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십 년 가까이 남아공과 영국에서 수백 명, 수천 명의 남자를 접하고 같이 일하면서 나쁜 경험은 정말 드물었다. 팀마다 좋은 동료들이 많고 부딪힐 일이 거의 없어 내가 참 복이 많다 늘 생각했었다. (노파심에 - 저 안 이쁘고요, 어렸을 때부터 유부녀였으니 공대 아름이로 이쁨받은 거 아닙니다).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다 진보 페미니스트냐 하면 절대로 아니다. 전에도 말했듯이 내 남편조차도 너 페미니스트냐 하면 아하하 그, 글쎄요 하고 자리 피할 사람이다. 오늘 같이 점심 먹은, 정말 … [Read more...] about 내 직장에서 만나는 ‘남자 동료’에 대해
한국은 절대 쉬운 나라가 아니다
외노자는 힘들다 얼마 전에 '나는 프로그래머다'라는 팟캐스트에서 인터뷰를 했다. 그 후에 본 감상 중에: "아이 뭐야. 초딩 때 남아공으로 이민가서 영어가 더 편한 사람이네. 아 짜증이야. 나 같은 말 못하는 어버버 외노자와는 출발선이 다르자나. 완전 샘남." 자. 나 역시 영국에 외노자로 왔다는 건 차치하고. 나는 남아공에서 거의 20년을 살았다. 유색인종으로, 여자로, 인종차별로 전세계에 명성을 떨친 남아공에서 학교를 마치고, 공대 1년 다니다가 취업하고, 대학교 중퇴하다시피 하고, … [Read more...] about 한국은 절대 쉬운 나라가 아니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아쉬울 게 많아진다는 것 남에게 기대는 것을 약점으로 보는 현대 사회에서는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인연을 끊어버림으로 보복/시정한다. 진상? 인연 끊어. 친구인데 자꾸 당신을 호구 취급하는가? 인연 끊어. 남친이 바람 폈어? 헤어져. 부모가 진상? 연을 끊어. 그리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상황을 비참해 한다. 친구가 그렇게 진상인데 왜 못 끊어? 걔 말고 친구 없어? 남친이 바람을 피웠는데/연락을 안 하는데 왜 그렇게 매달려? 자신 없어? 부모가 그러는데 왜 … [Read more...] about 아이를 낳는다는 것
돈 버는 방법에 대한 흔한 착각
들어가면서 이 글은 "데이터 쪽이 잘 나가는데, 기계학습 박사 학위를 따면 취업이 잘 될까요? 어떤 학위를 해야 취업이 될까요?" 에 대한 답이다. 쉐릴 샌드버그가 <Lean In>이라는 책을 썼다가 욕 많이 먹었는데, 요즘처럼 경기 안 좋은 상황에서는 트렌드가 국가를 탓하고 사회를 탓하고 환경을 탓하는 거지 '개인 노력 부족'을 탓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노력 부족으로 안 풀리는 사람보다는 경기에 타격 먹은 사람이 더 많거든. 하지만 사실 개인 레벨로는 사회적인 무언가가 … [Read more...] about 돈 버는 방법에 대한 흔한 착각
회사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면 안 되는 이유
이건 지금까지 내 취업 노하우의 기본 정신이라고 해도 되는, 그러니까 그리 꿈팔이스럽지는 않은 조언이다. 주위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회사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라!'라는 식의 조언을 자주 본다. 솔직한 반응은, 라고 말하고 싶다. 내 조언은 "사회에서 그럭저럭 제일 안정적으로 팔리는 기술을 연마해라"이다. 회사는 망한다. 윗사람은 짤린다. 회사가 망하지 않더라도 부서는 없어지고, 윗사람이 바뀌면서 일이 바뀌고, 품목이 없어지고, 새 품목이 주 종목이 되고, 딴 나라로 … [Read more...] about 회사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면 안 되는 이유
이것이 여성상위 시대다
김태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도대체 몇 번째 면접인가? 같은 여자 동기들은 다 취업이 되었는데 자신과 남자 동기들 몇 명은 취업이 안 된다. 남자라서 안 되는 취업 여자 동기들은 그냥 서류만 내면 되지만, 남자들은 지난 3년 호르몬 검사 자료와 경찰 리포트 안 내면 서류 통과가 잘 안 된다. 가족 범죄력도 다 보고해야 한다. 김태진의 형은 성추행으로 입건된 경력이 있다. 여자 형제가 없는 것도 약점이다. “이해하시죠? 남자분이 들어오면 아무래도 성추행의 위험도 있고, … [Read more...] about 이것이 여성상위 시대다
전 세계의 여혐: ‘그래도 되는’ 모든 곳에 여혐은 존재한다
한국의 여혐, 심하다. 그래서 해외 선진국에 자주 비교된다(그리고 심하지 않다는 이들은 무슬림 사회에 비해서 얼마나 나은가를 말한다). 그렇다면 해외 선진국은 여성들에게 지상 천국인가? 여혐 액추얼리 이즈 올 어라운드 해외에 30년 가까이 살면서 주위에서 끊임없이 보고 듣는다. 여자라서 미팅에서 의견 무시당하고(대신 똑같은 의견을 남자 동료가 반복해서 말하면 좋은 아이디어라고 칭찬받고), 직장 동료/상사가 같이 자자고 작업 걸다가 거절하면 직장에서 불이익을 준다. … [Read more...] about 전 세계의 여혐: ‘그래도 되는’ 모든 곳에 여혐은 존재한다
‘대수의 법칙’과 엄친아 현상
살아가는 데 제일 도움 되는 학문이 뭐냐고 묻는다면 아주 당당하게 통계라고 대답한다. 어려운 통계 말고 간단한 통계. 이걸 체화하면 사는 게 편해진다. 로또 당첨될 확률은 그냥 작은 게 아니라, 포기하는 게 낫다 뭐 그런 거. 그리고 10%의 확률이란 거는 내가 열 번 하면 된다는 게 꼭 아니라는 것. 10 명이 각각 열 번씩 공을 던졌는데 총 100번 중에서 10번이 들어갔다. 그러면 나도 열 번 던지면 한 번은 들어갈까? 만약 선수 중의 한 명이 마이클 조던이었고 넣은 골은 다 걔가 … [Read more...] about ‘대수의 법칙’과 엄친아 현상
먹고 사니즘, 화무십일홍, 철밥통
만만하게 보였던 것이 사실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가를 깨닫기 시작한 건 서른이 넘어서였다. 이십 대 초반 에너지 넘칠 때는 온갖 잘난 척 다 했었다. 천하무적 중2 시절엔 난 진짜 정말 못해도 IMF 총재 정도는 할 줄 알았다. 그래서 의대 가겠다는 애들을 마구 비웃었다. "아아 정말 쪼잔해. 찌질하게 월급 좀 많이 받는 거 하고 싶었쪄요? 꿈을 좀 크게 가져봐!" 의사를 그렇게 깔봤으니 다른 직업이 눈에 들어왔을 리가 없다. 회계사는 그나마 의대 갈 실력도 안 되는 애들이 하는 … [Read more...] about 먹고 사니즘, 화무십일홍, 철밥통
어떻게 해야 토론식 영어가 늘까요?
Q. 토론식 영어가 어떻게 해야 늘까요? A. 제가 삼십 년 살고 나서 드디어 받아들인 삶의 비밀을 가르쳐 드릴게요. 피눈물 흘리면서 말씀드립니다. 돈을 벌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된다 (X) 틀렸음. 돈을 벌려면 돈을 벌어야 함. (O) 살을 빼려면 마음가짐을 바로잡아야 한다/독소를 빼야 한다/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X) 틀렸음. 살을 빼려면 살을 빼야 함. (O)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다 보면, 그 방법에 정신이 팔려서 내가 궁극적으로 뭘 하려고 했는 건지 … [Read more...] about 어떻게 해야 토론식 영어가 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