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역 근처에서 자취하던 시절의 일이다. 보증금 500만 원에 월 30만 원 하는 반지하 단칸방이었다. 말이 반지하지, 빛이 전혀 들지 않았다. 집채만 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하여간 커다란 바퀴벌레도 심심찮게 눈에 띄곤 했다. 세탁기도 없고 TV도 없었다. 내가 빨래를 어떻게 했었는지 돌이켜 봤는데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왜 하필 중화역이었냐면, 북스피어 사무실이 학동역(7호선)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추억이 된 잡지 『판타스틱』을 따라 강남으로 간 건데 사무실을 옮기자마자 가장 … [Read more...] about 지하철 성추행을 눈앞에서 보고 나니
사회
여성혐오 제대로 알기
강남의 공용화장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 '묻지마 살인'인지 '여성혐오 살인'인지에 대한 글을 써 달라는 모 신문사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기고문을 쓸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서머코스(intensive course) 강의를 하고 있고, 써야 할 논문과 강연문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문이나 SNS를 잠간 살펴보면서, 이 논의의 방향 자체가 우려스럽게 생각되어 짧게라도 단상을 나눈다. '묻지마 VS 여성혐오' 구도의 문제성 우선 이 사건을 '묻지마 살인'인가 … [Read more...] about 여성혐오 제대로 알기
통계는 장난을 치지 않는다: 강력범죄 앞에 여성이 심히 취약하다는 근거
<[반론]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과 통계의 함정>이라는 글을 읽었다. 먼저 이 글이 반론하는 글 <[인포그래픽] 한국에서는 여성이 생존하기 어렵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한국에서 평균적으로 강력범죄 피해자 10명 중 8명은 여성이다. 이런 이유는 강력 범죄 중 성폭력이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 때문에 여성에 대한 안전을 높일 이유가 있다. 그리고 이 주장이 잘못됐다는 글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통념적으로 성범죄보다 상해/폭행까지 … [Read more...] about 통계는 장난을 치지 않는다: 강력범죄 앞에 여성이 심히 취약하다는 근거
남녀갈등은 ‘여혐 논쟁’으로 ‘부추겨진’ 것이 아니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이 사건이 여성혐오에 의한 것이다/아니다'를 놓고 벌어지는 논쟁들이 "여성혐오에 대한 지극히 제한적인 몰이해를 대중화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는 타당한 지적이 있었다. 동의하면서, 다만 첨언하고 싶은 것은 여성혐오에 대한 대중의 단편적 이해를 형성하는 것은 이를 여성혐오 범죄라고 말하는 쪽이라기 보다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쪽이라는 점이다. 이 범죄가 여성혐오 범죄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여성혐오가 작동하는 다양한 층위와 복잡한 동학을 함께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 [Read more...] about 남녀갈등은 ‘여혐 논쟁’으로 ‘부추겨진’ 것이 아니다
조현병, 제대로 알고 있을까
『최신정신의학 제 6판』 요약 및 보론. 조현병은 버튼 눌리면 인격이 분리되는 해리성 장애와 다르다. 조현병 스펙트럼은 피해의식등 망상장애가 발전되거나 동반되는데, 이 망상은 일시적이지 않고 정교하게 체계화된 지속성을 가진다. 프로이트 같은 경우는 정신역동적 기저중 하나를 성적 컴플렉스로 본다. 주요한 임상유형인 색정형은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다고 믿거나 애정을 갈구하는데, 스토킹은 여성에게서, 물리적 범죄는 남성에게 자주 나타난다. 조현성 스펙트럼의 증상은 문화적, 사회인구학적 변인에 … [Read more...] about 조현병, 제대로 알고 있을까
나는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오늘은 내가 그리고 네가 썼습니다. 원문: 서늘한 여름밤 … [Read more...] about 나는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미국의 한 명문대에서 한국계 학생이 살인을 당했다(2)
※ ㅍㅍㅅㅅ의 지난 기사 「미국의 한 명문대에서 한국계 학생이 살인을 당했다」에서 이이집니다. 한국계 미국인 마이클 장(21) 씨가 살해당한지 사흘 후, M 대학 공대 캠퍼스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의 추모 행사가 있었다. 마이클 장과 같이 한국계 미국인인 대니 리 씨도 여기에 참가했다. 대니가 행사에 참가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의 백인 친구들은 의아함을 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니 리 씨는 아시아계 친구가 하나도 없었고 마이클 장과 친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에 모자란 … [Read more...] about 미국의 한 명문대에서 한국계 학생이 살인을 당했다(2)
치안 강화보다 더 효과적일 작은 노력들
사회가 그렇게 굳어져온 지 한참이고 그 사회의 비뚤어짐이 강남역 살인사건의 원인이자 과정이니 하루 아침에 뭐가 바뀔 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남녀대결의 갈등으로 번질까봐 걱정' 하시기 전에 먼저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남성들 가운데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그간 '김여사', '된장녀', '김치녀'라는 표현이 섞인 대화나 글을 접했을 때 단 한번이라도 "그런 표현은 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체 여성을 매도하는 것입니다"라고 제안하거나 항의해본 분이 얼마나 … [Read more...] about 치안 강화보다 더 효과적일 작은 노력들
여성혐오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
강남역 10번 출구 10번 출구로 올라가는 계단이 끝날 때쯤부터 강남역은 혼잡한 안쪽과는 조금 다른 공간이 되어 있었다. 포스트잇들은 왼편 벽을 도트들로 이루어진 일종의 모자이크로 만들었고, 모자이크 끄트머리 및 틈새 간간이 붙은 한국어 및 영어로 된 흰 색 A4 용지들이 아니었다면 전혀 맥락을 모르는 방문객은 기획된 전시물이라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 아무리 순진한 이조차도 출구를 완전히 빠져나와 일단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면 곧바로 생각을 달리했을 것이다. 젊은 남녀의 즉석 … [Read more...] about 여성혐오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
미국의 한 명문대에서 한국계 학생이 살인을 당했다
미국 남부의 한 명문 공대에서 한국계 미국 학생이 살인을 당했다. 3학년 마이클 장(21) 씨는 그의 고향에서는 잘 알려진 수재로 고등학교를 1등으로 졸업하고 이 대학교 기계공학과에 다니고 있었다. 가해자는 제이크 제너(Jake Jenner, 22). 같은 학교 화학과 3학년이고 마이클 장 씨 옆 기숙사의 학생이었다. 이 대학의 미식축구 팀의 에이스이기도 하다. "중국 새끼들이 지 나라도 아닌데 깝치고 다니잖아요." 그의 이유였다. 마이클 장 씨는 중국인이 아니었고, 미국에서 태어난 … [Read more...] about 미국의 한 명문대에서 한국계 학생이 살인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