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무에 대한 내 감정이 몹시 안 좋다는 걸 전제로 하는 이야기인데, 디스패치의 유상무 여자친구 A씨와의 인터뷰와 유상무-A씨간 주고 받은 문자 내역 포스팅이(보도가 아니므로 포스팅이라 하겠음) 공익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다.
이미 유상무의 주장과 달리 신고자 B씨가 여자친구가 아니라는 보도가 나온 상황이다. 심지어 B씨가 여자친구인가 여부는 제대로 된 논점도 아니다. 만에 하나 설령 신고자 B씨가 여자친구였다 해도 상대의 동의 없이 이뤄진 성행위는 강간이다. 이건 부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부나 연인 사이라도 각 개인이 상대에게 종속되지 않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지닌다는 것은 1980년대부터 천천히 시대의 상식이 되어갔고, 이에 따라 한국에선 2009년 부산지법, 2013년 대법에서 부부 사이의 강간을 인정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유상무의 여자친구 A씨를 인터뷰하고 A씨와 유상무가 서로 주고 받은 사적인 메시지를 공개하는 행위가 “유상무라는 사람은 얼마나 나쁜 사람인가”를 공공연하게 전시해서 망신을 주는 것 외에 어떤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가? 기사에 공익적 기능이 있긴 있는가?
정 ‘유상무가 거짓말을 하고 있냐 아니냐’가 진실공방이 되어버린 이번 사건의 중요변수라 생각해 알려야 한다 판단했다면 그냥 “취재 결과 유상무의 여자친구라고 주장하는 취재원을 확보했으며, 두 사람이 연애 중이라고 믿을 충분한 증거도 확인했다” 정도만 보도했어도 됐을 것이다.
우리는 유상무가 나쁜 사람이라서 이 사건을 주시하는 게 아니다. 그가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를 떠나, 실질적으로 범죄가 일어났는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 이 사건을 주시하는 것이다. 주고 받은 문자 내용 같은 내밀한 사생활을 공개해서 게시물(그런 건 뉴스가 아니므로)의 자극도를 높이는 디스패치의 행태를 저널리즘이라고 말하면 안된다.
원문: 이승한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