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세월호 편에 방영된 내용은 엄밀히 말하면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그알싶 제작진이 독자적으로 오랫동안 추적, 탐사한 정보들을 내놓았다기보다는, 그간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온 여러 사람들의 작업을 재구성하여 '지상파 방송화'한 것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런 기사들을 따라 읽어오지않은 내게는, 새로운 내용이 있었다. 1주기 무렵 세월호 사건의 법정 기록을 정리한 『세월호를 기록하다』를 읽고 몇 가지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었다. 일단 … [Read more...] about 그알싶 세월호 편을 보고
사회
세월호 2주기와 에로틱 아이러니
다애는 아침 일찍 학원에 갔나 보다. 고등학생이 되더니 제법 공부에 열의를 보인다. 기특하다 싶었는데 방에 들어서는 순간 짜증이 밀려온다. 방이 엉망이다. 침대며 책상이며 바닥이며 어디 한 군데 정리된 곳이 없다. 바닥엔 머리카락이 널브러져 있고, 책상은 책상인지 화장대인지 모를 지경이다. 학용품과 화장 용기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다. 한숨이 절로 난다. 다정이는 모처럼 푸욱 잤나 보다. 느즈막하게 일어나서 엄마가 시킨 과업을 열심히 수행한다. 세탁기의 세탁물에 피존을 넣고, 재활용 쓰레기를 … [Read more...] about 세월호 2주기와 에로틱 아이러니
중등교육과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하여: 『학교개조론』 이기정 교사 인터뷰
혁신을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교육개혁에 관한 목소리는 뜨겁지만, 비판에 그치지 않고 좋은 정책을 제시하는 일 또한 그렇다. 교육정책 전문가도, 교육 관료도, 정치인도 아니지만, 현장의 고민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책 대안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사람이 있다. 현직 고등학교 국어 교사 이기정이다. 이기정 교사는 교육 현실과 각 당사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편견은 에너지”이기도 하다면서, 실행하기보다는 안 되는 … [Read more...] about 중등교육과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하여: 『학교개조론』 이기정 교사 인터뷰
세월호 2주기: 대한민국에서 ‘피해자’로 살아간다는 것
1. 슬퍼하되 살려달라고 소리치면 안 된다. 그럼 미개한 국민이 된다. 2. 슬퍼하되 진상규명 위해 집회나 단식 등 과격한 방법은 쓰면 안 된다. 그러면 지지를 못 받는다. 3. 슬퍼하되 대통령이나 정부를 해경을 비판하면 안 된다. 그러면 지지를 못 받는다. 4. 슬퍼하되 너무 오래 슬퍼해도 안 된다. 그럼 피로감이 쌓이고 경제에도 영향을 준다. 5. 슬퍼하되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의 정치색도 검증해야한다. 시민단체 소속은 아닌지 노조 소속은 아닌지. 6. … [Read more...] about 세월호 2주기: 대한민국에서 ‘피해자’로 살아간다는 것
세월호 2주기: 서해페리호, 마우나리조트나 기억하라?
모 처에 쓴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글을 썼더니 흔한 어그로꾼 하나는 위안부 문제는 어디 가고 세월호를 파냐며 더럽다고 댓글을 달았고, 모 씨는 서해페리호랑 마우나리조트나 기억하라며 욕 댓글을 달았다. 앞의 비난이야 진보적인 사람이면 다 같은 사람인 줄 알고 그런 소리를 한 것 같으니 패스. 평화나비-총학 기호2번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 활동가들은 여전히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사실 저런 식의 발화의 실체는 대개 자기 자신의 관심이 떨어졌음을 증명하는 것밖엔 안 … [Read more...] about 세월호 2주기: 서해페리호, 마우나리조트나 기억하라?
한국 교육의 내신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 이 글은 글쓴이 이기정 선생님의 저서 『교육 대통령을 위한 직언직설』의 내용을 발췌·편집한 것입니다. 현 내신제도의 특징 우리나라의 학교 시험은 살벌합니다. 시험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교무실 출입문에는 경고문이 나붙기 시작합니다. '학생 출입금지, 시험문제 출제 중'. 대략 이런 경고문입니다. 교무회의 시간에는 교사가 시험감독을 할 때 지켜야 할 규정이 여러 번 반복해서 얘기됩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수많은 '작전지시'가 하달됩니다. 교사감독 유의사항이 … [Read more...] about 한국 교육의 내신 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숙제 대행 서비스로 변질된 공유경제 히트 상품, 누가 책임져야 할까?
※ Doug Bierend의 Medium에 게재된 "Disrupting the Classroom: How the sharing economy is creating a marketplace for cheating."을 번역한 글입니다. 니콜은 지난 2년 동안 100살이 넘은 할머니의 수발을 들었습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돈을 벌어볼 생각으로 니콜은 스터디풀(Studypool)이라는 웹사이트에 가입했습니다. “학생들의 질문이 해답을 줄 수 있는 나만의 과외 선생님과 만나는 곳”이라는 … [Read more...] about 숙제 대행 서비스로 변질된 공유경제 히트 상품, 누가 책임져야 할까?
기업 마케팅 담당자들이여, 페미니스트가 되어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 페이스북 계정에 30여 개 회원국의 성별 임금 격차를 보여주는 그래픽을 띄웠다. 우리나라는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로 30여 개 나라 중 맨 아랫단을 차지했다. OECD는 고용시장에서의 남녀 차별 수준을 모두 14개 잣대로 평가하는데, 우리나라는 대부분 OECD 평균보다 남녀 차별이 심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여성들은 이런 사회적 차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느끼지만, 이런 여성들에게 위협감을 느끼는 … [Read more...] about 기업 마케팅 담당자들이여, 페미니스트가 되어라
왜 여성은 여전히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는가?
Why Women Still Can’t Have It All(왜 여성은 여전히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는가)이라는 다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제목의 글을 읽었을 때, 공교롭게도 나는 출산휴가 중이었다. 첫 아이가 생기고 워킹맘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에 적응해나가던 시기. 그래서 그 글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같은 주제로 한 앤 마리 슬로터의 책이 출판된다는 소식을 알게 되어 아마존 장바구니에 넣고 손꼽아 기다리다 미국에서 배송되는 시간도 아까워 발간되자마자 이북으로 읽어내려갔다. … [Read more...] about 왜 여성은 여전히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는가?
도시의 미래: 낡은 것의 미래
반 세기 전이나 한 세기 전의 사람들이 미래를 상상할 때면 그들은 머리는 괴물처럼 크고 몸은 아주 빈약한 사람을 상상하기 쉬웠다. 그들이 느끼기에 가면 갈수록 머리는 많이 쓰는데 몸은 쓸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변할 것으로 생각되었던 것이다. 실제로 과거의 중국에서는 손톱이 길고 뚱뚱한 사람이 귀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귀족이 푸른 피를 가졌다고 말해졌는데 그것도 노동을 하지 않는 귀족들이 창백한 피부를 가져서 핏줄이 그렇게 보였던 것에서 기인했다는 말을 … [Read more...] about 도시의 미래: 낡은 것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