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살면 관광 문의를 간혹 받습니다. 얼마 전 복지관에서 어르신과 장애인도 제주를 갈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관광할 수 있는지 알아보니 아직 한국은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애인 편의 시설도 부족하고 이동과 숙박 등의 관광 여건도 불편했습니다.
거주 장애인 39만 명, 65세 고령 인구 130만 명인 서울도 몸이 불편한 시민들의 관광은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서울시는 지난 8월 22일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관광약자를 대상으로 ‘무장애 관광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어떻게 ‘무장애 관광도시’를 조성하는지 알아봤습니다.
무장애 관광의 시작은 장애인 이동권의 확대
2015년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장애인 여행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7.4%는 ‘여행여건이 불편’하다고 응답했으며 주요 불편요인으로는 74.1%가 이동편의시설 부족을 손꼽았습니다. 즉 집에만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동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전동 휠체어가 있어도 리프트 장치나 장애인 전용으로 개조된 렌터카가 없다면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그나마 서울시는 기본적으로 저상버스 확대 등으로 휠체어 이동이 개선됐습니다. 그러나 정류장부터 관광지까지의 보행로는 아직도 높은 턱이나 장애물 등으로 불편해 관광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장애인 관광버스가 필요합니다.
이런 요구에 맞춰 서울시는 2018년부터 연차별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복지관 등이 보유한 리프트 버스를 대상으로 DB와 플랫폼을 구축해 유휴 시 공유할 계획입니다. 만약 복지관이 리프트 버스를 장애인 관광버스로 사용할 경우 차량 사용료와 보험료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기아자동차, ㈔그린라이트와 협력해 2019년까지 이동 차량이 없어 관광이 불편한 장애인 1만 명에게 차량, 유류, 기사, 경비 등을 지원하는 여행 프로그램도 오는 9월부터 시작할 예정입니다.
고생길이 아닌 즐기는 관광이 되기 위한 무장애 관광코스
아무리 멋진 풍경이나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있더라도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다면 장애인들은 관광하기 어렵습니다. ‘무장애 관광’에서 중요한 것은 편의시설이 있는 관광지를 연계한 관광 코스입니다. 예컨대 시각 장애인의 경우 점자 블록이나 음성 안내기 같은 편의시설이 없다면 도우미 없이 관광할 수 없겠죠.
현재 서울시는 29개의 무장애 관광코스가 있습니다. 지체, 시각, 청각 등 장애 유형별 또는 어르신이나 영유아 동반가족 등으로 대상을 세분화해 매년 10개 내외의 맞춤형 관광코스를 개발하겠다고 합니다. 또한 2019년까지 장애인 대상 문화관광해설사를 8명에서 28명까지 늘리고 ‘무장애 관광 지원센터’도 내년 상반기 개설해 운영할 예정입니다.
서울시, 장애인 이용 가능 최소 객실 확대
‘무장애 관광’ 정보를 제공한다면 이 정보가 장애인에게 ‘생존’의 문제라는 인식으로 꼼꼼하고 정확하게 알려줘야 합니다. 서울시는 관광 정보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출입구에 경사로가 있는지’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있는지’ 여부를 픽토그램으로 표시한 서울시 관광가이드북과 모바일 앱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장애인 객실의 의무비율은 0.5%입니다. 그마저도 펜션이나 소규모 리조트 등은 미비한 상황이죠. 제주 장애인 관광 안내 책자에 나온 정보에는 장애인 객실은 없지만 숙박 시설로 등재된 곳이 보입니다. 휠체어를 이용할 경우 출입구 턱이 너무 높아 객실 접근이 어렵고, 장애인 화장실이 아니라 사용하기 불편해 보입니다.
서울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유도 블록, 장애인 전용 주차 공간, 휠체어 사용 장애인 높이에 맞는 침대와 화장실 출입문이 넓은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 있는지 등의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숙박 시설’ 정보도 함께 제공할 예정입니다.
배리어 프리: 장애인 및 고령자 등의 사회적 약자들의 사회생활에 지장이 되는 물리적인 장애물이나 심리적인 장벽을 없애기 위해 실시하는 운동 및 시책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장애인의 시설 이용에 장해가 되는 장벽을 없애는 뜻으로 사용한다.
서울시는 배리어 프리 숙박시설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시 관광약자를 위한 관광환경 조성 조례’ 제정을 추진합니다. 조례가 통과되면 장애인 객실의 의무비율이 현행 0.5%에서 2%까지 상향됩니다. 안준호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관광약자가 된다”며 “관광객 유치에 맞춰진 관광정책을 누구나 관광하기 편한 도시로 내실을 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몸이 불편하다고 ‘관광향유권’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시민들도 관광약자 때문에 불편하다는 생각보다 양보를 통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합니다.
원문: 아이엠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