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conomist의 「Carriage and horse: Births out of wedlock are becoming the norm. How should governments respond?」를 번역한 글입니다.
영국은 거의 다다랐습니다. 미국도 멀지 않았지요. 프랑스는 이미 2007년에 마일스톤을 찍었습니다. 연인들이 결혼을 늦추고 또 아예 안 해버리면서 결혼 제도 밖에서 태어난 아이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걸 말하는 겁니다.
OECD 34개 회원국 사이에서도 혼외 출산의 비중은 천지 차이인데, 일본에서는 2% 정도지만 칠레에서는 70%에 다다릅니다. 전체 평균은 39% 정도로, 1970년 대비 다섯 배가 증가했습니다.
정책 입안자에게는 나쁜 뉴스입니다. 결혼하지 않은 부모는 갈라설 가능성이 더 큽니다. 아이들 건강도 나쁘고 학교에서 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죠. 결혼이 원인인지 결과인지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결혼하지 않은 부모가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하고 10대일 가능성이 큰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결혼을 장려하는 정책은 모두 실패했습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이자벨 소힐에 따르면 세금 등 보상 정책 구조를 바꾸거나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가르치는 정책은 혼인율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여성들이 원치 않은 임신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학교를 마치고 안정적인 연애를 시작할 때까지 임신을 미루도록 홍보하는 것이 더 도움되었습니다.
정부는 이제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연인이 헤어지거나 사망했을 때 어떻게 법적인 결정을 내릴지 심각하게 고민해 볼 때가 되었습니다. 몇 년 이상 같이 산 커플은 결혼한 커플과 마찬가지로 대우하는 방법이 있고, 전혀 남남으로 간주할 수도 있으며, 중간에 결혼한 것과 비슷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선택지를 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 캐나다 일부는 커플이 이삼 년 이상 동거하면 결혼한 것과 마찬가지로 혜택을 부여합니다. 기본적으로 결혼 상태로 간주하고, 원하지 않으면 계약서에 서명하고 법적 대우를 바꿀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죠. 그러나 이런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덕분에 헤어지는 과정에서 상황이 복잡해지는 경우도 많죠. 2013년에는 14년 동안 같이 살면서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갖고 휴가를 같이 보내던 커플이 결혼 상태가 아니었다는 판결이 나기도 했습니다. 여성 측은 결혼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주장했지만, 남성은 한쪽에서 월세를 꼬박꼬박 내는 관계로 결혼이 아니었다고 주장했죠.
아이의 2/3가 결혼 제도 밖에서 태어나는 브라질에서는 “공개적이고, 영구적이며, 가족을 이룰 의지가 있는” 연인은 “안정적인 결합(Stable Union)”이라는 형태로 인정됩니다. 동거라던가, 법이 적용되기까지 몇 년을 살아야 한다는 제한이 없죠. 외부에서 바라볼 때는 겁나는 제도입니다.
결혼하지 않은 커플이 법적으로 인정을 받고 싶으면 공증을 받아놓으면 됩니다. 그러나 반대로 결혼이 아니라 단순한 데이트 수준이었는데 위자료 소송에 휘말리고 싶지 않으면 딱히 방법이 없습니다. 부자들의 경우 “연애 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람도 있으나 법적 효력은 분명치 않습니다. 그러나 사실 브라질에 이런 소송이 많지는 않습니다. 위험을 알고 있기에 “안정적인 결합”으로 간주할 행동을 아예 하지 않는 거죠.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는 것은 공개적인 관계를 선언하는 것이고, 공동 계좌를 만드는 것은 가족을 이룰 의지가 있다고 간주합니다. 모두 조심하는 분위기에서 가장 흔한 소송은 한쪽이 사망한 후에 자식들이 현재의 연인이 결혼 상태가 아니며 상속금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소송을 거는 경우입니다. 법적인 결혼만을 부부로 간주하는 것은 이에 비해 훨씬 명료하고 쉽습니다.
그러나 미국, 영국, 이탈리아, 동유럽처럼 법적인 결혼만을 보호하는 데도 문제는 있습니다. 법적인 보호를 원하는 사람이 결혼했을 거라는 전제는 사실이 아닙니다. 오랜 기간 동거한 사람들은 당연히 배우자의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부자인 남성이 결혼 제도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 헤어지고 결혼할 의지가 있는 사람을 찾아가면 다행이지만, 아이가 태어난 후에야 곤란한 상황을 깨닫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일반적으로 결혼했다 이혼하면 아이를 키우는 쪽이 양육비와 집을 보장받지만 결혼 신고를 하지 않았으면 빈곤에 시달리는 노숙자로까지 몰릴 수도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결혼신고를 하지 않으면 동거인은 같이 살던 집을 혈연에 빼앗기고 길거리로 쫓겨날 수도 있습니다.
혹여 그런 일이 없었더라도 상속세를 내기 위해 같이 살던 집을 팔아야 하죠. 결혼했었더라면 같이 살던 집은 상속세에서 면제됩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지만 영국 정부는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는, 세 번째 경우로 결혼 외에 공식적인 관계가 되는 몇 가지 옵션이 제공합니다. 네덜란드에서는 공증인을 통해 동거예약서를 맺을 수 있습니다. 동거하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할 정도로 인기가 많죠. 프랑스에서는민간 연대 협약(pacte civil de solidarité, PACS)이라고 해서 결혼의 법적인 보호는 받으나 헤어지기 좀 더 쉬운 제도가 있습니다.
한쪽에서 취소하는 서류를 제출하거나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면 상대방의 동의 없이도 헤어지는 게 가능하죠. 프랑스 커플 중의 2/3정도는 이 제도를 활용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옵션에도 프랑스와 네덜란드 동거연인 중에 어떤 제도에도 등록하지 않은 커플이 20%입니다. 결혼제도 하나밖에 없는 영국과 같은 수준이죠.
정부 입장에서는 결국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장기간 동거를 결혼으로 인정하면 위험에 처한 감정을 보호할 수 있지만 법 집행에 명확하지 않은 선이 생깁니다. 그렇다고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가족의 정의가 변화하는 세태에서 시대에 뒤처지고 말 겁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