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엶 엔터테인먼트’ 올해 말 ‘플로어스’ 데뷔
사회 문제 이야기하는 아이돌 걸그룹
채용도 연습도 노래도 사회 가치 담는다
돈을 벌면서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면 이윤 발생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디거나 적을 수 있다. 그런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이 자본주의 대중문화의 꽃이라고 하는 ‘아이돌 그룹’을 키운다면? 나쁜 선입견일 테지만 궁금증은 커지기만 한다. 그리고 곧 실체를 만난다.
엶 엔터테인먼트(이하 엶)는 사업의 주 분야가 사회적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이다. 그리고 2017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엶은 올해 말 아이돌 걸 그룹 ‘플로어스’(Flor-us)를 데뷔시킨다. 사회적기업의 형식을 갖춘 연예기획사가 등장한 셈이다.
이철우 엶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10대, 20대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이돌 그룹이라 생각한다”
“아이돌 그룹이 학교폭력, 왕따 등 그들 세대에게 맞는 사회 문제 개선을 외친다면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대표는 사회적기업 모델을 발굴, 육성하는 SK행복나눔재단 출신으로 스스로 사회적 기업가가 되리라 마음먹고 2013년 엶을 설립했다. 그는 “엶 엔터테인먼트의 ‘엶’은 사회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열다’의 ‘엶’을 의미”하며 “사회적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이면서 사회적 가치도 실현하니 일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세상이 만개하고 넘쳤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은 플로어스는 진현·수화·지송·진혜정으로 구성한 4인조 아이돌 걸 그룹이다. 엶에 소속된 연습생이다.
이들은 데뷔 날짜를 기다리며 매일 6시간씩 춤과 노래 연습을 하고 아이돌 그룹 특성에 맞춰 영어, 일어 공부도 병행하고 있다.
경쟁이 아닌 동행하는 연습생
이 대표는 플로어스가 아직 데뷔 전이니 ‘연습생’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흔히 연습생은 기획사 입장에서 유리한 제도로 평가받는다. 다수의 연습생을 보유하고 필요한 멤버만으로 팀을 꾸릴 수도 있고 돌연 누군가 빠지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연습생 입장에서는 선발이 안 될 수 있으니 동료들과 끊임없는 경쟁을 해야 한다.
엶의 경우는 달랐다. 이 대표는 “데뷔할지 못할지 모르는 어린 친구들의 꿈을 이용하는 것이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플로어스는 아직 데뷔 전이니 연습생이라 칭할 뿐, 이미 팀을 구성했고 모두 계약까지 완료했다”고 밝혔다.
플로어스는 가사 등으로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사회 문제를 표현한 퍼포먼스 등을 보여주며 기존 아이돌 그룹과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한류열풍’이 고유명사가 된 지금, 아이돌이 미치는 파급력과 영향력은 대단하다. 아이돌이 착용한 마리몬드 팔찌와 세월호 관련 노란 리본, 투표 독려 소셜 이벤트 등 여러 사례를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을 뒤흔드는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흉내 낼 수 없는 군무와 멋진 퍼포먼스 외에도 노랫말에 젊은이들의 고민과 여러 사회문제를 담았다는 점도 거론된다.
엶은 콘텐츠만이 아니라 아이돌 그룹을 선발하고 운영하는 방식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들이는 이윤의 쓰임 전체에 사회적 가치를 담겠다는 의지를 갖춘 셈이다.
엶의 아이돌 그룹 채용 공고가 남달랐던 이유다. 지원 분야, 일시 등을 알리는 일반 공고 대신 엶이 무엇을 하는 기업이며 기획하는 아이돌 그룹의 모습과 나아가려는 방향 등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이 대표는 “기획사가 사회적기업을 밝히고 자세한 모집공고를 올리니 지원자 수가 상당히 늘었다”며 “플로어스는 이런 가치를 이해하고 동의한 이들”이라고 말했다.
연예기획사의 계약은 공정거래위원회 규정에 따라 보통 7년으로 진행한다. 엶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가장 미래를 걱정할 20대 초·중반 사회초년생 친구들이 우리를 믿고 7년을 계약해준 것”이라며 “이들은 20대 인생을 엶에 걸었고, 우리는 플로어스 친구들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아이돌 걸 그룹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외모, 실력, 인성 등 매우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만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플로어스 구성원의 장점을 최대로 끌어올리도록 엶이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엶 엔터테인먼트>의 모든 것
엶 엔터테인먼트의 ‘엶’은 사회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열다’의 ‘엶’을 의미한다.
이철우 엶 대표는 SK행복나눔재단 출신이다. SK행복나눔재단은 사회적기업 모델을 발굴, 육성해 사회적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재단이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의 경영 활동이나 지원 정책에 대한 업무를 하다보니 관심도 높아지고 ‘창업 아이디어’도 얻게 됐다.
이 대표는 “사회적기업은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이면서 사회적 가치도 실현하니 일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며 사회적 기업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2013년 설립한 엶은 2014년 예비 사회적기업을 거쳐 2017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엶의 주요 이력은 꽤 화려하다.
- 사회적기업가 네트워크파티 <사회적기업! 청년을 만나다> 기획
- 삶과 죽음을 잇는 길 <사잇길> 기획 및 운영
- 노원구 & 강북구 & 구로구 사회적경제 종사자 명랑운동회 기획 및 운영
- 다큐멘터리 <사라질 것들, 살아갈 곳들> 연출 및 제작
- 다큐멘터리 <하월곡동 82-231> 연출 및 제작
-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예능프로그램 <시장이 반찬이다> 연출 및 제작
이중 다큐멘터리 영화 <사라질 것들, 살아갈 곳들>은 2016년 인디다큐 페스티벌에 본선 진출작으로 선정됐고, 예능 프로그램 <시장이 반찬이다>는 각종 케이블 방송에서 콘텐츠 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보였다.
원문: 이로운넷 / 필자: 이화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