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산책 편집자, 은행나무 편집자와는 지금까지 몇 차례인가 함께 여행을 가곤 했다. 종종 어울리다가 “이번 연휴에 시간 어때” 하는 얘기가 나오면 후다닥 짐을 싸서 다녀온다. 책을 만들어 먹고사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해외에 나가면 누가 먼저 제안하지 않아도 들리는 곳은 뻔하다. 서점이다. ‘이 나라에서는 책을 어떻게 만들고 팔리는가’ 하는 것은 늘 궁금한 대목이니까. 그래서 우리끼리는 이 모임을 ‘떼거리 서점 유랑단’이라고 부른다. 작년 가을 무렵에는 일본에 다녀왔다. 그때 교토의 … [Read more...] about 제목을 가리고 책을 팔아보자!
지하철 성추행을 눈앞에서 보고 나니
중화역 근처에서 자취하던 시절의 일이다. 보증금 500만 원에 월 30만 원 하는 반지하 단칸방이었다. 말이 반지하지, 빛이 전혀 들지 않았다. 집채만 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하여간 커다란 바퀴벌레도 심심찮게 눈에 띄곤 했다. 세탁기도 없고 TV도 없었다. 내가 빨래를 어떻게 했었는지 돌이켜 봤는데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왜 하필 중화역이었냐면, 북스피어 사무실이 학동역(7호선)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추억이 된 잡지 『판타스틱』을 따라 강남으로 간 건데 사무실을 옮기자마자 가장 … [Read more...] about 지하철 성추행을 눈앞에서 보고 나니
‘팬심’이 만들어낸 베스트셀러, <반지의 제왕>
톨킨의 <호빗>은 출간되자마자 굉장한 속도로 팔려 나갔다. 종이신문에 실린 호의적인 서평들, 그중에서도 톨킨의 오랜 문학적 동지인 C. S. 루이스의 지원사격의 힘을 얻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복잡한 설명이나 배경지식 없이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작용했으리라 생각한다. 그에 비하면 출간을 목표로 십 년 넘게 공을 들인 톨킨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반지의 제왕>은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호빗> 정도 수준의 후속편을 애타게 바랐던 … [Read more...] about ‘팬심’이 만들어낸 베스트셀러, <반지의 제왕>
언론으로 돌아본 책 사재기 마케팅의 역사
지난 번 <Le Zirasi> 3호에 실었던 글 가운데 지면의 부족으로 누락시켰던 기사를, 오늘자 보도까지 소급하여 전재한다. 우리 작가든 남의 작가든 뜨면 계약하자는 욕심, 얼마를 주든 비싸게 계약해도 팔면 된다는 맹신. 어떠한 수단을 동원하든 베스트셀러 목록에만 올려놓으면 알아서 팔린다는 오만. 이러한 작동원리에 따라 사재기는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최후까지 진행된다. 사재기를 주도하는 출판인들의 이러한 마음가짐은 15년 전이나 오늘이나 똑같아 보인다. 다만 15년 … [Read more...] about 언론으로 돌아본 책 사재기 마케팅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