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ㅍㅍㅅㅅ의 지난 기사 「미국의 한 명문대에서 한국계 학생이 살인을 당했다」에서 이이집니다.
한국계 미국인 마이클 장(21) 씨가 살해당한지 사흘 후, M 대학 공대 캠퍼스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의 추모 행사가 있었다. 마이클 장과 같이 한국계 미국인인 대니 리 씨도 여기에 참가했다.
대니가 행사에 참가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의 백인 친구들은 의아함을 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니 리 씨는 아시아계 친구가 하나도 없었고 마이클 장과 친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에 모자란 영어 실력으로 억지로 들어와 수업 분위기 흐트리는 한국계 학생들을 대놓고 조롱했으며, 폭행 당하는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분하면 덩치 키우라며 같이 조소하곤 했었다.
실제로 대니는 그렇게 믿었다. 인종차별은 없고 그저 찐따 차별이 있을 뿐이다. 영어 못하는 학생들, 그래서 자국 친구들만 삼삼오오 몰려다니면서 조금 덩치 큰 백인 애들 무리가 지나갈 때면 흠칫 겁 먹는 그런 찐따 무리들은 어느 사회에서나 무시당하기 마련이다. 요즘 인종차별을 죄악시 한다고 어디서 줏어들어서 모든 것을 인종차별이라 빼액 하면 자신들의 편들어 줄 것 같으니 그런 루저짓을 한다고 믿었다.
마이클 장이 살해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같은 기숙사에 살고 있어서 둘은 안면이 있었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이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 대니는 그 어떤 아시아계 친구도 두고 싶지 않았고, 마이클은 공부 벌레에 외톨이였다. 그러나 대니도 잘 알고 있었다. 마이클과 자신은 같은 부류였다. 부모님은 한국 이민자 출신이지만 둘 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고 영어가 유창했다. 오히려 한국말이 둘 다 짧았다. 그리고 그 날 대니 자신도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자신보다 훨씬 더 성적이 좋은 마이클에게 질투를 느꼈던 대니는 마이클이 주섬주섬 짐을 챙겨 나가고 나서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제이크 제너가 마이클을 살해 하는 것을 도서관 2층에서 목격했다. 피곤한데 포기하고 일찍 나왔으면 자신이 당했을 것이다.
미국 시민권, 유창한 영어, 한국말은 하지도 않고 한국 음식도 죽어라 피해봐야 다 소용 없었다. 제이크 제너는 그저 아무 아시아계 남자를 죽이고 싶었을 뿐이다. 마이클 장의 덩치가 작아서 당한 것이지 인종 때문은 아니라고들 하지만, 대니는 마이클 전에 도서관을 나간 크리스를 봤다. 백인 남자인 크리스는 키가 168로 마이클 보다도 작았다. 제이크는 아시아계 남자를 죽이고 싶었다고 했고, 실제로 마이클 장을 죽였다. 이것은 분명히 인종 혐오 범죄다.
대니의 백인 친구들은 이런 대니의 의견을 불편해 했다. “너 그렇게 생각할 줄 몰랐다?” “너는 미국인인데 왜 걔네들한테 감정 이입해?” “가해자가 또라이지. 아무나 당할 수 있었던 건데 왜 그걸 인종 문제로 생각해?” “너도 백인 남자들은 다 폭력적이다, 살인자다 뭐 그런 일반화 하는 거냐? 쟤네들 편에 서서 우리 나쁜 놈들 만드는 거?”
충격이었다. 살인자 본인이 아시아계 남자를 타겟 삼았다고 하는데도 다들 제이크가 몰래 복용하던 스테로이드를 탓했다. Roid Rage 는 바디 빌더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는 스테로이드 복용의 부작용으로, 분노 조절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상한 스테로이드를 먹는 바람에 멀쩡하게 잘 나가던 선수가 이런 지경에 빠졌다고 그를 안타까워했다. 캠퍼스내에 폭력 사건이 많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학생들 내 치고 받는 문제지 인종차별은 아니라고 말했다.
대니는 자신이 지금까지 눈감아 왔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혼자 지나 갈 때면 괜히 시비 걸어보는 백인 남자 무리들은 그가 백인 친구들과 같이 다닐 때는 아무런 공격성을 보이지 않았다. 백인 여자 친구와 둘만 걸을 때엔 대놓고 여자친구에게 “어이! 그딴 아시아새끼 버리고 나에게 와!” 등의 멘트를 날리지만, 백인 여자친구와 걷는 백인 남자에게 그러는 일은 없었다. 그의 기숙사와 클래스에서는 그의 친구 그룹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시비 거는 일이 없었지만, 밖에서는 여전했다. 대니는 지금까지 그것 조차 찐따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 놈들이 어설픈 영어로 찌질대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이런 불편을 겪을 일은 없을 거라 믿었다.
마이클 장이 그의 눈 앞에서 살해당하는 것을 볼 때까지는 그랬다.
마이클 장은 영어를 못해서 살해당하지 않았다. 덩치가 작아서 살해당한 것이 아니다. 아시아계 남자를 위협하는 것이 소소한 취미인 백인 남자들 무리의 문화와, 아시아계 인들에게 밀려난다는 위기감에 비뚤어진 자존심과, 어차피 그런 찐따들 몇 대 쥐어박아봐야 별 일 없다는 과거 경험이 합쳐져서 제이크 제너는 자존심 건드리는 벌레 한 마리 죽여봐야 별 일 없을거라는 착각에 빠졌을지 모른다.
마이클의 살해 소식을 듣고 바로 그 다음날 도착한 창백한 안색의 부부는 마이클의 방에서 통곡을 하고 울었다. 아이고 내새끼 하면서 창자를 끊어내는 울음이 흘러나오는데 그의 백인 친구들은 시끄럽다며 불평했다. 시체 놀이 곧 시작하겠군 조소했다. 또 일반화 시작하면서 백인 남자들만 뒤집어 쓰겠다며 억울해 했다.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다녔지만 대니는 사실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 아침마다 우리 귀한 아들 밥 굶을까 몸 상할까 도시락 싸고, 너무 아까워서 매도 못 들었는데. 니가 뭔데 우리 아들을 죽여.
내가 우리 아들 낳고 밤마다 자는 거 지켜봤는데, 손톱 깎다 다칠까 조심조심 이빨로 물어 뜯어 키웠는데, 어딜 가도 우리 아들 추울 텐데 뭐 사 입힐까, 밥은 먹었나 걱정하고, 저녁마다 앉아서 공부하는 게 신통해서 몇 시간이고 쳐다봤는데.
우리 아들 입히고 먹이고 재우는 낙으로, 크는 거 보는 낙으로 이렇게 살았는데, 니가 뭔데 우리 아들을 죽여. 우리 똑똑한 아들을, 내가 그렇게 곱게 키운 아들을 니가 왜 죽여. 너는 몇 초만에 죽였지. 나는 뱃속에서 태명으로 불렀을 때부터 이십 년을 얘만 쳐다보고 살았는데, 니가 왜 우리 아들을 죽여…
그의 어머니도 똑같이 울었을 것이다. 그가 마이클 전에 나갔더라면, 그의 어머니도 아주 똑같이 지금 그의 방에서 그렇게 우셨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백인 친구는 시체팔이 감성팔이 지겹다고 했다. 모든 백인 남자들이 그런 게 아닌데 일반화 할까 걱정된다고 했다. 껀수 하나 잡았으니 이제 엔간히 울궈 먹겠다고 한탄했다.
그리고 그들의 고민에 맞장구 치지 않고 마이클 장의 추모 행사에 가겠다는 대니에게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자신들을 인종차별 주의자로 보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자신들은 그런 사람이 아니고 이번 일은 인종 문제가 아닌 것을 인정하라고 보채댔다. 그리고 실제 추모 행사에 쫓아가서 추모하는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야유를 날렸다.
“니네만 맞냐!? 백인 피해자가 훨씬 많다!”
“니네가 본국으로 돌아가면 이런 문제 없다!”
“이 영어 읽을 수는 있냐?”
“이제 좀 그만 하지? 지겹지도 않냐?”
역시 백퍼 픽션입니다. 이런 대학 없습니다.
원문: 양파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