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택트〉의 흥행과 함께 원작소설을 쓴 작가 테드 창도 화제인 모양이다. 열두 살 때 아이작 아시모프와 아서 클라크의 소설을 읽으며 작가로의 꿈을 키운 그는 「바빌론의 탑」으로 역대 최연소 네뷸러 상을 수상하며 단숨에 SF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바 있다. 당시 그의 나이는 스물셋. 그 후 20여 년간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함께 네 개의 네뷸러 상, 네 개의 휴고 상, 네 개의 로커스 상을 받는다.
흥미로운 건 그가 지금껏 발표한 작품이 중단편 15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과작에다 중단편뿐임에도 그는 SF계에서 내로라하는 상을 휩쓸고 SF독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다. 어째서일까?
하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알게 되기 전까진 쓰지 않는다
테드 창은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의 창작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개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오랫동안 생각해 본 뒤 사색한 내용이나 아이디어를 적는다.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알게 되기 전까진 글을 쓰지 않는다.”
작품을 쓰기 전 사전준비 작업도 철저한데, 가령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발표한 후에 현역 언어학자로부터 언어학에 대한 묘사가 “흠잡을 데 없다”는 극찬을 들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둘, 쓰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을 때만 쓰고 없을 때는 쓰지 않는다
테드 창은 하나의 작품 이후 그다음 작품까지의 간격이 길다. 어쩌면 그가 테크니컬 라이터라는 본업이 따로 있는 파트타임 작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2009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이뤄진 인터뷰에서 테드 창은 ‘자신이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극히 적습니다. 무언가를 쓰고 싶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분명히 하려는 것이고, 그 이야기 방식을 숙련되게 익히는 것입니다. 때문에 결코 멈추지 않고 진행 중인 과정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작가라는 존재지요.”
셋, 독자를 생각하며 쓴다
테드 창은 만약 프로 작가의 기준이 ‘소설을 써서 생계를 이어야 한다’고 정의한다면 자신은 프로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SF작가로서 갖고 있는 신념은 어느 전업 작가보다 투철하다. 작가 지망생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 달라는 질문에 그는 작가로서의 신념을 내비쳤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세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최대한 알기 쉽게 독자에게 표현하십시오. 설령 그런 사람들이 조금밖에 없다 하더라도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집념을 가지고 밀어붙일 것. 그렇게 하면 언젠가 자신의 독자와 만나게 될 겁니다.”
덧붙임
테드 창은 “내가 장편을 쓰지 않는 이유는 지금껏 떠올린 어떤 아이디어도 장편 소설이 될 만큼 길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랬던 그가 2010년 지금까지 발표한 소설 중 가장 긴, 영문으로 3만 글자 이상의 중편 소설을 발표했다. 인공지능(AI)을 가진 가상 애완동물을 다룬 이야기인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가 바로 그것이다.
단행본으로 발간된 이 작품은 여론과 독자의 극찬 속에 로커스 상과 휴고 상을 수상했으며 북스피어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가격은 8,800원. 영화 〈컨택트〉를 보고 작가에게 관심이 생겼다면 한 번 보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