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탁 내만복(‘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정책위원이 용기있는 글을 썼습니다. 세금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위한 글입니다.
소득탈루율은 2003년에 25.3%였으나,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12년에 20.8%로 추정됐습니다. 다수의 자영업자가 소득탈루를 하고 있다는 국민적인 상식과 비교하면 좀 낮은 것 같습니다. 소득별로 보면 고소득층의 탈세율이 높습니다. (…)
양면적인 느낌이 듭니다. ‘아직도 자영업자 세금탈루액이 많구나’라는 느낌도 있지만, ‘그래도 최근에 많이 줄어들었네’라는 생각도 듭니다. (…) 제도를 조금씩 보완해 나가서 추가적으로 자영업자의 세금이 4~5조원 정도 늘어난다고 하면, ‘자영업자들이 세금 탈루하니 나도 세금 못 내겠다’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 홍순탁, ‘자영업자는 세금 탈루 주범? 오해입니다‘(오마이뉴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10년, 20년전에 비해 과세인프가가 갖춰가고 있습니다.
보통 주식투자 이익에 세금 매기지 않는다 알려져 있지만 과거 시가 100억원이었던 비과세 기준이 (50억원으로 내려온 후) 2016년부터 25억으로 낮아졌고, 금융소득종합과세는 2013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내려왔습니다. 부동산 임대소득 과세도 국세청, 국토부와 자료를 공유하기 시작했구요. 제한적이지만 종교인 과세도 시행령에 명시되었습니다. 비용공제율이 높지만 근로소득자도 상당히 공제 받고 있고요.
물론 아직도 부족합니다. 더 가야 합니다. 그럼에도 변화된 현실은 ‘있는 그대로’ 봅시다. 여전히 과거 잣대로 세금 불신을 지나치게 조장하는 언론, 정치권의 태도는 곤란합니다.
세금정치: 조세저항이 커지면 누구에게 이익일까?
‘세금’에 대해 공식 교육이 없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매달 월급에서, 매일 물건마다 세금을 내는 시민에게 결코 세금 교육을 시키지 않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헌법이 자신의 구성원에게 세금을 내라고 ‘의무’를 부여했으면, 공식 교과에서 ‘세금’ 교육을 시켜줘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여기서 조세 저항을 부추기는 ‘세금 정치’가 작동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금은 상당수가 ‘어떤 안경을 쓴 혹은 기사상업주의에 구속된’ 언론에 의해 제공된 것이구요. 조세 불신과 저항이 커질수록 가장 웃는 계층은 누구일까요? 정작 우리는 누구를 위해 세금에 저항하고 있을까요?
부자감세 철회를 말합니다. MB의 ‘부자감세’는 소득세, 법인세, 종부세 인하였죠. 맞습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 소득세는 사실상 철회할 거 없습니다. 최고세율은 35%에서 38%로 오히려 인상됐습니다.
- 법인세 원상회복해야 하는데 25%로 세율 올려도 세수는 연 5~6조원 정도입니다. 애초 20%까지 인하였었는데 22%까지만 인하하는 것으로 바뀌었지요. 이후 일부 대기업 감면 줄고 있구요. 부족하지만 최저한세율도 올랐습니다.
- 종부세가 심각한데 근래 부동산시장 여건에서 만만하지 않네요. 정치권에서 종부세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이유이겠지요.
토목 지출을 줄여야 한다 말합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이 분야 지출이 많았지만 이제는 절대액에서 줄고 있습니다. 재정에서 SOC 지출 비중이 2005년 10.5%에서 2015년 6.6%로 내려왔고 중기재정계획에선 2019년 4.5%로 낮아질 예정입니다. 사실상 토목이 포화상태이고 재정압박에 시달리는 정부/지자체들이 일부 사업에서 민자방식에 의지하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박원순 시장도 경전철을 민자로 하겠다 하실까요.
다른 재정지출을 줄이자구요? 우리나라 재정규모는 2016년 GDP 32%로 거의 50%에 육박하는 유럽국가에 비해 애초 작습니다. 게다가 의무지출, 경직성 경비(인건비), 국방비 등을 빼면 실제 정부가 예산편성에서 재량을 가진 지출은 약 37%(2016년 기준)에 불과합니다. 물론 국방비 같은 항목이 있지만 당장은 어렵겠지요. 이번 총선에서도 정당들이 재정지출을 줄여서 재정을 마련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는데, 매번 ‘뻥’으로 귀결되었던 것은 의지 부족 문제도 있지만 현실적 한계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도깨비 방망이는 없다
요약하면, 어디선가 두드리면 재정이 확보되는 ‘도깨비 방망이’는 없습니다.
- ‘부자감세 철회’, 지금 그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 ‘재정지출 개혁’, 물론 필요합니다만 구조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 ‘지하경제양성화(탈루소득 과세)’, 시간이 걸리고 일부 개선이 진행 중입니다.
이런 면에서 총선에서 유력정당들의 재정공약을 보면 한숨만 나오지요…
결국 증세입니다. 2013년 국민부담률이 한국 GDP 24%, OECD 34%입니다. 금액으로 부족한 GDP 10%는 약 150조원에 해당됩니다. 우리는 OECD 평균에 비해 매년 150조원의 세금(사회보험료 포함)을 덜 내고 있습니다. 복지국가를 외치며서 말이죠.
조세개혁운동이 필요하다
과세인프라 개혁과 동시에 세율 인상 혹은 사회복지 목적세 도입 등 증세 논의가 본격화돼야 합니다. 누리과정 예산 갈등도, 물론 책임은 중앙정부에게 있지만, 결국 ‘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할까, 중앙정부가 국채를 발행할까’의 문제(중앙정부 적자 2015년 38조원, 2016년 37조원 예상)입니다.
종합적인, 그리고 권위를 지닌 조세개혁운동이 절실합니다. 과세인프라, 지출개혁, 증세 등의 종합 로드맵을 마련하고, 복지국가의 비전을 공유하며, 세금을 내는 시민, 시민단체들이 직접 참여하는 ‘세금정의 시민운동’을 기대합니다.
원문: 오건호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