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다윗과 골리앗』, 『바른 마음』, 『신호와 소음』 등의 책을 읽으면서 이런 미국 교양서들은 내 취향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어쩌다 또 하나의 전형적인 미국 베스트셀러 교양서인 『제2의 기계 시대』를 읽게 되었다. 처음 1/3 가량은 좀 재미있는 듯 했지만 역시나였다. 때깔 곱고 반찬 많지만 먹고 나면 기억나는 게 없는 한정식 같은 느낌. 앞으로는 정말 웬만하면 미국 교양서들은 돈 주고 사지 말아야겠다. 이 책의 첫 번째 부분은 지금이 바로 ('제1의 기계 시대'인 산업 … [Read more...] about 제2의 기계 시대가 모두를 먹여살릴 수 있을까?
사회
나는 오늘 대학을 그만둡니다
※ 편집자 주: 이 글은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저자 김민섭 선생님께서 책을 내신 후 결국 대학을 떠나게 되었던 지난 12월에 쓰신 글입니다. 어벤져스쿨의 강연과 함께 다시 소개합니다. 며칠 전 오래 사용해 온 연구실 책상을 모두 비웠습니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동생이 뭐하는 거야, 학위가 아깝잖아, 그런 감정적인 행동은 그만둬, 하고 다급하게 연락해 왔지만, 저는 이제 교수 자리를 거저 준대도 싫어, 나는 지금 무척 행복하다, 하고는 계속해서 책을 박스에 담았습니다. 모든 짐을 … [Read more...] about 나는 오늘 대학을 그만둡니다
국정원과 경찰에 내 휴대전화 정보 왜 털었는지 물어보는 법
가입자의 동의는 애초에 필요 없었다 지난 2월, 온 국민의 관심 속에서 진행된 필리버스터를 끝으로 테러방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이후 각 이동통신사를 통해 수사기관의 개인정보 요청내역을 확인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서는 전기통신사업자가 각 수사기관에 재판, 수사, 형의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방지를 위해 각 수사기관에 통신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사용자의 이름, 주민번호, 주소 등의 개인정보로 구성되어 … [Read more...] about 국정원과 경찰에 내 휴대전화 정보 왜 털었는지 물어보는 법
‘여혐’ 지적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1. 음악계 주변에서 일하는 이들과 이야기하다가 보면 종종 "이 씬도 여혐 정서가 심해요."라는 이야기를 (장르 불문하고!) 듣게 된다. 그런데 어디 음악만 그러랴. 영화판에 가도 그렇고 TV 업계에서도 그렇다. 이쯤 되면 그냥 종사자 한 두명의 일탈이나 특정 씬, 특정 업계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우리 모두가 여혐 정서를 어느 정도 탑재한 채 살고 있다고 의심하는 게 빠를 것이다. 그게 의식적인 선택이었든, 받은 교육 탓에 부지불식 중에 일어난 일이든간에 말이다. 그럴 … [Read more...] about ‘여혐’ 지적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짱구 극장판에 나타난 일본판 ‘여성혐오’
1. 평이 좋아서 짱구 극장판 <로봇아빠의 역습>을 보게 됐다. 아무런 과장 없이,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심한 '여성혐오'로 점철된 애니메이션이었다. 이런 만화를 아이들이 접한다는 게 무섭다. 2. 아버지의 외로움과 고난을 말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그렇듯이) 힘들다. 아버지의 애환을 그려내는 치유의 서사가 나쁠 이유가 뭐가 있을까. 하지만 아버지의 외로움과 고난을 다룬 이런 식으로 다룬 이 서사는, 나쁘다. 그냥 나쁜 … [Read more...] about 짱구 극장판에 나타난 일본판 ‘여성혐오’
빽다방이 싸다고 담합 논하기 전에: 우리의 카페 문화는 커피밖에 없는가
카페는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커피=카페’라는 공식이 성립합니다. 몇 년 사이, 카페를 창업하고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커피죠. 안타깝게도, 카페라는 공간의 본질이라던가 그 정의의 다의성을 따지지 않아도, 이 지점은 얼마든지 논박이 가능합니다. 카페 창업이 늘어나면서 커피만으로는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어 진 것입니다. 물론 전문 로스터리 매장은 우리 음료 문화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모든 카페가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법이 … [Read more...] about 빽다방이 싸다고 담합 논하기 전에: 우리의 카페 문화는 커피밖에 없는가
혐오와 차별은 구분되어야 한다
차별인 듯 차별 아닌 차별 같은 혐오와 차별은 분명히 다른 개념이다. 혐오는 싫어하고 미워한다는 뜻이고, 차별은 등급을 나누고 구분한다는 뜻이다. 산 낙지를 혐오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차별할 순 없다. 성소수자를 혐오하지 않으면서도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등 차별할 수는 있다. 이 서로 다른 표현이 뒤섞인 까닭은 여성, 성소수자, 인종, 종교 등에 있어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사회적인 차별을 확대함은 물론, 그 자체가 정신적인 고통을 주는 등 차별이 되기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 [Read more...] about 혐오와 차별은 구분되어야 한다
동양인이 공부는 잘하는데 승진에 실패하는 이유
미국에서 동양인은 이상적인 유색인종 (Model-Minority)으로 불린다. 백인보다 학력이 높고 그 힘으로 사회에 영향력도 커서라고 한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인종에 대한 편견은 설사 그것이 긍정적인 편견이라도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동양인 남성은 성적 매력을 거부당한다. 동양인 여성은 애호받되 존경받지 못하며, 연애 시장에서 사라지는 순간 경멸당한다. 대표적인 동양인 여성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모아놓은 캐릭터가 바로 해리 포터 시리즈의 초챙이다. 똑똑하지만 징징대고, … [Read more...] about 동양인이 공부는 잘하는데 승진에 실패하는 이유
정치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정치가 바뀌어야 삶이 바뀝니다 2012년 11월의 어느 날, 캠프 사무실이었다. 안철수 후보의 정책을 맡고 있던 나는 불편한 마음으로 벽에 붙은 새로운 선거 슬로건을 쏘아보고 있었다. 내 책상 위에는 두꺼운 정책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었고, 각 후보 캠프에서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살 공약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 단연 압권은, 이른바 ‘지역공약’이었다. 우리 캠프에서 만든 그 ‘지역공약’들이 내 책상 위의 두꺼운 보고서에 담겨 있었다. 각 정당에는 … [Read more...] about 정치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의전사회 대한민국과 오바마의 우산
이 사진은 오바마의 왼손이 포인트이다. 우리나라에서 의전은 위아래를 구분하는 일종의 서열 놀음에 가깝다. 그래서 물을 따르고, 밥숟가락을 놓는 것과 차량 문을 열어주는 것까지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온갖 종류의 의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오죽하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점심 시간에 직장 상사의 숟가락을 놔주고, 물을 따르는 것이 의전인가 꼰대인가로 이른바 '퐈이어'가 난 적이 있다. 결론을 이야기하면 의전은 '내부 조직'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실제 의전은 같은 조직이 아닌 … [Read more...] about 의전사회 대한민국과 오바마의 우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