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중년 여성이 찾아와서 하소연을 하신다. 빠글빠글 파마머리에 거친 손을 가지신 그 분은 일생동안 많은 고생을 하셨다고 하신다. 제 남편이 장애인이라 제가 어쩔 수 없이 한 일인데, 나라에서 보호를 해 주지는 못할망정 처벌을 받으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요? 함께 가져온 서류를 읽어보니 ‘피고인 안민우는 공판기일에 출석하라’는 통지였다. 이 여성분의 남편이 무고죄로 기소된 것이었다. 사건기록은 생각보다 꽤 두꺼웠다. 단순한 무고죄 사건이 아니었다. 사문서위조죄, … [Read more...] about 장애남편 위해 1인2역 한 아내의 후회
“평생 스마트폰이 미울 것 같습니다.”
지적장애 1급 딸 김민영 씨가 집을 나간 지 두 달이나 되었다는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심각한 상황인 것 같은데 약간 체념한 듯한 심드렁한 목소리였다. 갈만한 곳을 떠올려보라고 했더니 “아마 서울역 쪽에 있을 거예요.”하는 것이다. 부모와 사는 20대 초반의 여성장애인이 왜 서울역에 가 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특수학교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통제가 안 돼요. 성인이 돼서 부모도 법적으로 아무 제지를 못 한다고 하더라고요.” 아버지는 자꾸 법을 탓하셨다. 그러고 나서 충격적인 … [Read more...] about “평생 스마트폰이 미울 것 같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장애를 구분짓는다는 것’
출장이다. 다둥이 엄마 민영 씨를 만나야 하는데 좀처럼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해서 직접 만나러 가는 길이다. 민영 씨에게는 세 아이가 있다. 일찍 결혼해서 첫째와 둘째를 빨리 낳았다. 그 둘은 중학생이 되었다. 갑자기 셋째가 생겼다고 한다. 빠듯한 형편인 데다가 주말부부라 독박육아까지 너무 힘든 상황이어서 낳을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생명이었다. 초반에 위험하다는 의사 말에 생명을 지키려 꼬박 3주를 거의 누워있다시피 했다고 한다. 아직 손이 많이 가는 아이도 둘이나 있는데 그렇게 힘들 … [Read more...] about 아이들 앞에서 ‘장애를 구분짓는다는 것’
한쪽 눈으로는 정말 반쪽 세상만 보일까?
건장한 40대 남성인 그분은 처음 만난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변호사님, 제가 운동을 엄청 좋아해요. 그런데 공차다가 너무 세게 잘못 맞아서 한쪽 눈이 안 보이게 된 거죠. 한쪽 눈 실명하고 초기에 대처를 잘해서 다행히 나머지 눈이 잘 적응해 주었어요. 그래서 지금 보는 거는 아무 이상이 없거든요? 그런데 제가 택배기사인데 운전면허 갱신하러 갔다가 날벼락을 맞았어요! 눈이 하나가 없어서 무조건 택배배달을 할 수가 없대요! 제가 15년 무사고에요. 그런 것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냥 … [Read more...] about 한쪽 눈으로는 정말 반쪽 세상만 보일까?
두 딸을 만나고 싶습니다
갑작스러운 방문에 별로 당황하지 않는 성격인 나도, 느닷없이 사무실 문을 열고 ‘뛰어’ 들어오는 사람을 만나면 깜짝 놀라게 된다. 점심을 먹고 오후 일을 시작하려는 찰나,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더니 어떤 40대 여성분이 후다닥 들어오셨다. “변호사님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좀 도와주세요! 제가요 너무 억울해서요 살 수가 없어요! 제가 정말 억울하거든요?” 일단 진정을 시켜드리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진정을 못 하시고 계속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신다. 그제서야 이 분이 현재 … [Read more...] about 두 딸을 만나고 싶습니다
‘장애인 비하’ 형사처벌이 어려운 이유
상담을 하다보면 상대방의 목소리 톤을 주의 깊게 듣게 된다. 특히 무력하면서도 격앙되어 있는 톤은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대리운전 4년만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인간은 처음 봅니다. 술도 별로 취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맨 정신으로 사람을 그렇게 대하나요?” 직장을 퇴직하신 후 초저녁에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꾸려가시던 기사님은 그 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재현시키셨다. “초저녁에는 손님들이 그렇게 많이 취해 있지는 않아요. 그날도 저녁 8시 좀 넘은 때였는데, 한 남자손님이 대리를 … [Read more...] about ‘장애인 비하’ 형사처벌이 어려운 이유
세상을 바꾸는 ‘오지랖’
머리가 희끗희끗한 두 분이 상담을 하러 오셨다. 그중 한 분은 오른쪽 발에 의족을 착용하고 계셨고, 조금 의기소침 해 보였다. 그 옆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비슷한 연배의 다른 분이 함께 오셨더랬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법률지원을 요청해 온 사건이었는데, 의족을 착용하신 지체장애인분이 사건의 당사자였다. 머뭇머뭇하시면서 며칠 전 있었던 일을 말씀해주셨다. 제가 제법 좋은 직장을 다니다가 한 십 년쯤 전에 직장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퇴근하는 길에 택시랑 부딪혔어요. 그 사고로 제 오른쪽 … [Read more...] about 세상을 바꾸는 ‘오지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