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나 공연을 보러 다니다 보면 종종 사진촬영이 금지된 경우가 있다. 입구에서 예상치 못한 촬영금지 안내문을 발견할 때면 아쉬운 마음이 우선 들게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오히려 촬영이 금지된 전시들을 더 집중해서 오랫동안 감상했던 것 같다. 기록할 수 없다는 불안함 탓이었을지, 아니면 관람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일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도널드 노먼의 저서 『방향 지시등은 자동차의 표정이다(Turn Signals are the Facial Expressions of … [Read more...] about 우리가 기록하기 위해 놓치는 것들
사회
그 기사는 돈 받고 쓴 것이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사고가 나기 전까지 대다수 일본인은 원전의 안전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원자력 프로파간다(선전)’의 영향이 컸다. 일본의 2대 광고대행사인 하쿠호도(株式会社博報堂)에서 18년간 영업 담당으로 일했던 혼마 류(56)는 2017년 국내에 번역된 『원전 프로파간다: 안전신화의 불편한 진실』에서 여론 조작의 실상을 폭로했다. 혼마에 따르면 도쿄전력 등 원전을 운영하는 9개 전력회사는 1970년대부터 후쿠시마 참사 무렵까지 원자력 홍보를 위해 약 2조 4,000억 엔(약 … [Read more...] about 그 기사는 돈 받고 쓴 것이었다
열심히 일한 뒤 놀겠다던 엄마
※ 본 글은 제11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한국외대 루마니아어과 졸업생의 글입니다. 매일 아침 6시, 엄마는 일어나자마자 온 가족의 식사를 준비한다. 다른 식구가 일어나기 전에 몸을 씻고 젖은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 찌개를 살피고 빨래를 한다. 밥은 찌개에 비벼둔 채 머리를 말리고 화장을 하면서 식사도 끝낸다. 7시 50분에 집을 나서도 9시 전에 일터에 도착하려면 차에서 내린 즉시 종종걸음을 쳐야 한다. 1년 전 엄마의 일상은 늘 이렇게 … [Read more...] about 열심히 일한 뒤 놀겠다던 엄마
페이스북의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하며
※ 케임브리지 아날리티카라는 데이터 분석업체가 페이스북 이용자 정보를 대량으로 빼돌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도왔다는 혐의가 구체적으로 제기되면서 페이스북에 대한 비판이 고조됐습니다. 특히 고객 정보 유출을 사실상 알고도 방치한 페이스북의 근본적인 무책임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단지 일회성 사고가 아니라 페이스북의 경영 방식과 구조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러 기사 가운데 ‘문제는 케임브리지 아날리티카가 아니라 페이스북’이라고 지적한 블룸버그 기사 … [Read more...] about 페이스북의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이하며
너에겐 ‘달그닥 훅’ 하고 쉬웠겠지만…
나태한 우리는 죄인이었다 그건 사치라고 했다. 친척들은 제 형제가 남기고 간 자식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대학을 진학하겠다는 내 결심이 전해진 후였다. 물론 나도 알고는 있었다. 대학 등록금은 우리 엄마의 석 달 가까이의 월급을 쏟아부어야만 마련할 수 있었고, 우리 엄마 월급으로는 나말고도 엄마와 동생도 살아야 했다. 어린 나이에 그 말은 적잖이 속상했지만, 그게 ‘어른들’의 현실적인 충고란 사실은 설명해주지 않아도 되었다. 그 말을 한 게, 내 양육을 포기한 아비의 형제들이란 점이 조금 … [Read more...] about 너에겐 ‘달그닥 훅’ 하고 쉬웠겠지만…
정신장애인은 세상에 있고, 세상에 없다
원문: 서늘한여름밤의 블로그 … [Read more...] about 정신장애인은 세상에 있고, 세상에 없다
우울한 고등학생의 시대
전에 봤던 일본 영화 몇 가지를 뒤적거렸다. 〈노래혼〉이라는 영화를 틀어보니 계속 보기에 오글거릴 정도로 과장된 행동을 계속하는 여고생 역의 카호가 나온다. 그러고 보니 〈워터보이즈〉나 〈스윙걸즈〉 같은 영화가 생각난다. 물론 서로 매우 다른 영화로 사람마다 호불호가 다를 테지만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일본에는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많다. 그것은 일본인들이 그만큼 그 시절을 평생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시절로 여긴다는, 혹은 여겼다는 증거가 … [Read more...] about 우울한 고등학생의 시대
두 대통령의 감빵생활, 그리고 ‘생각나는 그 사람’
보수정권 9년, 국가정보원의 오욕 정보와 기밀을 다루며 총칼 없는 전쟁을 수행하는 위대한 영웅들,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하는 무명의 헌신. … 이어야 하는데, 그게 이상처럼 잘 되지만은 않았다. 국가정보원 얘기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 9년 동안 일어난 사건들은 좀 많이 심각했다. 노무현 ‘논두렁 시계’ 여론조작 사건, NLL 대화록 유출 사건, 블랙리스트 작성, 간첩 사건 증거 조작 사건… 특히 정치 개입은 노골적인 수준이었다. 2012년 18대 대선을 전후하여 … [Read more...] about 두 대통령의 감빵생활, 그리고 ‘생각나는 그 사람’
요즘 유행하는 엄마
“그놈의 민방위 훈련만 아니었어도···.” 우리 엄마 신세 한탄의 시작이다. 대학생 때 학교 마치고 집에 가는 길, 민방위 훈련 사이렌이 울려 근처 오락실로 급히 들어갔는데 그때 옆에 앉은 남자가 엄마에게 한눈에 반해 쫓아왔다. 10분만 이야기하자던 그는 매일같이 자기를 보러 왔고 어느새 결혼식장에 같이 손잡고 들어가더란다. 신혼을 즐길 새도 없이 한 달 만에 내가 생겼고 시어머니가 그토록 바라던 아들까지 낳아 키우다 보니 이렇게 늙어버렸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그 사이렌 때문에 아빠와 … [Read more...] about 요즘 유행하는 엄마
정봉주 사건의 가해자들
정봉주가 백기를 들었다. 지난 3월 7일, A 씨는 한 호텔 카페 룸에서 정봉주에게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미투 운동’과 달리 이 사건은 정봉주가 추행은 물론 호텔에 간 사실까지 전면 부인하며 진실 공방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결국 20여 일 만인 3월 27일 A 씨가 언론 앞에 나서 포스퀘어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고 추행이 일어났던 시간을 특정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정봉주는 당시 호텔을 이용했던 카드 영수증이 발견되었음을 고백했다. 정봉주 아직 … [Read more...] about 정봉주 사건의 가해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