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덕분에 딴에는 귀한 통찰을 얻은 바가 있어서 글로 정리해본다. 2월말 교사들은 자신이 맡은 반 아이들의 명단을 건네받는다. 이 단계에서 교사는 아이들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 그런데 교사는 아이들 하나하나를 어떻게 인식해가는 것일까? 처음에는 강을 사이에 두고 저 멀리 있었던 아이들의 면모가 3월 첫째 주와 둘째 주를 지나면서 점점 잘 인식되어가는 원리가 무엇일까? 둘 사이에 놓인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있다. 인식론적 용어로 ‘매개(mediation)’라는 것이다. … [Read more...] about 코로나19와 비고츠키
공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공부의 멋’을 알아가는 것이다
작년 여름방학, 마을 도서관 열람실에서 공부할 때였습니다. 맞은편 책상 위에 놓인 영어단어학습서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영단어를 쉽게 암기할 수 있는 비법을 담은 유명한 책이라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서 주인의 허락을 받고 책장을 넘겨봤습니다. 그때도 이 책이 문제가 있다 싶어서 언제 이런 내용을 글로 정리해보려 했는데, 마침 오늘 우리 반 학부모님께서 같은 저자가 쓴 아동용 학습서가 어떤지 내게 조언을 구해오시기에 이 글을 쓰게 됩니다. 저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것은 선량한 학습서가 … [Read more...] about 공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공부의 멋’을 알아가는 것이다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일
교직경력 20여년 되는 선배교사랍시고 후배선생님들이 더욱 신명나고 보람 있는 교직생활을 영위하시는 데 약간이라도 도움 되고자 하는 뜻에서 조언을 드리고 있습니다. 어떤 분야든 경험이 일천한 분들이 선배들에게 가장 많이 듣고 싶은 질문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좋은 ○○이 될 수 있나?”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교사 중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지 않은 분은 없을 겁니다. 주위에 자신이 … [Read more...] about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일
젊은 교사와의 소통
교대 동기 모임에 나갔다. 이런 곳에 잘 다니는 체질은 아니지만, 대학 졸업 후 30년이 지난 지금 친구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궁금하고 해서 참여했다. 삼사십대 때와는 달리 지금 우리가 어떤 불순한 이해관계를 매개로 사람을 만나고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저렴한 집단의식을 경계한다. 새로운 관계망 속에서 내가 제일 관심을 두는 부분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품고 무슨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가 하는 것이다. … [Read more...] about 젊은 교사와의 소통
학교, 승진하는 사람이 아닌 승진제도의 문제
'승진문제' 한국의 교사에게 이보다 더 엄중한 실존적 이슈가 없다. 이 땅의 교사 치고 승진에 대한 생각을 한 번쯤 안 품어 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현재의 승진제도는 문제가 많다. 그리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대부분 문제는 잘못된 승진제도와 궤를 같이한다. 말하자면, 승진제도는 학교 교육의 주요모순(primary contradiction)이다. 현행 승진제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력히 믿기 때문에 나는 승진을 피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 [Read more...] about 학교, 승진하는 사람이 아닌 승진제도의 문제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드문가?
30년 전 교단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내 눈에 비친 학교의 모습은 정상적인 이성과 식견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하고 비상식적인 일상의 연속이었다. 신규교사였으니 학교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나의 연장자였다. 그런데, 교육 선배로서 내게 본을 보여야 할 그들의 행태는 도무지 교육자다운 면모와 거리가 멀었다. 당시 내가 학교의 생리 가운데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나의 일터에서 내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장, 교감이 교육청 사람들(장학사, 교육장)에게 저자세로 대하는 행신 … [Read more...] about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드문가?
학교에서 교사의 폭력에 관하여
나는 28년째 선생 노릇을 하고 있다. 내 지나온 교직 삶을 돌아보건대, 어떤 때는 좋지 않은 교사였던 것 같다. 부끄럽지만 아이들에게 폭력적인 행태를 보였던 적도 적지 않다. 특히 초임 시절엔 아이들을 많이 때렸다. 그때는 때려도 된다는 시절이었고, 또 때리면서 열심히 가르치는 게 좋은 선생의 표본인 줄로 착각했다. 어처구니없게도 그 착각이 사회적으로도 통했다. 이를테면 학부모도 그런 선생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무능하기에 폭력에 의존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초임 교사 시절 폭력에 많이 … [Read more...] about 학교에서 교사의 폭력에 관하여
너무나도 친절해 망가져 가는 사회
휴대폰 요금제 문제로 전화 상담을 받고 난 뒤 전화를 끊으면서 내가 말했다. “너무 친절하다. 우리나라 전화상담사들은 왜 이리 친절해?” 그러자 옆에서 듣던 동료가 “선생님, 친절하면 좋지 뭐?”라고 한다. 그래, 친절 그 자체가 문제 될 게 뭐 있나. 문제는 그 이면에 있는 무엇이다. 진리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진리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눈 앞의 현실 뒤에 있는 무엇을 읽으려 애써야 한다. 스튜어디스는 … [Read more...] about 너무나도 친절해 망가져 가는 사회
‘생활지도’라는 이름의 왜곡된 개념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두 본분이 ‘수업’과 ‘생활지도’라 했습니다. 상식에 입각하여 ‘생활지도’가 교육현장에서 얼마나 왜곡되어 다루어지고 있는가를 논하겠습니다. 생활지도, 사실은 아이들을 옥죄기 현장 교사들이 교장·교감 선생님으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생활지도’일 겁니다. 중등학교에서도 아마 이 말을 '학력'이란 말과 함께 가장 많이 들을 것이지만, 초등에서 생활지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입니다. 그런데 교육학에서 말하는 ‘생활지도’와 현장의 교사집단에게 … [Read more...] about ‘생활지도’라는 이름의 왜곡된 개념
현직 교사의 핀란드 고등학교 체험기
핀란드 교육박람회에서, 학교방문 일정으로 핀란드 야르벤빠(Järvenpään Lukio) 고등학교에 갔다. 북유럽의 학교들은 건물 구조부터 우리와는 매우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우리의 학교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옆으로 길게 펼쳐진 직사각형 건물구조지만 덴마크-스웨덴-핀란드의 학교들은 저마다 다르다. 학교의 물리적 환경 면에서 이들 학교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비하면 우리의 학교는 흡사 감옥을 방불케 한다 하겠다. 내용과 형식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법이어서 우리의 학교는 교육의 내용적 측면에서도 … [Read more...] about 현직 교사의 핀란드 고등학교 체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