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손이 절로 마우스로 간다. 밀린 외주 작업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또다시 사부작사부작 인터넷 조사를 해본다. '권리금' '매매' '양도' '위생교육' 따위의 키워드를 연달아 검색하며, 나는 또다시 나의 작은 가게를 오픈하는 달콤한 상상에 젖어 든다. 지난번의 교훈으로는 부족했을까? 나는 드리어 '이번에는 다를 거야'라는, 스스로에 대한 무한한 신뢰로 또다시 작은 가게를 준비해본다. 그러니까 이 모든 시작은 약 2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작은 가게를 오픈하고 싶었다. 내가 애장하는 … [Read more...] about ‘삽질’의 끝에 이룬 건 없지만, 후회하지는 않아요
아르바이트생에게 해고를 고했다
이제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목구멍에서 한참을 맴돌던 말이 그제야 튀어나왔다. 함께 할 수 없다니. 무슨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사도 아니고. 수십 번 곱씹었던 대사는 생각보다 식상하고 담담했다. 그런데 그녀의 반응도 담담했다. 되려 그녀는 나의 선택에 응원을 하며, 이제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 했다. 그렇게 나는 내 첫 아르바이트생, 노밍에게 해고를 고했다. "내게 일자리를 줄 수 없을까?" 노밍과 알게 된 것은 햇수로 따지면 2년 정도 된 듯하다. 그녀는 … [Read more...] about 아르바이트생에게 해고를 고했다
직장인에서 프리랜서가 된다는 것: 1년 후의 이야기
홀로 독립하여 '먹고사는 길'은 만만치 않다. 일을 계속 따오는 것도 일이고, 일을 하는 것도 일이고, 그 일이 내게 감당되는 수준이도록 관리하는 것도 일이다. 문득문득 그렇게 일에 치여 지내다 보면 '왜'라는 본질을 잊을 때가 많다. 그러니 홀로서기로 결심한 이상, '낭만'을 잊지 않도록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 2019. 8. 18 <직장인에서 '프리랜서'가 된다는 것> 中 달력을 문득 보니, 2020년도 어느덧 절반을 훌쩍 넘겼다. 모두가 멈춰 있는 듯한 한 해였지만, … [Read more...] about 직장인에서 프리랜서가 된다는 것: 1년 후의 이야기
을이 아닌 ‘나’라는 자세로
"을병" 말기 환자 - 다른 말로는 '호구'. 야, 이 호구야. 10년 넘게 진한 우정 자랑하는 손이 한숨 쉬며 얘기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레퍼토리처럼 반복되는 그의 넋두리도 이어졌다. "학교 다닐 때는 쌈닭인 줄 알았는데, 이거 완전 그냥 호구야 호구." 그의 말에 애정 어린 놀림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울컥하는 마음에 되받아친다. 다 맞춰주면서 하는 거지, 어떻게 나 혼자 맘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해! 10년 동안 내게 말싸움을 한 번도 지지 않은 손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 공격을 … [Read more...] about 을이 아닌 ‘나’라는 자세로
나의 지속적인 프리랜서 생활을 위하여
"영지 씨, 이직할 생각 없어?" 이번 주에만 세 번째 들은 질문. 어김없이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그의 질문이, 혹은 갑자기 질문이 튀어나온 그 맥락이 당황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질문을 말미암아 또 한 번 시험에 빠지는 나 스스로가 당황스러울 뿐이다. 멋들어지게 '아니요, 저는 1인 스튜디오나 거대한 호텔 사장님으로 성장하고 싶어요'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야속하게 본심이 먼저 튀어나온다. 어딘데요? 그의 설명이 길어지고 내 본심을 겨우 잠재운 후에야 완곡히 제안을 … [Read more...] about 나의 지속적인 프리랜서 생활을 위하여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
근래 계속 꿈을 꿨다. '아마도' 악몽을 꾸는 것 같다. 왜 '아마도' 악몽인지는, 근래 꿨던 꿈 내용을 들으면 확 와 닿을 것이다. 자기 전에 분명히 노트북을 껐다고 생각했는데, 꿈속에서 또 작업했다. 학교 졸업한 지가 언젠데 전학 가는 꿈을 꿨다. 그런데 전학 서류가 꼬여서 못 갈 뻔했다. 일어나서 '아 맞다, 나 졸업했지' 하고 엄청나게 안도했다. 꿈속에서 유니콘이 쫓아왔다. 태몽 아니냐고 가족들한테 얘기했다가 등짝 맞았다. 꿈은 무의식의 반영이랬다. 의외로 둔한 … [Read more...] about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
작가가 뭐길래
작가가 되는 날 일곱 살인가 여덟 살인가. 새벽부터 엄마는 숱도 없는 내 머리를 곱게 땋아 주었다. 그렇게 엄마 손에 이끌려 커다란 연회장에 도착했다. 무대 위에는 할아버지가 계셨다. 웅성웅성. 처음 보는 사람들의 연사가 이어진 후, 엄마에게 등 떠밀려 사람들 틈바구니를 비집고 나아가 할아버지께 꽃다발을 안겨 드렸다. 향수 냄새 짙은 어른들 사이에서 할아버지 손을 꼭 잡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집에 오는 내내 엄마에게 물었다. "오늘 무슨 일이야?" 그때 엄마가 대답했다. 할아버지가 작가 … [Read more...] about 작가가 뭐길래
직장인에서 ‘프리랜서’가 된다는 것
영지야, 네 글 친구한테 보여주었는데 친구가 그것을 읽고 용기를 얻어 퇴사했어! 고등학교 친구 L양이 들뜬 목소리로 내게 전했다. L양에게 분명 어떤 답변을 해야 하는데, 머릿속을 스치는 말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아뿔싸. 하지만 물론, 머리로만 되뇔 뿐 입으로 전하지는 않았다. 대신 겸연쩍은 축하 인사를 전했다. 허허, 축하드린다고 전해줘. 그렇게 나는 졸지에 '퇴사 선배'이자, 어쩌면 (사회의 일원으로서 4대 보험의 혜택을 받고 앞이 창창한 20대의) 퇴사를 종용한 사람이 되었다. 물론 … [Read more...] about 직장인에서 ‘프리랜서’가 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