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ion
대기업 대리입니다. 5년 직장생활 중 최악의 상황을 맞았습니다. 대리 승진 전까지는 항상 S나 A를 받았는데 지난해 승진한 이후로는 계속 B나 C만 받고 있습니다. 특히 새로 부임하신 팀장님은 제가 못마땅하신지 툭하면 트집을 잡으십니다. 월요일 아침마다 회사 가기가 두렵습니다. 회사가 정말 싫습니다.
마침 경쟁사에 계신 대학 선배님으로부터 자기 회사로 오라는 제의를 받았는데 고민이 많이 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nswer
일을 잘하는 분인데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 같네요. 상심이 참 크시겠어요. 그동안 일을 잘해서 ‘에이스’ 소리를 들으셨던 분이라면 특히 상심이 더 크실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이직을 결정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십시오. 내가 이직을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 훨씬 더 좋은 조건의 오퍼를 받아서
- 회사에 정이 떨어져서
만약 1번이라면 이직을 고려하는 것이 맞지만 2번이라면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오퍼를 받지도 못했는데 단지 회사에 정이 떨어져서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다른 글에서 말씀드렸지만 정이 떨어졌을 때 이직을 결정하면 오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직은 연애와는 다르게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사실 연애에서도 ‘이별과 같은 중대한 결정은 감정보다는 이성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분의 의견입니다. 홧김에 “우리 헤어져”라고 말한 뒤 바로 후회한 적이 다들 한두 번쯤은 있지 않나요? 정이 떨어지면 감정이 앞섭니다. 그런 상태에서는 지금 회사의 장점은 안 보이고 ‘남의 떡’만 더 크게 보입니다. 또한 정작 철저하게 봐야 할 새로 옮길 회사의 단점은 놓치게 됩니다.
더 큰 이슈는 복수심에 찬 나머지 자신에게 손해가 될 것을 알면서도 오로지 회사를 ‘엿 먹이기 위해’ 퇴사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자해스러운 결정은 당장은 통쾌하고 후련할 수 있으나 돌이킬 수 없는 악수가 될 수 있습니다.
퇴사와 이직은 회사에 ‘정떨어졌을 때’가 아니라 오히려 ‘잘 나갈 때’ 해야 합니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은 업계에서도 소문이 나고 좋은 오퍼가 들어오게 마련입니다. 이때가 바로 본인의 커리어를 부스트업 할 수 있는 적기입니다. 만약 지금 회사에 정이 떨어졌는데 더 좋은 오퍼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면 힘들지만 견디십시오. 불량배를 피해간 명장 한신을 생각하며 회사에 다시 정을 붙이십시오.
물론 현재의 회사가 ‘다닐만하다’라는 전제 조건이 붙어 있는 경우에 한합니다. 즉 ‘회사는 다닐만한데 이런저런 이유로 내가 회사에 정이 떨어졌을 때’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만약 현재 회사가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에도 ‘싹수가 노랗다’면 얘기가 다릅니다.
제가 20년 동안 회사생활을 하면 느낀 점은, 회사생활은 파도와 같아서 항상 ‘위아래(Ups and Downs)’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낮은 파도를 서핑 하고 있지만 참고 기다리면 파고는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더 높은 파도로 갈아탈 기회도 생깁니다. 또한 기억하십시오. 높은 파도일수록 리스크는 높습니다. 현재의 파도를 정복하지 못한 채 더 높은 파도로 갈아탔다가 잘못하면 전복될 수 있습니다.
Key Takeaways
- 만약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오퍼를 받지도 못했는데 단지 회사에 정이 떨어져서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은 때가 아니다.
- 이직은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판단해야 한다. 정이 떨어졌을 때는 오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 회사에서 잘 나갈 때는 업계에도 소문이 나고 좋은 오퍼가 들어오기 때문에 오히려 이직의 적기이다.
원문: 찰리브라운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