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IGN 코리아에 실린 글입니다.
1977년. 당시 어떤 부제도 없이 스타워즈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는 열렬한 문화적 사랑을 통해 날개 돋친 듯 성장해나갔다. 현재까지도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는 영화는 물론이거니와 게임과 소설, 코믹북,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까지 영화가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갔다.
확장 세계관(Expanded Universe, 통칭 EU)이라는 이름 하에 하나의 거대한 은하계로 뭉친 스타워즈 세계관은 첫 번째 스타워즈 작품인 ‘새로운 희망’을 기준으로 수백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수백 년 후로 향하기도 하면서 여러 시대의 영웅들과 악당들, 그리고 평범하지만 역사를 새로 쓴 인물들을 조명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속 확장 세계관의 이야기를 찾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캐넌’과 ‘레전드’라는 두 단어의 의미와 비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확장하는 은하계
‘새로운 희망’ 개봉 이후 스타워즈의 확장 세계관은 비-영화 매체들을 중심으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1978년 2월 12일에 출판된 첫 번째 확장 세계관 소설인 『스타워즈: 심안의 조각(Splinter of the Mind’s Eyes)』을 시작으로 영화 속에서는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나의 거대한 은하계로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초대 스타워즈의 확장 세계관은 스타워즈 공식 소설 작가로 현재까지도 활동 중인 작가 티모시 쟌의 ‘쓰론’ 삼부작 소설을 통해 영화에서 파생된 이야기 또한 막강한 파급력을 선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팬들의 사랑을 등에 업은 채 폭발적으로 성장해나갔다.
시스와 제다이, 그리고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것들의 기원을 다룬 ‘스타워즈: 구 공화국기의 기사단’ 시리즈부터, 스타워즈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전쟁인 클론 전쟁기를 배경으로 한두 종류의 〈스타워즈: 클론 전쟁〉 애니메이션 시리즈, 먼 훗날 다른 은하계에서 스타워즈 은하계를 침공한 외계 세력을 다룬 『스타워즈: 신 제다이 기사단』 소설 시리즈까지.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는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의 시간대를 오가며 수천수만 개의 작품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난 40여 년간 무수한 작품들이 촘촘히 얽히고설키게 된 확장 세계관은 포화 상태에 도달했고, 결국 루카스의 마지막 스타워즈 영화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가 개봉한 이후 2014년 이전까지 각종 설정과 이야기가 끊임없이 충돌하게 되었다.
전설이 되다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는 뜻밖의 사건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소했다. 그 방식이 극단적이긴 했지만 말이다. 루카스 필름이 월트 디즈니사에 인수된 해인 2014년을 기준으로 새로운 프랜차이즈의 확장을 위해 기존의 모든 이야기가 초기화된 것이었다.
기존 영화 6부작과 당대 조지 루카스의 손길이 닿은 마지막 작품인 〈스타워즈: 클론 전쟁〉 애니메이션 시리즈, 그리고 클론 전쟁의 이야기를 다룬 코믹스 『다스 몰: 다쏘미르의 아들』 단 하나를 제외한 모든 이야기가 ‘레전드’ 이야기라는 이름 하에 비공식 이야기가 된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7: 깨어난 포스〉를 필두로 새로운 시대의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를 열기 위해선 빽빽이 정리된 기존의 설정이나 이야기와의 충돌이 불가피했기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오래전 머나먼 은하계의 ‘전설’이라는 낙인이 찍힌 작품을 제외한, 앞서 말한 작품들을 포함한 신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의 작품들은 ‘공식’이라는 의미를 지닌 ‘캐넌’ 이야기로 취급된다.
마블 코믹스가 설정과 이야기 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 고안해낸 ‘멀티버스’와는 달리, 캐넌 세계관과 레전드 세계관은 그 선을 공식/비공식 설정으로 확실히 긋는다. 그럼에도 기존에 레전드 세계관에 있던 이야기들이 캐넌 세계관으로 넘어온 경우가 없지는 않다. 사실 그러한 경우가 굉장히 잦다.
가장 단적인 예시로 과거 확장 세계관의 간판스타 중 한 명이었던 은하 제국의 ‘쓰론 대 제독’은 캐넌 세계관의 애니메이션 작품인 ‘스타워즈: 반란군’ 시리즈를 통해 캐넌 세계관에 정식으로 데뷔하게 되었다. 이처럼 특정 인물이건 이야기이건 레전드 세계관의 요소들이 캐넌 세계관으로 넘어올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 이야기가 실린 레전드 세계관의 원작 자체가 캐넌으로 인정받지는 않는다.
캐넌 세계관 나들이
이렇게 세계관 전체가 리부트된 스타워즈의 은하계는 올해로 대략 5주년을 맞이한다. 2014년 이후 루카스 필름 측을 거쳐 공개되는 정식 타이틀을 단 모든 매체는 캐넌 세계관 소속의 매체로 통한다. EA의 신 ‘배틀프론트’ 시리즈 속 이야기도, 현재 무수한 타이틀을 쏟아내는 마블 코믹스의 스타워즈 코믹스 속 이야기들도, 세계관 리부트 이후 벌써 세 번째 작품이 방영 중인 스타워즈 애니메이션도 모두 정식 이야기다.
2019년에 접어들어 활발하게 확장될 예정인 프리퀄 삼부작 시대의 캐넌 대표작들로는 〈스타워즈: 클론 전쟁〉 시리즈, 최근 국내에도 정발된 『오비 완과 아나킨』 코믹스 등의 작품이 있다. 클론 전쟁 시리즈의 경우 에피소드 2와 3 사이의 전쟁사를 120부작짜리 애니메이션으로 확장 시킨 작품으로, 올가을에 디즈니의 인수 이후 하지 못해왔던 정식 종영용 마지막 시즌을 방영할 예정이다.
한편, 현 스타워즈 캐넌 세계관의 가장 활발한 무대인 오리지널 삼부작 시대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존재한다. 기존 영화의 외전 격 작품들인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와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가 이 시대를 다룬 작품이다.
또한 스타워즈의 반란군 연맹의 기원을 다룬 애니메이션 〈스타워즈: 반란군〉 시리즈, 루크와 레아, 그리고 한의 모험담을 다룬 『스타워즈』 메인 코믹스, 그리고 시퀄 삼부작과의 시간적 간극을 메우기 위한 소설 『스타워즈: 애프터매스』 등의 작품들이 있다.
디즈니 체제 이후 가장 본격적으로 성장 중인 시퀄 삼부작 시점에는 새로운 영웅들의 이야기에 매료될 수 있도록 주연 캐릭터들에 맞춰진 작품들이 주로 출시된다. 저항군의 열혈 조종사인 포 다메론을 주연으로 하는 ‘포 다메론’ 코믹스 시리즈, 이제는 거성이 된 마지막 제다이, 루크 스카이워커의 일화를 다룬 소설 『루크 스카이워커의 전설』, 그리고 퍼스트 오더와 신 공화국 사이의 전운을 보여주는 신작 애니메이션 〈스타워즈: 저항군〉 등이 있다.
원문: IGN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