 씨가 쓴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북스피어)의 해설을 편집한 글입니다. 1. ‘세이초 공방설’과 그 진위에 대하여 미스터리, 시대소설, 현대사, 고대사... 한 사람의 두뇌에서 이렇게 폭넓고 깊이 있는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것은 누구라도 쉬 믿지 못할 모습이었다. 그래서 유령 작가가 따로 있다느니 집필 공방이 있다느니 하는 풍문이 나돌았으리라. 후지 야스에(藤井康栄,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 관장) 일본 근대 문학사를 … [Read more...] about 추리소설 거장 마쓰모토 세이초의 다섯 가지 진실
출판업자가 말하는 한국의 문고본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
출판사가 책값을 정하는 방법 우선 책값을 정하는 방법부터 살펴보자. 크게 두 가지 기준에 따라 책정된다. 하나는 책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 즉 원가를 계산하고 판매량을 예측하여 출판사가 손해를 보지 않는 선에서 정하는 방법. 다른 하나는 서점에 나가서 출간하려는 책과 비슷한 장르 및 비슷한 분량의 책을 일별한 후 그들의 가격과 엇비슷한 범위에서 정하는 방법이다.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일까. 전자가 합리적으로 보이고 후자는 다소 덜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나? 그렇다면 출판사는 어떤 … [Read more...] about 출판업자가 말하는 한국의 문고본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
2017 서울국제도서전 관전 포인트!
6월 14일 수요일부터 18일 일요일까지 코엑스에서 ‘2017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는 거 알고 계시지요? 어쩌다 보니 제가 이번 도서전의 ‘각종 재미있는 이벤트 담당’을 맡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간단한 브리핑을 해드릴 예정이오니 바쁘시더라도 한번쯤 거들떠봐 주시면 좋겠어요. 적어도 도서전을 구경하러 온 형제자매님들이 ‘아아 지금까지와는 달리 뭔지 모르게 재미있다’라고 여길 수 있도록 준비했으니까요. 1. 필사 서점: ‘시’를 처방해 드립니다 ‘필사 서점’은 사연을 … [Read more...] about 2017 서울국제도서전 관전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