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향은 남해군입니다. 고향에 집이 있지만,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비어있습니다. 논도 있습니다만 이웃 어른이 부치고 있습니다. 산기슭에 있던 밭은 방치한 지 오래되어 사라졌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에는 이제 아이나 젊은이가 아예 없습니다. 그나마 젊은 사람이 70대고 나머지는 모두 80대 이상입니다. 그분들이 돌아가시면 우리 집처럼 대부분 빈집이 될 겁니다. 이웃 마을도 대개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자라던 시절 남해군 인구는 10만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4만 … [Read more...] about 지방소멸이 도시 사는 나와 무슨 상관이죠?
사회
한국교회는 어쩌다 ‘정의’를 외면하게 됐나
종교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거룩한 신을 믿는 종교인이나 성직자는 누구보다 정직하고 정의로운 가치관을 가졌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상황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심심찮게 드러나는 교회와 기독교인의 행태를 보면 기대와는 정반대 모습을 볼 수 있다. 의로우신 하나님과 진리를 믿고 따른다는 종교인이 도리어 명백한 불의와 악의 편을 들며 정직과 진실을 왜곡하는 데 앞장서는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이 당황하고 이해하지 못한다. 나 또한 몇 년 전 내가 다니던 교회 담임목사가 … [Read more...] about 한국교회는 어쩌다 ‘정의’를 외면하게 됐나
애도 받지 못하는 존재들
자살한 사람들의 부고 기사를 매일 페이스북에 공유하는 작가님이 있다. 꽤 이름이 알려진 사람의 죽음에 모두가 애도의 물결을 이룰 때도, 작가님은 꿋꿋하게 이름 없는 사람들의 죽음을 애도한다. 어제도 본 것 같고, 한 달 전에도 본 것만 같은 언뜻 비슷해 보이는 삶과 죽음의 모습. 그들은 대개 스스로 말하지 못한다. 지역, 성별, 나이, 직업, 자살의 이유가 짤막하게 간추려져서 나올 뿐이다. 신문 부고란 몇 줄의 기사로 한 사람의 삶이 정리되는 사회에 완벽하게 적응된 나에게 차곡차곡 그들의 … [Read more...] about 애도 받지 못하는 존재들
걸그룹이 노래하는 ‘사회문제’는 어떨까?: 아이돌 키우는 사회적 기업
사회적기업 ‘엶 엔터테인먼트’ 올해 말 ‘플로어스’ 데뷔 사회 문제 이야기하는 아이돌 걸그룹 채용도 연습도 노래도 사회 가치 담는다 돈을 벌면서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면 이윤 발생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디거나 적을 수 있다. 그런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이 자본주의 대중문화의 꽃이라고 하는 ‘아이돌 그룹’을 키운다면? 나쁜 선입견일 테지만 궁금증은 커지기만 한다. 그리고 곧 실체를 만난다. 엶 엔터테인먼트(이하 엶)는 사업의 주 분야가 사회적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이다. … [Read more...] about 걸그룹이 노래하는 ‘사회문제’는 어떨까?: 아이돌 키우는 사회적 기업
북한철도를 통한 대륙연결은 정말로 철의 실크로드를 열어줄까?
노무현 연간, 햇볕정책의 상징이자 실질적 효과는 개성공단과 경의선 복원이었다. 개성공단이 북한의 풍부한 노동력을 활용하여 중국 등지의 임금 상승 압박에 시달리던 국내 경공업 기업에 대한 지원책이자 북한 산업 재건의 초석으로 의도되었다면, 경의선 복원은 북한의 교통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한국과 대륙을 잇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기 위한 시도로 의도되었다. 마침 육상 교통 수단 가운데 철도는 에너지 효율성과 저공해성을 갖추었고, 장거리 수송에 적합하며, 북한의 교통 네트워크 가운데 그나마 상태가 낫기 … [Read more...] about 북한철도를 통한 대륙연결은 정말로 철의 실크로드를 열어줄까?
한나가 한나를 만났더라면
이 글에서는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주장한 '악의 평범성'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전에 먼저, 영화 〈더 리더〉가 얘기하는 죄의식을 살펴보자. 〈더 리더〉의 죄의식과 속죄, 그리고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의 무게 〈더 리더〉는 유대인 수용자의 나치 감시원이던 ‘한나’와 소년 ‘마이클’의 사랑, 그리고 인간의 죄의식에 관한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 후 한나는 전범 재판을 받는다. 문제는 이 영화의 다른 관점이다. 대부분 사회적 규범은 2차 세계대전의 유대인의 피해의 참상 … [Read more...] about 한나가 한나를 만났더라면
제주 4·3사건, ‘남로당 중앙 지령설’을 반박해주마
4월 3일은 ‘제주 4·3사건 추념일’입니다. 제가 2010년 제주로 이주하면서 가장 먼저 찾았던 자료가 ‘제주 4·3사건’에 관한 자료였습니다. 매년 제주 4·3사건 관련 글을 씁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제주 4·3사건을 말할 때마다 극우단체나 보수학자들은 제주 4·3사건이 남로당 중앙당이 지령을 내려 벌어졌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북한이나 소련의 지시를 받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제주 4·3사건은 이승만의 반공청년단과 경찰이 벌인 폭정과 범죄로 시작된 … [Read more...] about 제주 4·3사건, ‘남로당 중앙 지령설’을 반박해주마
온라인 성범죄, 미투 운동의 사각지대일지도 모릅니다
※ 본 글은 가디언지에 게재된 「What I learned when naked pictures of me were leaked online」을 번역한 글입니다. 3년 전, 저는 누드 사진이 인터넷에 유출되는 사건을 경험했습니다. 유출된 두 장의 사진은 당시 저와 장거리 연애 관계에 있던 남자친구에게 제가 직접 찍어 보낸 것이었죠. 한 장은 가슴과 배 부분만 찍은 사진이었고, 다른 한 장은 거울에 비친 상반신 셀카로, 웃고 있는 얼굴까지 모두 나온 사진이었습니다. 10대 때 우리는 … [Read more...] about 온라인 성범죄, 미투 운동의 사각지대일지도 모릅니다
“어서 와, 사회적 기업은 처음이지?”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를 만나다
TV 프로그램 〈비정상회담〉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으로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얼굴이 된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 몬디가 사회적 기업가로 변신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법인 등록을 마치고 올 2월부터 제품판매를 시작한 천연재료로 비누를 만들어 판매하는 ‘디엘레멘트’(대표 도혜진)가 그가 투자한 회사입니다. '디엘레멘트'는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가 기획하고, 김병철 피부과 의사가 연구해 직접 비누 조리법을 만들며, 환경보호재단에서 일한 도혜진씨가 운영을 맡는 등 알베르토 이사를 포함해 … [Read more...] about “어서 와, 사회적 기업은 처음이지?”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를 만나다
프레임의 늪에 빠지다: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프레임의 늪에 빠지다 2006년 4월 한 권의 책이 출판된다. 정치권 및 여의도에서 썰을 풀고 글 좀 쓰는 사람 치고 이 책을 안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제목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삼인 출판사), 저자는 조지 레이코프였다. 그 뒤로 프레임(Frame)은 한국 정치의 유행어가 됐다. 특히 당시 열린우리당(이하 열우당)이었던 민주당 계열에서 유행어가 됐다. 그도 그럴 것이 2004년 총선 이후 당시 열우당은 ‘모든’ 선거에서 패배했다. 보궐선거를 포함 23전 … [Read more...] about 프레임의 늪에 빠지다: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