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이효리 선생은 말했다. 내 이름은 이효리, 거꾸로 해도 이효리. 마감도 마찬가지다. M-A-G-A-M, 마감은 거꾸로 읽어도 마감이라서 도대체 끝이 안 난다. 하나 간신히 막았다 싶으면 어김없이 다음 것이 찾아와 끝이나 시작이나 결국엔 똑같아지는 이 빌어먹을 회문(回文) 구조. 나 같은 글쟁이만 그러겠는가. 그림 그리는 자, 홍보회사 다니는 자, 디자인업계에서 일하는 자, 코딩하는 자, 심지어는 조별과제 PPT 만들어야 하는 자까지. 마감이란 언제 해도 즐겁지 않은 … [Read more...] about 마감인가? 폭망징조 빙고를 해보자
여성혐오와 비속어: 악의 없는 것들에 대해서
1. 농담이 아니라 진짜 많은 사람이 '여성혐오'라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은 이성애자 남성이고 여자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하는데 무슨 여성혐오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냥 좀 안타깝다. 모두가 뻔히 알고 있을 이야기. 여성혐오라는 개념은 '여성에 대한 확고한 편견'까지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다. 말하자면 여성을 그냥 동등한 인간으로 보는 게 아닌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 심지어 여성숭배 또한 여성혐오라는 동전의 뒷면에 불과하다. '아름다운 뮤즈'로 찬사를 보내는 … [Read more...] about 여성혐오와 비속어: 악의 없는 것들에 대해서
평양냉면, ‘취존’ 좀 합시다
1. 나도 평양냉면 좋아하지만 평부심 부리는 인간들 짜증 난다. 남한 사람들이 말하는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라는 냉면계의 양대산맥 모두 고작해야 지난 세기에 세워진 전통이 아닌가. 평양냉면은 동치미 국물에 메밀국수를 말아먹던 것에 꿩 육수가 들어가면서 평안도 꿩 국수가 되었던 것이 일제 강점기 '냉면'이란 이름 하에 정리된 것이고, 함흥냉면은 고기 육수와 고구마 전분 국수 조합에 가자미 회무침을 올려 먹던 함흥 회 국수가 분단 이후 '함흥냉면'으로 정리된 것이다. 이것이 남한에서 … [Read more...] about 평양냉면, ‘취존’ 좀 합시다
성주, 도대체 왜 그랬나.
1. 성주는 원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당원이 18,000명~20,000명 가량 되는 곳이었다고 한다. 개중엔 자신이 당원으로 등록된 줄도 모르고 당원으로 사는 이들도 있었다지만, 4만 9천여 인구 중에 등록된 당원만 그 정도 규모였다는 건 그 동네가 본디 엄청난 보수정당 텃밭이라는 의미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냐 싶은 이들도 있을 거다. 그런데 사실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니다. 잔뼈가 굵은 정당들은 보통 지역에 촘촘하게 인적 네트워크를 깔아놓는다. OOO 청년회, OOO 부녀회, … [Read more...] about 성주, 도대체 왜 그랬나.
차라리 당신의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라
※ 편집자주: 이 글은 이승한 칼럼니스트가 쓴, 비슷한 주제의 두 개 글을 병기하여 구성한 것입니다. 0. 이것은 단지 '내 생각'이다 바라건대 이 주제로 쓰는 마지막 글이 되었으면 한다. 딱히 답글에 대답할 생각도 없고. 동의 안 하시는 분들이라면 그냥 덤덤하게 agree to disagree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이건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라는 이야기이지, "내 생각이 옳고 당신의 생각은 그르다"라는 공격이 아니다. 1. 메갈리아4와 … [Read more...] about 차라리 당신의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라
계속되는 디스패치의 포스팅 ‘저널리즘’
유상무에 대한 내 감정이 몹시 안 좋다는 걸 전제로 하는 이야기인데, 디스패치의 유상무 여자친구 A씨와의 인터뷰와 유상무-A씨간 주고 받은 문자 내역 포스팅이(보도가 아니므로 포스팅이라 하겠음) 공익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다. 이미 유상무의 주장과 달리 신고자 B씨가 여자친구가 아니라는 보도가 나온 상황이다. 심지어 B씨가 여자친구인가 여부는 제대로 된 논점도 아니다. 만에 하나 설령 신고자 B씨가 여자친구였다 해도 상대의 동의 없이 이뤄진 성행위는 강간이다. 이건 부부 사이에서도 … [Read more...] about 계속되는 디스패치의 포스팅 ‘저널리즘’
작은누나를 다시 만나면,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이 글은 작년 오늘 자의 글을 재구성/발행한 것입니다. 아래는 2년 전 오늘 쓴 글이다. 2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세상은 여전히 비장애인 위주로 설계되어 있고, 장애인들은 2등시민 취급을 당한다. 페이스북의 관심종자들은 장애인 비하로 '좋아요'와 리플을 구걸한다. 폐허다. '나만의 공간'의 조건 자립심이 강한 건지, 일찌감치 삐딱선을 탔던 건지. 어려서부터 난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단 생각을 곧잘 했다. 그게 고작 열한 살 열두 살이던 … [Read more...] about 작은누나를 다시 만나면,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여혐’ 지적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1. 음악계 주변에서 일하는 이들과 이야기하다가 보면 종종 "이 씬도 여혐 정서가 심해요."라는 이야기를 (장르 불문하고!) 듣게 된다. 그런데 어디 음악만 그러랴. 영화판에 가도 그렇고 TV 업계에서도 그렇다. 이쯤 되면 그냥 종사자 한 두명의 일탈이나 특정 씬, 특정 업계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우리 모두가 여혐 정서를 어느 정도 탑재한 채 살고 있다고 의심하는 게 빠를 것이다. 그게 의식적인 선택이었든, 받은 교육 탓에 부지불식 중에 일어난 일이든간에 말이다. 그럴 … [Read more...] about ‘여혐’ 지적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여혐러와 소라넷 유저들을 위한 FAQ
※ 편집자 주: 지난 12월 26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범죄조장 사이트 소라넷의 실태를 밝혔을 뿐 아니라, 우리도 모르는 새 우리와 이웃하고 있던 숨은 여혐러들과 소라충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이들을 위해 섹스와 관계의 원칙과 절차, 그리고 여성들의 행동 해석에 대한 FAQ(Frequently asked questions)를 준비해보았습니다. Q. 여자가 야한 옷을 입으면 남자들 보라고 입는 거 아니냐. 아닙니다. 거울 … [Read more...] about 여혐러와 소라넷 유저들을 위한 FAQ
그 아재(들)의 사정
세 가지 사례. 어제 모 행사 중간, 담배를 태우러 나왔다가 모금통을 들고 돈을 달라는 노인분을 보게 되었다.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좋은 마음에 가지고 있던 동전 중 얼마를 드렸는데, 왜 오백원짜리 하나는 남기고 주느냐며 다 넣으라고 역정을 냈다. 반말이었다. 행사가 끝나고 촬영을 맡았던 여자 PD님이 장비를 1층으로 내리는 걸 거들어드렸는데, 회사 차량을 기다리는 동안 또 다른 노인분이 오셔서는 한겨레 창간과 자신의 인생역정에 대해 시끄럽게 떠들며 훈계를 하기 시작했다. … [Read more...] about 그 아재(들)의 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