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데 제일 도움 되는 학문이 뭐냐고 묻는다면 아주 당당하게 통계라고 대답한다. 어려운 통계 말고 간단한 통계.
이걸 체화하면 사는 게 편해진다. 로또 당첨될 확률은 그냥 작은 게 아니라, 포기하는 게 낫다 뭐 그런 거. 그리고 10%의 확률이란 거는 내가 열 번 하면 된다는 게 꼭 아니라는 것. 10 명이 각각 열 번씩 공을 던졌는데 총 100번 중에서 10번이 들어갔다. 그러면 나도 열 번 던지면 한 번은 들어갈까? 만약 선수 중의 한 명이 마이클 조던이었고 넣은 골은 다 걔가 넣었다면 대략 난 확률 제로라고 봐도 되겠다.
그러므로 “1억 원 당첨하셨습니다!”라는 이메일을 봤을 때 이게 피싱이나 신종 사기일 가능성이 99.9%. 진짜로 내가 1억 당첨했을 가능성은 뭐 너무 작으니까 걍 무시하자, 의 판단이 가능해진다.
그렇지만 이 상식적이고 유용한 통계에 정 반대되면서 99.9%의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는 다른 법칙이 있으니, 바로 ‘대수의 법칙’이다.
심하게 단순화하자면, 숫자가 많으면 희한한 일도 정기적으로 일어난다는 말이다. 내가 지금 자리에 일어섰다가 넘어져서 머리 깨고 죽을 가능성은 아주아주 희소하지만, 전 세계 수억 인구 중에는 자리에서 일어섰다가 넘어져서 머리 깨고 죽는 사람 있었을 거다.
내가 로또 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되나? 싶지만 그래도 로또 맞는 사람 있듯이.
“그럴 수도 있지만 너는 안 돼” 의 법칙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초천재로 MIT 박사를 18에 따서 저명한 물리학자일 가능성? 뭐 제로에 가깝지만, 또 그런 애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니거든. 내 미래 여자친구가 연봉 10억의 능력녀일 가능성? 역시 제로에 가까우나 연봉 10억 능력 여친도 분명히 사귀는 남자가 있을 거거든. 거리 걷다가 캐스팅 되서 초대박 스타가 될 가능성? 이것 역시 나에겐 불가능이겠지만 스타 된 애들 중엔 이런 애들 또 많거든.
그만큼 흔하지 않은 일들은 신문에 자주 난다. SNS에 떠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실제 확률보다 훨씬 더 크게 생각한다. 로또 맞을 확률이 30대에 사고로 죽을 확률보다 말할 수 없이 낮지만, 로또는 사고 유언장은 안 만들어 놓는다.
내 또래 인구가 십만 명이라 치면 키 크고 잘생기고 학벌 좋고 돈 잘 버는 애는 심히 드물지만, 분명히 있다. 그런 애들은 엄친아가 되어서 나머지 9만9천 999명에게 자괴감을 안겨준다. 망할 인터넷 때문에 예전보다 몇백 배로 더 쉽게 접할 수 있고, 더 실제적이고, 더 가능성 있어 보인다. 0.001%의 확률인데, 1% 정도로 보일 수 있단 말이지. 백 명에 한 명 정도. 거기다가 다른 이유로 잘난 애들까지 다 합하면 뭐야, 다 잘났는데 나만 ㅠ0ㅠ 이렇게 된다.
이걸 조금만 뒤집으면 ‘멀쩡하게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다가 칼 맞아 죽거나 차에 치여 사람도 있는데 난 살았네’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 더 현실적이고 (이기적이고 못된 이유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훨씬 더 희소한 “사업해서 대박 난 쟤도 있는데 난 이 꼴이네”가 더 큰 영향을 끼친다.
뭐 그렇다는 말입니다. 존잘 아닌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존잘은 마른하늘에 날벼락보다 더 희소한, 우리랑은 상관없는 그런 희소성의 로또 맞은 애들이에요. 망할 대수 법칙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눈에 잘 띄고, 더 미운 SNS와 뉴스 때문에 훨씬 더 흔한 것처럼 보이는데 안 그래요.
다 비슷비슷하게 살아요. 그렇다고 믿고 삽시다. 우리 정신건강은 소중하니까.
원문 : Yangpa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