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상이 시끄럽다. 이럴 때면 조용한 방에서 책 한 권 붙들고 세상의 시름을 잠시 잊고 싶지만 요즘은 ‘책 세상’이라고 해서 별다르지 않다. 한창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반일 종족주의』 탓이다. ‘베스트셀러’가 되어 낙양의 지가를 올리는 그 책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전문가가 논평을 내놓은 바 있지만, 이영훈이 직접 조정래의 『아리랑』의 몇몇 장면이 ‘조작’되었다고 저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예기치 못한 곳으로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이영훈은 『반일 … [Read more...] about 『반일 종족주의』와 『천년의 질문』: 우리는 언제까지 역사를 잊고 살 것인가
사회
나의 죄와 조국의 죄
1. 존경하는 건설일용직 노동자 지인이 있다. 인생 굴곡이 평탄하지 않은 분이다. 서울대 정치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지만, 50줄에 접어든 나이에 건설판 잡부로 살아간다. 한때 인생의 밑바닥에서 깊은 절망에 빠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주변에 밝은 에너지를 전파하는 페북 스타로 변신했다. 일용직 노동자로서 이분의 지론은 ‘살 만한 개천’이다. 비정규직도, 건설 일용직도 열패감을 느끼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 한국 중산층의 이기적 행태에 대한 문제의식도 분명하다. 상위 1%를 비판하며 … [Read more...] about 나의 죄와 조국의 죄
고무신과 의전
박완서의 『그 남자네 집』에는 해방 후 보수적인 가정에 며느리로 들어간, 그 시절 나름 대학도 다닌 고학력 주인공이 시어머니로부터 며느리 노릇을 배우는 장면이 나온다. 시어머니는 집에 놀러 온 이모님과 고모님들의 고무신을 보얗게 닦아놓으면 얼마나 좋아하시겠냐고 몰래 귀띔을 한다. 주인공은 지푸라기 수세미로 고무신을 닦아 어른들로부터 입이 마른 칭찬을 받지만 며느리 생색을 내준 시어머니가 조금도 고맙지 않다. 그러나 얼마 후 남편의 생일로 식구들이 모였을 때는 시키지도 않았지만 자석에 이끌린 … [Read more...] about 고무신과 의전
“안다르 에어터치 1&1”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장악. 마케팅일까 어뷰징일까
최근 가장 큰 이슈는 조국 전 민정수석이다. 매번 “조국사퇴하세요”와 “조국힘내세요”가 실검 전쟁을 벌이는 와중, 그들을 꺾는 키워드들이 있다. 바로 퀴즈 이벤트를 통한 광고다. 이들은 때로는 실검 10위 중 5개 이상을 차지할 정도의 파워를 보인다. 이 급상승 검색어 현상은 토스, OK캐쉬백, 캐시슬라이드 초성 퀴즈 등 많은 회원을 보유한 모바일 앱 서비스에서 진행하는 광고 상품으로 인한 것이다. 이런 광고 키워드는 태풍이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 등 각종 대형 이슈를 꺾고 … [Read more...] about “안다르 에어터치 1&1”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장악. 마케팅일까 어뷰징일까
낙태 찬성론자들이 ‘생명’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 The Guardian의 「A new survey shows what really interests 'pro-lifers': controlling women」을 번역한 글입니다. 낙태 찬반 논쟁에서 반대론자(pro-life)를 자처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임신 중절을 불법화해야 한다는 쪽과 지금처럼 법의 테두리 안에 두자고 주장하는 쪽 간의 결정적인 차이는 ‘어디서부터를 생명으로 볼 것인가’라고 합니다.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수정되는 순간부터죠. ‘프로-라이프’라는 명명과 … [Read more...] about 낙태 찬성론자들이 ‘생명’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15년,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뮤지컬 ‘빨래’
'파루레'를 아시나요 극장 찾아가기 어려운 편이었다. 평상시에 자주 다니던 혜화역이 아니었다. 이렇게 으슥한 데 있다고…? 카카오맵을 믿기 어려워지는 순간, 예상외로 아주 큰 극장이 등장했다. 〈빨래〉가 공연 중인 동양예술극장이다. 아무리 금요일 저녁이었다지만 사람도 많았다. 데이트하는 커플이 특히 많았다. 관객석은 중극장에 가까울 정도의 크기였는데, 거의 빈 자리 없이 꽉 채웠다. 내 주변에 있던 커플 중 한 명은 "나 대학로에서 공연 보는 제 처음이야!"라고 들뜬 목소리를 냈다. … [Read more...] about 15년,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뮤지컬 ‘빨래’
[한국의 원격의료] ② 그들은 왜 원격의료를 추진했나
※ 「① 원격의료란 무엇인가」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그들은 왜 원격의료를 추진했나 원격의료(telemedicine)의 정의와 그 유형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하셨으리라 생각한다. 복기를 위해 아주 간단히 요점만을 옮기자면 원격의료, 특히나 그중에서 의료인-환자 간의 원격진료는 의료 취약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을 위한 보완적 방법으로서 도입이 논의되었던 것이다. 필요성은 충분히 있지만 대면진료에 비해서 유효성이 충분하다는 입증은 거의 없는 수준이고, 해외에서도 의료접근성이 … [Read more...] about [한국의 원격의료] ② 그들은 왜 원격의료를 추진했나
[한국의 원격의료] ① 원격의료란 무엇인가
최근 몇 년 사이 보건의료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아마도 ‘원격의료(Telemedicine)’였을 것 같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몇 번 논의는 되었던 사안이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유독 논란이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우선은 정책의 수혜자라 할 수 있는 시민들이 그 정책에 관한 정보를 거의 얻지 못했고, 그런 구체적 정보가 부재한 상황에서 논쟁이 격화되다 보니 불필요하게 정치쟁점화/이념화된 형태로만 논의되었다는 점 역시도 아쉬움이 컸다. … [Read more...] about [한국의 원격의료] ① 원격의료란 무엇인가
또 하나의 기후변화 경고: 너무 잦아지고 거세진 들불
※ 더컨버세이션의 「Huge wildfires in the Arctic and far North send a planetary warning」을 번역한 글입니다. 글쓴이 낸시 프레스코는 알래스카대학교 페어뱅크스의 연구교수로 알래스카 북극권 기후변화 시나리오 네트워크(SNAP, Scenarios Network for Alaska and Arctic Planning)의 코디네이터입니다. 북극에 가까운 고위도 지방이 불탑니다. 올여름 알래스카에서만 벌써 600건 넘는 들불이 나 1만 … [Read more...] about 또 하나의 기후변화 경고: 너무 잦아지고 거세진 들불
명절 기차표를 구하지 못한 그 노인은 어디로 돌아갔을까
「노인들이 기차에 서서 가는 까닭」이라는 기사를 읽고 아차 싶은 마음이 가슴 한 구석을 찔렀다. 서울에 살 적에, 명절만 되면 나는 기차표를 구하기 위해 부지런히 예매 사이트에서 '새로고침'을 누르기 바빴다. 혼자 가면 되는 일이었고 그런 식으로 하다 보면 언젠가 표는 생기기 마련이어서, 한번도 고향에 서서 간다든지 가지 못했던 적은 없었다. 나는 명절 '기차표' 구하는 일에 일종의 자부심마저 갖고 있었다. 명절이 되기 한달전쯤, 인터넷에서는 일제히 '명절 예매 기간'이 열린다. 이 기간을 … [Read more...] about 명절 기차표를 구하지 못한 그 노인은 어디로 돌아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