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베스트 저장소가 유니코드 국제표준문자 광고후원을 통해 사실상 세월호 희생자들을 조롱하고 있다. 아마도 4월 20일에서 21일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연합뉴스는 기사를 통해 세월호 리본이 컴퓨터 문자로 영원히 남게 되었다고 밝혔다. “노란 리본이 ‘리멤버 0416(Remember 0416)’이라는 이름으로 유니코드협회의 ‘채택 (후원)문자(Adopted Characters)’로 등재됐다”, “한번 채택 문자로 등록되면 그 효과가 영구적”이라고 보도한 것. 연합뉴스 발이니 당연히 모든 언론이 퍼날랐고, 이에 사람들은 깊은 감동을 느꼈으리라.
그러나, 냉정히 말해 이는 초대형 오보이다.
유니코드협회(Unicode Consortium)는 후원금을 내면 원하는 유니코드 문자의 ‘후원자 명단’에 원하는 이름을 넣어주는 문자 입양하기서비스를 제공한다. 골드레벨(5000달러)은 후원자 1명만 이름을 올릴 수 있지만 브론즈레벨(100달러)는 수십 명, 수백 명의 이름도 올릴 수 있다.
즉, 후원금이 접수되어 입양 문자 목록에 등재된다고 해서 유니코드 문자의 의미가 바뀌거나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누군가가 이미 2014년부터 전세계 표준 유니코드 문자로 등재되어 있던 “기억의 리본”이라는 에모지 문자(이모티콘)의 후원자로 ‘REMEMBER0416’을 올린 것 뿐이다.
연합뉴스는 이를 두고 마치 해당 문자의 의미가 “세월호 추모”로 바뀐 것처럼 오해하고 엉터리 기사를 썼다. 일부 언론은 “노란 리본”이 표준으로 등재된 것처럼 쓰기도 했다. 사실은 스마트폰마다 리본의 색깔이 다르다. 심지어 한국산 스마트폰에서조차 그렇다.
문제는 더 커졌다. 일베저장소 애들이 이걸 보고 비웃으면서, “Remember 0509 중력절 기념 일간베스트 저장소 일동”이라는 광고를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곳(기억의 리본 이모티콘)에 올려버린 것이다.
이걸 연합뉴스 기사 식으로 이야기하면, 세월호 기억리본 이모티콘을 일베저장소 애들이 영원히 조롱하는 기록이 남게 된 셈이다.
세월호 참사가 보여준 우리 사회의 단면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속보 경쟁에 따른 잘못된 보도의 양산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세월호를 추모하는 마음에 누군가가 그 문자를 입양후원했다고만 기사를 썼어도 충분히 뜻깊었을 것이다.
※ 내용추가: 오전 11시경, 유니코드 입양문자 목록에서 “기억의 리본”이 사라졌다. 누군가 문제제기를 접수한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사항이 파악되는 대로 본문을 보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