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일을 쉬고 있는 친구 A가 있다. A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부모를 둔 덕분에 돈을 벌지 않고 미뤘던 공부를 하면서 지내고 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이 A를 순수하게 부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2년 정도 시간이 흐르자 일부의 시선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내거나 그럴싸한 직장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일까. 어떤 이들은 티가 날 정도로 A를 시기하고, 무시했다. “아직도 쉬고 있다고? 와, 부럽다. 앞으로는 어떻게 할 계획인데?” 말보다 표정과 어조로 불쾌감을 … [Read more...] about 걱정하는 척 상처 주지 말아요
문화
웹에서 나온 유튜버와 들어간 스타
시즌제 도입으로 예능 프로그램의 호흡이 짧아지면서 많은 웹 콘텐츠가 방송 프로그램으로 편성되고 있다. 웹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유튜버도 함께 브라운관으로 편입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브라운관에서 활동하던 스타들이 웹으로 진출해 단독 채널을 열고 있다. 예능 시장에서 웹과 브라운관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다각화한 플랫폼과 방송 채널 수 증가가 원인이다. JTBC는 유명 유튜버들의 방송 제작기와 일상을 담은 ‘랜선라이프’를 새로 올렸다. 대도서관, 윰댕, 벤쯔 등 인기 크리에이터들이 TV로 … [Read more...] about 웹에서 나온 유튜버와 들어간 스타
팍스는 결혼을 ‘위협’하는가, 안 하는가
나의 시누는 독일계 항공사 승무원으로 프랑크푸르트에 산다. 남편과 시누는 친하지 않지만 나와 시누는 친해서 시시콜콜한 얘기를 자주 나누는데, 지난 유럽여행 때 독일의 연애와 결혼 문화에 관한 얘길 했다. 독일에는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Pacte civil de solidarité, PACS) 즉 팍스와 유사한 생활동반자법이 있다. 팍스와 마찬가지로 동성 간 결합을 법적으로 지지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성애자들 역시 널리 이용한다. 파트너로서 실질적인 보호를 받으면서, 맺고 풀기는 훨씬 … [Read more...] about 팍스는 결혼을 ‘위협’하는가, 안 하는가
관계에서는 생색내고 알아주는 게 중요하다
관계에서는 생색내고 알아주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이상적인 관계에서는, 말없이 헌신하고, 묵묵히 인정하며, 각자 독립적인 어른으로 참고 견디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특히, 가까운 사이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고 홀로 견디는 것은 때로 '멋진 사람'으로 칭송된다. 또 잘해주고도 내세우지 않으며 온전히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는 식의 이야기가 떠돌곤 한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일상에서의 감각은 그와 많이 다르다. 그보다는 잘해주는 것, … [Read more...] about 관계에서는 생색내고 알아주는 게 중요하다
읽는 책을 돌아보고 관심 분야에 집중하게 하기 위한 독서관계도
제목에 신경을 썼다. 이 글을 왜 쓰는지 생각해 보고 싶었고, 읽는 이에게 도대체 가치가 있을 수 있나 싶은 회의적인 마음이 들어 집중해서 선언해봤다. 여러 권을 함께 읽는 병렬 독서 습관 군대 동기가 사물함에 책을 여러 권을 두기에 '그걸 다 읽냐'고 물었던 기억이 있다. 자신은 동시에 여러 권을 읽는 습관이 있다고 해서 매우 의아했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다. 그러던 내가 언젠가부터 그렇게 한다. 긴 시간의 공백이 있기 때문에 동기를 따라 한다고 할 수는 없을 … [Read more...] about 읽는 책을 돌아보고 관심 분야에 집중하게 하기 위한 독서관계도
젠더 폭력에 맞서는 기술
사람을 살리는 데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면? 3월 8일은 국제연합(UN)이 1975년에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에요. 이번 주 금요일이네요!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3월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으로 법정 기념일이 됐습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 철폐를 요구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범국민적 양성평등 인식을 확산한다는 의미를 담았대요. 여성의 날을 맞아 이번 포스팅에서는 마음이 좀 무거운 주제, 젠더 폭력에 대해서 다뤄보려고 해요. 어떤 나라에서는 공공연하게, (정도를 따질 수 있다면) 심하게, … [Read more...] about 젠더 폭력에 맞서는 기술
“왜 나를 낳았어요?”: 반출생주의 철학에 대하여
※ Quartz의 「Suing your parents for being born has philosophical support」를 번역한 글입니다. 인도 뭄바이에 사는 27살 남성 라파엘 사무엘 씨가 자신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자신을 세상에 낳았다는 이유로 부모를 고소했다는 뉴스가 많은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않은 태아의 동의를 얻을 방법이 사실상 없지만, 어쨌든 이렇게 고통스러운 삶을 시작하게 된 것이 자신의 선택은 아니었음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는 사무엘 … [Read more...] about “왜 나를 낳았어요?”: 반출생주의 철학에 대하여
“돈 대준다고 예술가를 가둘 수는 없지”
르네상스라는 문명사적 전환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탄생했다. 우리는 르네상스라고 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 보티첼리, 미켈란젤로와 같은 예술가들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역사의 미술관』 『지식의 미술관』 등 미술평론집 수십 권의 저자인 이주헌 미술평론가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미술가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실 미술가가 존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한 이들의 뒷얘기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역할을 한 메디치 가문에 초점을 맞춰 강연을 하겠다. 당대 피렌체의 … [Read more...] about “돈 대준다고 예술가를 가둘 수는 없지”
예술가들의 유명세는 작품이 아닌 친구 덕분
“현대 예술가들의 유명세는 작품이 아닌 친구 덕분”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었단다. 지난 2월, 미국 최대의 미술 포털 사이트 아트시(Artsy)에 실린 캐시 레서(Casey Lesser)의 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012년 뉴욕의 MoMA에서 개최된 〈추상의 태동: 1910-1925〉 기획전에는 전통적인 재현주의 예술을 탈피했던 80명의 예술가를 한자리에 모으고 이들의 친분 관계를 조사했다고 한다. 당시 큐레이터였던 레아 디커만(Leah Dickerman)은 콜롬비아비즈니스대학에서 … [Read more...] about 예술가들의 유명세는 작품이 아닌 친구 덕분
산(山)이 안겨준 3가지의 깨달음
어제는 휴일이었고 딱히 약속이 없었다. 그래서 집에서 도보 20분 거리의 산으로 ‘격한 산책’을 갔다. 곳곳에 암릉과 암봉이 있어 손과 발을 모두 써야 하므로 평소 신던 운동화 대신 트레킹화를 신었다. 나와 지인들은 '등산'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 꼭 정상에 올라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여 '등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격한 산책' 또는 '트레킹'이라는 단어를 쓴다. 휴일이라 그런지 꽤 사람이 많았다. 부모님을 따라온 아이들을 빼고, 자의로 온 사람 중 비교적 어린 … [Read more...] about 산(山)이 안겨준 3가지의 깨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