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페미니스트 사이 결혼에 관한 책을 쓰면서 삶의 복잡성을 느꼈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며 페미니스트로 살고 싶은데, 결혼 또한 하고 싶었던 것이다. 오랜 고민 끝 내가 알게 된 것은 페미니스트로 사는 것과 결혼하는 것 모두 잘못되지 않았으며, 배치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현실의 결혼은 물론 고칠 곳이 많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제도 안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욕망이 잘못일 순 없었다. 오히려 문제라면 제도를 통한 안정적인 결합이 이성애자 연인들에게만 … [Read more...] about 정답과 단선적인 사고가 아닌, 과정과 사유로의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역작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페미니즘을 알고 난 후 우리는 외롭지 않았다: ‘여자 공부하는 여자’
나와 남편은 아이를 가지려고 계획 중인데, 사실 나는 내심 두렵다. 결혼 후 4년간 우리의 가사 분배는 최적에 가까워졌다. 청결에 대한 기준이 달라 여전히 종종 부딪히지만 내가 출퇴근을 하고 프리랜서인 남편이 집에 있는 우리 집은 평등한 분배가 쉬운 편이었다. 특히 내가 요리로부터 물러나며 결정적으로 평화가 왔다. 이렇게 말하면 치사할까. 그 후로 나는 청소를 조금 더 한다고 쉽게 억울해하지 않는다. 성별에 따라 부과되는 역할을 조금씩 배반하면서 우리는 나름의 균형을 찾았다. 그러나 출산은 … [Read more...] about 페미니즘을 알고 난 후 우리는 외롭지 않았다: ‘여자 공부하는 여자’
팍스는 결혼을 ‘위협’하는가, 안 하는가
나의 시누는 독일계 항공사 승무원으로 프랑크푸르트에 산다. 남편과 시누는 친하지 않지만 나와 시누는 친해서 시시콜콜한 얘기를 자주 나누는데, 지난 유럽여행 때 독일의 연애와 결혼 문화에 관한 얘길 했다. 독일에는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Pacte civil de solidarité, PACS) 즉 팍스와 유사한 생활동반자법이 있다. 팍스와 마찬가지로 동성 간 결합을 법적으로 지지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성애자들 역시 널리 이용한다. 파트너로서 실질적인 보호를 받으면서, 맺고 풀기는 훨씬 … [Read more...] about 팍스는 결혼을 ‘위협’하는가, 안 하는가
연대, 투쟁, 승리의 기록: 『유럽 낙태 여행』
『유럽 낙태 여행』은 서울로 올라가는 비행기에서 글썽글썽하며 읽었다. 눈물이 헤픈 편인 나는 서로의 고통을 짐작하는 사람들이 연대하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서사에 특히 약한데, 여자들의 연대라니.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필시 나를 이상하게 봤겠지만 어쩔 수 없다. 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재미있었고, 감동적이었고, 아주 유익했다. 책은 예정에 없이 책방 무사를 방문했다가 샀다. 봄알람 팀이 유럽을 돌며 페미니스트들을 만나고 각국의 낙태권 현황을 알아본다는 대강의 기획은 알고 있었지만 내용을 … [Read more...] about 연대, 투쟁, 승리의 기록: 『유럽 낙태 여행』
연애의 갑과 을에 관한 명상
서로에게 홀딱 반한 두 연인이 욕정으로 가득 차 있을 때라도, 언제나 그들 중 한 사람은 더 침착하고 덜 몰두해 있는 법이다. 그 사람이 남자이건 여자이건, 수술집도의 또는 사형집행인의 역할이고 나머지 사람이 환자이며 희생자가 된다. 보들레르, 『벌거벗은 내 마음』 보들레르의 이 문장을 발견했을 때 나는 직감했다. 보들레르도 ‘을’이었음을. 언제나는 아니었을지언정 숱한 수술 집도와 형 집행을 당해왔던 것만은 분명하다. 관계의 권력 문제에 깊이 천착하는 이는 언제나 약자이기 … [Read more...] about 연애의 갑과 을에 관한 명상
자기성찰을 잘하는 사람이 연애도 잘한다
『내가 연애를 못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인문학 탓이야』라는, 내가 인문학을 해서 연애를 못 한다는 건지 인문학을 안 해서 연애를 못 한다는 건지 헷갈리는 묘한 제목의 책을 낸 이후 종종 연애강연을 했다. 그래도 명색이 ‘연애인문학’ 저자인데 보통의 연애강연을 할 순 없고 ‘기술’과 ‘심리’에 집중된 우리의 관심을 사랑에 대한 저마다의 사유로 돌리자는 얘길 주로 한다. 그러나 뒤풀이에 가면 역시 기술과 심리를 중심으로 연애상담을 하게 된다… 그날 밤의 호프집에서도 열심히 … [Read more...] about 자기성찰을 잘하는 사람이 연애도 잘한다
결혼생활에 필요한 건 사랑이 아니다
작년 연휴의 마지막 날, <가디언>에 실린 팀 로트(Tim Lott)의 결혼생활에 관한 칼럼을 번역했다. 전문은 블로그에 두고, 줄인 버전과 나의 코멘트를 옮겨왔다. 무엇이 성공적인 결혼을 만드는지에 대해 쓰고 싶지만, 안타까운 건 나도 그 답을 모른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건 원만하게 유지되는 결혼이 어떤 것인지인데, 그건 좀 다른 문제다. ‘행복한 결혼’에 대해서라면, 가장 먼저 이야기할 것은 과연 그런 것이 많이 있긴 한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대략 절반의 … [Read more...] about 결혼생활에 필요한 건 사랑이 아니다
꺼내 먹어요: 이별 이후를 견디고 있는 당신에게
이별 후의 행동들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나는 이별 후의 어느 밤을 클럽에서 보낸 적이 있다. 그가 비보잉을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쪽에 취미가 없는 내가 힙합클럽에 대해 아는 것은 모두 그로부터 들은 것이었다. 사람들 틈에 섞여 몸을 흔들면서 나는 내가 클럽에 온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그가 그리웠던 것도, 그와 마주치고 싶었던 것도, 새로운 만남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시간이 흐른 후에 이해했다. 그건 이미 사라진 말과 시간들 속에 잠겨 있는 한 … [Read more...] about 꺼내 먹어요: 이별 이후를 견디고 있는 당신에게
꺼내 먹어요: 이별 이후를 견디고 있는 당신에게
이별 후의 행동들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나는 이별 후의 어느 밤을 클럽에서 보낸 적이 있다. 그가 비보잉을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쪽에 취미가 없는 내가 힙합클럽에 대해 아는 것은 모두 그로부터 들은 것이었다. 사람들 틈에 섞여 몸을 흔들면서 나는 내가 클럽에 온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그가 그리웠던 것도, 그와 마주치고 싶었던 것도, 새로운 만남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시간이 흐른 후에 이해했다. 그건 이미 사라진 말과 시간들 속에 잠겨 있는 한 … [Read more...] about 꺼내 먹어요: 이별 이후를 견디고 있는 당신에게
행복하려면 이런 남자와 결혼하세요?
며칠 전 페이스북에서 <행복하려면 이런 남자와 결혼하세요>란 제목의 카드뉴스를 봤다. 한 페친이 공유해준 것이었는데, 1)연애할 때처럼 나를 늘 한결같이 사랑해주고, 2)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꽃 한 송이를 불쑥 선물할 줄 알고, 3)자상하고(잘 화내지 않고), 4)내가 존경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하(면서 나를 무시하지 않)고, 5)늘 내 편을 들어주고, 6)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 가정적인 남자와 결혼하라고 했다. 당연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어이 없어 하며 "이런 남자가 현실에 … [Read more...] about 행복하려면 이런 남자와 결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