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태에 대한 의견'이 아니라, 추모 장소의 사진들, 포스트잇이 붙은 광경과 슬픔에 잠긴 메시지들만 보고도 "성 대결을 부추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건 이 사건을 깊이 있게 다루는 글들은 하나도 안 읽고, 읽더라도 '실질 문맹'의 자세로 '독해'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반응이겠지만, 순수하게 그 풍경에서 성 대결을 부추길 만한 요소를 '굳이' 한 번 찾아보려 한다. 아마 1)추모 장소에 여성이 많은 것과, 2)'여자라서 죽었다'라는 메시지 정도일 것이다. 현장에 여성이 많은 … [Read more...] about 여성차별 살인(femicide), 그리고 여성혐오(misogyny)
나이듦: 더 이상 친절하지 않은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
내게는 종종 거짓말 같은, 낯선 이들과의 해프닝이 일어난다. 오늘 오후 분리수거를 하려고 박스를 바리바리 짊어지고 나가는데 맞은편 복도에서 이보세요, 이보세요, 하고 부르는 연약한 목소리가 들렸다. 무시하려다가 고개를 꺾어 보니 한 할머니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문 좀 열어주세요." 문을 열어달라니? 나는 어리둥절한 채로, "저는 문을 못 여는데요. 열쇠가 있어야죠." 했더니 "나도 열쇠가 없는데..." 하셨다. 10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집에 문이 안 열린다며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 [Read more...] about 나이듦: 더 이상 친절하지 않은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
연애하지 않을 자유
이제는 추억 속의 단어가 된 것 같은 솔로대첩을 기억하십니꽈? 때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무리 봐도 세상이 망할 것 같지도 않고, 내가 학으로 변신할 징조도 안 보이길래 일찌감치 비연애인구 전용잡지를 기획하던 중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여의도 공원에서 ‘솔로대첩’이라는 것이 열린다나? 이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아, 파올로 코엘료가 약을 판 것만은 아니구나. 내가 진심을 다해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정말로 온 우주가 그것을 … [Read more...] about 연애하지 않을 자유
홍어 혹은 성지: 어떤 짓을 해도 야당에 표를 몰아줄 ‘호남’에 대한 환상
0. 여성숭배가 여성혐오의 한 양상이듯, 호남숭배도 호남혐오의 한 양상이라는 글을 보고 뭔가 뿌옇던 시야가 한 차례 걷힌 느낌이다. 지역 차별 역시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처럼 기울어진 지형의 문제인데, 영남 출신인 나로서는 이 문제에 대한 자각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 1. 최초로 어떤 '느낌'을 받은 것은 열아홉에 대학 합격장을 받아들고, 이 좁고 안락한 소도시 바깥의 친구, 전라도에서 온 친구들을 만났을 때이다. 그 친구의 말에 홀린듯이 양귀자의 … [Read more...] about 홍어 혹은 성지: 어떤 짓을 해도 야당에 표를 몰아줄 ‘호남’에 대한 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