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교회인가 흔히 교회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지지만, 사실 개신교 교회는 균질적인 집단이 아니다. 교황청을 중심으로 비교적 보편적이고 단일한 체계를 유지하는 가톨릭과 달리, 개신교 교회는 가톨릭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뒤 심지어 지금도 끊임없이 분화되고 있는 수많은 교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처럼 사제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며, 신자 누구나 하나님께 예배할 수 있다는 만인제사장설을 채택하고 있기에 더욱이 이런 분열은 필연적이다. 많은 개신교회가 사회 이슈마다 극우적인 목소리를 … [Read more...] about 개신교회는 왜 싸잡혀 욕을 먹을까
사회
나이듦: 더 이상 친절하지 않은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
내게는 종종 거짓말 같은, 낯선 이들과의 해프닝이 일어난다. 오늘 오후 분리수거를 하려고 박스를 바리바리 짊어지고 나가는데 맞은편 복도에서 이보세요, 이보세요, 하고 부르는 연약한 목소리가 들렸다. 무시하려다가 고개를 꺾어 보니 한 할머니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문 좀 열어주세요." 문을 열어달라니? 나는 어리둥절한 채로, "저는 문을 못 여는데요. 열쇠가 있어야죠." 했더니 "나도 열쇠가 없는데..." 하셨다. 10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집에 문이 안 열린다며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 [Read more...] about 나이듦: 더 이상 친절하지 않은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
행복하려면 이런 남자와 결혼하세요?
며칠 전 페이스북에서 <행복하려면 이런 남자와 결혼하세요>란 제목의 카드뉴스를 봤다. 한 페친이 공유해준 것이었는데, 1)연애할 때처럼 나를 늘 한결같이 사랑해주고, 2)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꽃 한 송이를 불쑥 선물할 줄 알고, 3)자상하고(잘 화내지 않고), 4)내가 존경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하(면서 나를 무시하지 않)고, 5)늘 내 편을 들어주고, 6)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 가정적인 남자와 결혼하라고 했다. 당연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어이 없어 하며 "이런 남자가 현실에 … [Read more...] about 행복하려면 이런 남자와 결혼하세요?
진화하는 탈세와의 질 수밖에 없는 싸움
탈세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기술에는 패러다임이 있다. 아주 예전, 삼성의 이재용이 BW를 이용해 상증세를 포탈했을 때, 기업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무릎을 쳤다. 시민단체는 땅을 쳤겠지만 그분들의 사고체계는 다르다. 한동안 유행이 됐다. 워런트, BW, CB 등등. 신종이라고 이름이 붙은 증권은 다 가져다가 장난을 쳤다. 그 구멍이 막히는 데 한참이 걸렸다.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정의선이 글로비스를 만들어 현대차의 물류 일감 몰아주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상증세 … [Read more...] about 진화하는 탈세와의 질 수밖에 없는 싸움
‘여성 카드’를 써보세요, 다양한 혜택이 따라옵니다
※ 이 글은 워싱턴포스트지의 'Play the ‘woman card’ and reap these ‘rewards’!'를 번역한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 힐러리 클린턴이 남자였다면 5%도 득표하지 못했을 것이다. 클린턴이 가진 것은 ‘여성 카드’ 뿐이다.” 경선에서 승승장구 중인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주에 한 말입니다. “여성 카드”란 말, 왜 안 나오나 했네요. 여성카드가 뭐냐구요? 저도 이 “여성 카드”라는 것을 수 년째 소지하고 있습니다. 정말 … [Read more...] about ‘여성 카드’를 써보세요, 다양한 혜택이 따라옵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망각되는 언론의 책임에 대해
지난 주말, 조선일보 토요판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글 제목은 "잘생긴 내 친구"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잘 생긴 내 친구에 대한 내용. 얼마 전 “간장 두 종지”라는 칼럼으로 조선일보 인근 중국집 일대에 큰 파문을 일으키며 인당 간장 한 종지가 적절한지 부적절한지에 대한 때아닌 토론을 이끌었던 한현우 주말뉴스부장의 글이었다. “대학 입학시험 명칭이 학력고사이던 1980년대 어느 날, 학력고사가 끝난 뒤 서울 P고와 S여고 3학년 학생들끼리 ‘교팅’이라는 것을 했다. … 서울 시내 모든 … [Read more...] about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망각되는 언론의 책임에 대해
아파야 엄마일까: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타의’로 지어지는 의무
세상은 즐거움을 찾길 권하기보다 되려 고통을 권하기도 한다. 피로를 권할 뿐 아니라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아프라고 한다. 아둥바둥 살아야만 제대로 살고 있는 거라고 이야기 한다. 그런 고통들은 어디에서 온 건지, 왜 견뎌야만 하는 건지에 대해서는 잘 묻지 않고 그냥 ‘원래’ 그렇게 사는 게 좋은 것이라고들 한다. 물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싫은 일은 딸려오기 마련이고 삶의 일정 부분은 고통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은 가급적 줄이고 함께 극복해야 할 것들이지 고통 자체를 미화하며 … [Read more...] about 아파야 엄마일까: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타의’로 지어지는 의무
후쿠시마에 다녀왔다
이 이야기는 개인적이고 경험적이며, 상식적이고 포괄적인 감상에 불과하다. 나는 후쿠시마를 사유하는 방법론이나 시각을 갖고 있지 않다. 내가 본 후쿠시마는 내가 가진 빈약한 지식이나 이론을 초과하는 엄청나게 큰 ‘덩어리’고 현재진행중인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언어도단’의 사건을 해석하려 드는 것은 연구자나 이론가의 운명이며 임무일 것이다. 기실 이미 여러 철학자·역사학자·문학자·사회과학자들이 무수히 많은 말을 후쿠시마에 대해 해 놓았다. 그 많은 말들 중에 적실한 것이 얼마나 되는지는 … [Read more...] about 후쿠시마에 다녀왔다
N포세대? ‘포기’라는 말이 불편하다
모 방송국 피디로부터 다큐멘터리의 방향 설정을 위한 사전취재 요청을 받았다. 'N포 세대의 연애와 결혼'을 주제로 한 다큐라고 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 만남에 응했다. '지금'을 대표하는 사례와 징후적 현상을 기록하고, 앞으로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좋은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공중파에서 방영될 다큐멘터리라면 후자에 방점이 찍혀야한다고 본다. 그런데 N포 세대라는 말은 이미 탄생한지 수 년이 지난 언어다. 아직까지 그 용어를 활용하여 새로운 다큐를 기획하는 … [Read more...] about N포세대? ‘포기’라는 말이 불편하다
연애하지 않을 자유
이제는 추억 속의 단어가 된 것 같은 솔로대첩을 기억하십니꽈? 때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무리 봐도 세상이 망할 것 같지도 않고, 내가 학으로 변신할 징조도 안 보이길래 일찌감치 비연애인구 전용잡지를 기획하던 중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여의도 공원에서 ‘솔로대첩’이라는 것이 열린다나?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아, 파올로 코엘료가 약을 판 것만은 아니구나. 내가 진심을 다해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정말로 온 우주가 그것을 … [Read more...] about 연애하지 않을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