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시작되면 자막으로 이란의 상황을 설명한다. 이란-이라크의 전쟁이 한창인 1988년 테헤란, 쉬디(나제스 라쉬디)는 딸(아빈 만샤디)와 함께 아파트에 머무르고 있다. 데모 경력 때문에 복학을 거절당한 그는 같은 의대생인 남편(바비 나데리)과 다툰다. 곧 남편은 징집되고 쉬디는 딸과 단둘이 남는다. 미사일 공습이 이어지며 다른 지역으로의 탈출을 고민하던 중, 딸의 인형은 자꾸만 사라지고 딸은 보이지 않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미사일이 떨어지면 유령이 나타난다는 옆집 여인의 말을 … [Read more...] about ‘어둠의 여인’: 겹겹이 쌓인 사회적 맥락의 공포
문화
‘그 후’ 남은 게 사랑이랬다
최근 홍상수의 영화들은 이야기적으로 매끄러워지고 형식적으로 안정화되고 있으며, 감정적으로 진해지고 있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에서는 반성을,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에서는 존경과 존중의 고백을,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는 자기 파괴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의 21번째 장편영화인 <그 후>는 사랑이라는 테마를 정면으로 대하며 믿음이라는 태도로 이를 대한다. 홍상수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플래시백, 캐릭터로 등장하는 유부남 주인공의 아내 등의 … [Read more...] about ‘그 후’ 남은 게 사랑이랬다
“이화동 벽화마을 가는 길이 어디에요?”
나는 이화동에 산다. 이화동 주민이라면 하루에 한 번씩 꼭 듣는 질문이 있다. “벽화마을 가는 길이 어디에요?” 영어, 중국어, 때로는 일본어, 혹은 서툰 한국어. 수십번의 답변을 해주며 나는 벽화마을 가는 길을 알려줄 수 있는 최고의 가이드가 되었다. 하지만 이화동 주민이 된 지 4개월이 된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벽화마을을 가 본 적이 없었다. 얼마나 좋은 곳이길래 세계 각지에서 이화동 벽화마을을 찾아오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의 끝자락에서 이화동 주민은 드디어 이화동 벽화마을을 직접 … [Read more...] about “이화동 벽화마을 가는 길이 어디에요?”
사라지는 것을 기록하다
어느 가업(家業)의 마침표 부모님은 수개월 전, 20년을 넘어 25년째를 바라보던 등산장비점을 정리하셨다.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진 아웃도어 대리점들 속에서도 별다른 상술 없이 그저 정직하고 친절하게 영업을 해오셨기 때문인지 소중한 단골들이 가게를 꾸준히 찾아주셨다. 하지만 청주 성안길 상권의 쇠퇴와 함께 찾아온 현대백화점, 아울렛의 개장은 영업에 치명타로 작용했다. 산을 타다가 만난 남녀가 가정을 이루고, 그 가정 속에서 넘칠 것도 없지만 부족한 것도 없이 한 외아들이 자랄 수 있게 해주었던 … [Read more...] about 사라지는 것을 기록하다
알아두면 쓸 데 있는 ‘대세 세계사’
2017년 8월 15일 광복절,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이어 온 건국절 논란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에 질세라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은 “국가라는 게 성립하려면 정치학 교과서에 나오듯 국민, 영토, 주권이 있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에 딴죽을 걸고 나섰다. 그는 또 “대한민국은 1919년 임신하고 1948년 태어난 것”이라는 해괴한 주장까지 내세우며 문 대통령의 경축사를 … [Read more...] about 알아두면 쓸 데 있는 ‘대세 세계사’
휠체어도 OK! 서울시, 무장애 관광도시 만든다
제주에 살면 관광 문의를 간혹 받습니다. 얼마 전 복지관에서 어르신과 장애인도 제주를 갈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관광할 수 있는지 알아보니 아직 한국은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애인 편의 시설도 부족하고 이동과 숙박 등의 관광 여건도 불편했습니다. 거주 장애인 39만 명, 65세 고령 인구 130만 명인 서울도 몸이 불편한 시민들의 관광은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서울시는 지난 8월 22일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관광약자를 대상으로 ‘무장애 … [Read more...] about 휠체어도 OK! 서울시, 무장애 관광도시 만든다
여성 복수극의 맹점을 고스란히 품은 영화 ‘어미’
※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녹색의자>, <오세암> 등을 연출한 박철수 감독의 어미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관람했다. ‘무서운 여자들: 괴물 혹은 악녀’ 특별전을 통해 상영된 <어미>는 페미니즘이 다시 부흥하는 지금 시점에서 다시 돌아볼 만한 작품이다. 라디오를 진행하는 홍여사(윤여정)는 딸 나미(전혜성)의 대학입시 뒷바라지에 열을 올린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앞에서 홍의 차를 기다리던 나미는 인신매매범에게 납치당하고 … [Read more...] about 여성 복수극의 맹점을 고스란히 품은 영화 ‘어미’
패션 트렌드는 헌 옷 가게에서 시작된다
'패션 트렌드'와 록 레전드인 시애틀 얼터너티브 밴드 '너바나'와 관계를 잇는 포인트는 ‘헌 옷’, 즉 중고 가게에서 파는 헌 옷으로 코디하는 스타일(Thrift store chic)이다. 이번 글에서는 이 헌 옷을 취급하는 중고 가게가 패션 트렌드의 시작이라는 비밀 아닌 비밀과 서브컬처가 어떻게 패션과 연관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이야기에 앞서 한국 유행의 중심지라고 볼 수 있는 홍대와 미국 뉴욕의 쿨한 동네였던 할렘을 우선적으로 한 번 훑어보겠다. 1990년대의 홍대, … [Read more...] about 패션 트렌드는 헌 옷 가게에서 시작된다
외모 콤플렉스에 관하여
※본 글은 네이버 지식인에 댓글로 달았던 글을 재구성하였습니다. 질문을 쓰신 분은 외모 콤플렉스로 인해서 사회생활이 힘들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이 고민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느끼고, 나아지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들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콤플렉스의 원인도 다르고 채우고자 하는 니즈도 다르지만 이러한 내용에 관하여 공감하실 수 있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 답변 부분만 올립니다. 안녕하세요. 일단 글 쓴 분이 얼마나 힘들지 이해합니다. 아마 누굴 … [Read more...] about 외모 콤플렉스에 관하여
왜 영어로 감정을 말하기 어려울까: 감정 영어를 익히는 5가지 팁
※ 이 글은 튜터링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더욱 다양한 감정 및 느낌을 표현하고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튜터링으로 원어민 선생님과 수업해보세요. ‘나 체했어’를 느낌 딱! 오게 영어로 말해보세요 영국 왕립미술대학(Royal College of Art) 졸업생인 페이 잉 린(Pei-Ying Lin)은 영어로 표현할 수 없는 21가지 감정 단어를 맵으로 표현했다. 다른 나라의 언어에는 있으나 영어에는 없는 단어들. 이는 "it is a kind of (emotion A), … [Read more...] about 왜 영어로 감정을 말하기 어려울까: 감정 영어를 익히는 5가지 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