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지난 12월 26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범죄조장 사이트 소라넷의 실태를 밝혔을 뿐 아니라, 우리도 모르는 새 우리와 이웃하고 있던 숨은 여혐러들과 소라충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이들을 위해 섹스와 관계의 원칙과 절차, 그리고 여성들의 행동 해석에 대한 FAQ(Frequently asked questions)를 준비해보았습니다.
Q. 여자가 야한 옷을 입으면 남자들 보라고 입는 거 아니냐.
아닙니다. 거울 보고 만족하려고 입습니다.
Q. 여자가 술에 만취하면 그게 뭐냐. 잡아 잡수란 뜻 아니냐.
아닙니다. 그냥 술이 고픈 겁니다.
Q. 왜 외롭다고 하면서 나랑은 안 자냐.
외로운데 님하고는 자기 싫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외롭다는 건 그냥 외롭다는 거지 남자랑 자고 싶다는 말과 늘 동의어인 건 아닙니다.
Q. 여자들은 왜 착한 남자들을 농락하면서 자주질 않냐.
같이 자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어야 같이 잡니다. 그리고 우린 상대와 섹스하고 싶어서 잘 해주는 사람을 보고 ‘착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냥 잘 해주는 사람을 ‘착한’ 사람이라고 하죠.
Q. 그 매력이란 게 결국 명품 백 사줄 만큼 돈이 많거나 존나 잘 생기거나 그래야 하는 거 아니냐.
돈 없는 존못들도 나름대로 매력발산해서 연애 잘 하고 사는 사람들 많습니다.
Q. 여자가 밤늦게 혼자 다니면 안 되는 거 아니냐. 세상도 위험한데 겁도 없이.
위험한 세상이 잘못된 거니 세상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닙니까.
Q. 섹시하다고 칭찬했는데 왜 화를 내지?
상대는 님을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났는데, 님은 상대를 이성애자 남자 대 이성애자 여자로 만나고 있단 걸 드러냈잖아요.
Q. 요즘 여자분들답지 않게 정결하시고 순수해 보이신다고 했는데 또 화를 내더라?
‘요즘 여자’를 대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드러내신 거고요. 지금 은연 중에 성적 주체가 되는 걸 포기하고 객체로 살아가는 여성의 삶이 더 이상적인 것 같다는 편견을 드러내신 겁니다.
Q. 섹스 테이프 같은 건 왜 찍냐, 조신하지 못하게.
우린 너님이 골방에서 딸딸이 치고 화장실에서 똥 싸는 걸 두고 조신하지 못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그 결과물을 너님 허락 없이 인터넷 상에 풀면 그 사람을 보고 미쳤다고 하겠지요. 남이사 뭘 하든. 그게 본인 동의 없이 유출되는 게 문제 아닙니까?
Q. 어차피 최음제 먹으면 상대도 느끼기 좋아지는 거니 피차 좋은 거 아닌가?
히로뽕의 어원은 ‘Philopon’입니다. 사랑한다는 뜻의 ‘Philo’와 노동이란 뜻의 ‘Ponos’의 합성어인데요. 1941년 다이니폰 제약 회사가 만든 메스암페타민의 제품명이죠. 이 약의 목적은 과도한 노역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에게 투약해 그들로 하여금 고통을 잊고 중독상태에서 강제적 노동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거였습니다.
님 일하기 힘들죠? 그런데 님네 고용주가 어차피 히로뽕 맞으면 너님도 덜 힘들게 일할 테니 피차 좋은 거 아니냐며 너한텐 묻지도 않고 몰래 히로뽕 놓고 너님이 정줄을 놓은 사이에 최저임금도 안 주며 하루 14시간 일만 시킨다고 생각해보세요. 너 같으면 좋겠습니까 그게?
Q. 한국의 성문화는 너무 억눌려 있어. 이렇게 성을 누릴 수 있는 탈출구가 하나라도 있는 게 좋지 않나?
술이나 향정신성 약물에 의존하지 않은, 위계나 위력을 통해 강요되지 않은, 대등한 조건에서 맺어진 합의만 있으면 당신들이 뭘 하든 제가 알 바 아닙니다. 쓰리썸을 하시든 포썸을 하시든 스와핑을 하시든 Orgy를 하시든 밖에서 하시든 안에서 하시든 원나잇을 하시든 지속적인 파트너를 두시든 제 알 바 아니에요. 즐겁게 섹스하세요. 저도 섹스 좋아하고요. 한국이 섹스에 대해 더 밝은 곳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논의하는 사회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님들 하는 일 중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영상 및 사진 공유,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섹스 아닙니까? 그건 그냥 범죄고요. 그게 문제가 될 걸 아니까 자꾸 홈페이지 주소가 바뀌는 거 아닙니까? 그게 한국의 성문화를 양지로 꺼내는 일입니까? 더 음습한 곳으로 처박아 두는 짓이지?
Q. 솔직히 너도 야동 보잖아. 지도 밝힐 거 밝히면서 아닌 척 더러운 새끼.
네. 누가 욕망이 없대요? 이게 무슨, 파괴 욕구가 치밀어 올라 액션영화를 보는 사람하고 파괴 욕구가 치밀어 올라 스너프 필름 보는 사람하고 등가비교하는 이상한 경우래요?
Q. 100만 회원이 존재하는 커뮤니티라는 건 그게 여론이란 뜻 아닐까?
바보 같고 반인륜적인 주장을 100만개 모아온다고 그 주장의 질이 상승하지 않습니다. 그냥 100만개의 바보 같고 반인륜적인 주장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 너님을 아무 이유 없이 사형시키고 그 재산을 다 몰수해 나눠갖자고 주장하는 사람을 100만명 모아 온다고 해서 그게 옳은 주장은 아니고요.
- 유대인 학살에 대해 별다른 고찰 없이 수긍하거나 묵인한 나치 치하 독일의 여론은 여론이니까 존중해도 되는 거였습니까?
Q. 이런 게 문제인 건 알겠는데, 남자들이 죄다 이렇다고 생각하는 여자들의 일반화가 더 문제 아닌가? 싸잡아 욕하니까 지지하려던 사람들도 등을 돌리잖아?
행자부 주민등록인구 통계 상 2015년 8월 기준 남성 인구는 2573만 212명입니다. ‘남성운동가’를 자처하는 누군가가 SNS에서 그러더군요. 소라넷 회원이 100만이고 그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남초커뮤니티 화력이 수백만이니 메갈리아와 붙어도 화력에서 안 진다고.
수백만이 얼마인지 모르니 그냥 소라넷 회원과 안 겹치는 인구수가 100만이라고 잡아보죠. 남자 스물 다섯 명 중에 한 명은 소라넷 회원이고 다른 한 명은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셈이네요. 남자 열 두셋 중에 한 명이 이렇단 겁니다. 님 같으면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남자들 열 두셋 중에 한 명이 님의 개인정보를 노리고 님에게 마약을 투약해 돌아가면서 성추행을 하려는 사람일지도 모르는데, 그게 겉으로 봐선 언 놈이 그럴지 알 방법도 없는데, 일반화를 안 하게 생겼습니까? 그게 ‘성급한’ 일반화라고요?
기분이 나쁘시면 님도 소라넷 폐지에 힘을 보태세요. 왜곡된 성문화에 저항하세요.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삶의 궤적으로 증명하세요.
Q. 아, 다 알겠는데, 계집애들이 너무 따박따박 쏘아붙이는 게 싫어. 그렇게 잘난 척을 하고 싶나?
잘난 척이 아니라, 지능과 감정을 지닌 사람의 자연스러운 의사표현과 합리적인 문제제기입니다. 여자도 사람이란 걸 이제 그만 인정하세요.
Q. 이렇게 이야기하면 여자들이 너한테 뭐라도 해줄 거 같냐. X빨새끼.
희한한 발상이네요. 1+1=2라는 공식을 소리 내어 외친다고 해서 수학자들이 저에게 호감을 가지지 않습니다. 중력이 작용하는 곳에서 액체상태의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사실을 말한다고 해서 물리학자들이 저와 동침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한다고 해서 왜 여자들이 제게 호감을 가질 거라고 생각하죠?
출처: 이승한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