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제 도입으로 예능 프로그램의 호흡이 짧아지면서 많은 웹 콘텐츠가 방송 프로그램으로 편성되고 있다. 웹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유튜버도 함께 브라운관으로 편입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브라운관에서 활동하던 스타들이 웹으로 진출해 단독 채널을 열고 있다. 예능 시장에서 웹과 브라운관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다각화한 플랫폼과 방송 채널 수 증가가 원인이다.
JTBC는 유명 유튜버들의 방송 제작기와 일상을 담은 ‘랜선라이프’를 새로 올렸다. 대도서관, 윰댕, 벤쯔 등 인기 크리에이터들이 TV로 진출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전달했다. 웹에서 그들의 방송을 지켜봤던 구독자들은 TV에서도 관심을 이어갔다.
지난 추석 특집으로 방송된 SBS 양세형의 ‘숏터뷰’도 애초 모바일 콘텐츠 브랜드 ‘모비딕’을 통해 처음 공개된 콘텐츠다. 기존 인터뷰 형식을 탈피해 출연자 별로 개성 넘치는 진행을 펼치는 게 특징이다. 지상파 황금 시간대에 디지털 콘텐츠가 편성된 것은 처음일 때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인기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도 안방극장에 진출해 화제가 됐다. JTBC2는 온라인에서 인기 있었던 ‘영국남자’ 를 30분 물 9편으로 묶어 정규 편성했다. 한국인 못지않게 한국을 사랑하는 영국인 조쉬와 올리가 2014년부터 음식을 중심으로 다양한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선보였다.
외전까지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과시했던 tvN ‘신서유기’도 웹예능으로 시작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비스되던 이 프로젝트는 네티즌의 인기에 힘입어 TV로 방송을 확장했다. 특유의 개성으로 더욱 다양한 시청자 층을 끌어안으며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이 브라운관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동안 브라운관에 머물던 스타들은 거꾸로 움직였다. <가로채널>은 100만 구독자 달성을 목표로 스타들이 크리에이터로 변신해 콘텐츠를 기획하는 도전기를 다뤘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9% 시청률로 시작한 <가로채널>은 꾸준한 시청률 상승세 속에 분당 최고 3.9%까지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신세경, 강민경을 비롯한 많은 브라운관 스타들도 자신만의 콘텐츠로 유튜브 채널을 열어 시청자와 소통하고 있다.
JTBC의 디지털 브랜드인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와썹맨’은 그룹 god의 맏형으로 데뷔한 박준형의 엉뚱한 매력을 앞세워 예능계까지 접수한 웹 예능 콘텐츠다. 네티즌들 반응을 시시각각 반영하는 형식과 박준형의 솔직함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와썹맨은 현재 유튜브 구독자 160만 명을 보유하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와썹맨은 단일채널로는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애초 JTBC2 예능 ‘사서고생’의 디지털 스핀오프 프로그램 ‘왓써맨’으로 시작했는데, 유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현재 포맷 ‘와썹맨’으로 진화한 뒤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쾌하고 리액션이 풍부한 박준형이 ‘직접 다채로운 체험을 통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인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스케이트보드 즐기는 법’, ‘빅뱅 승리 라멘집 리뷰’, ‘밴드 혁오와 가로수길 핫플 탐방하기’ 등을 진행했다. 온라인상의 각종 유머코드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솔직한 입담, 신선한 포맷과 차별화한 기획력 등을 인정받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2018 뉴미디어 콘텐츠상 예능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참신한 소재와 구성을 갖춘 웹 콘텐츠들이 브라운관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웹을 찾는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유튜브나 팟캐스트에서는 방송 규제에 구애되지 않고 개성을 드러낼 수 있어 다양한 콘텐츠의 힘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JTBC ‘스튜디오 룰루랄라’를 총괄하는 방지현 디지털콘텐츠허브 디지털 사업본부장은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와썹맨의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꼽았다. 예능 시장에서 시청자의 관심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는 시청자가 원하는 캐릭터를 끌어내는 것이다. 젊은 세대에 어필하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소통’도 중요하다. 웹 플랫폼의 자유로움은 두 가지 요소를 극대화하는 기반이다. 웹과 브라운관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콘텐츠의 다양성은 확장되고 있다.
원문: 단비뉴스 / 필자: 임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