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시대가 끝난 오늘날 한국인은 무엇으로 살까요? 먼저 직장의 시대가 끝났다는 말에 대해서 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물론 직장은 지금도 중요합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국에서 직장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의 첫 번째 의미는 지금이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하는 시대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인구 구조상 한국인이 곧 베이비 붐 세대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해도 한국인의 상당수가 이 베이비 붐 세대에 속한다고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이들의 … [Read more...] about 직장의 종말, 그리고 한국인의 집
사회
공감 능력 부족한 신문, 독자가 공감할까
아담 스미스의 경제 이론은 '사람은 자신과 관련이 적은 사안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는 《도덕감정론》에서 중국의 재난에 유럽인의 관심이 적은 이유를 설명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사는 청 제국이 통째로 지진에 삼켜졌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그쪽 세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어느 유럽 사람에게 이 끔찍한 재난 소식이 무슨 영향을 끼칠지 생각해보자. […] 그는 그럴 듯한 철학적 의례를 거치고 인도적인 감상을 적당히 표현한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제 일상으로 … [Read more...] about 공감 능력 부족한 신문, 독자가 공감할까
베이비붐 세대와 더불어 사라질 추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 A Wealth of Common Sense의 「Trends That May End With The Baby Boomers」를 번역한 글입니다. 전통적인 은행 이미 기존 은행의 고객이 감소했다. 현재 예금 이자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핀테크 회사가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해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전통적인 은행의 자리를 차지하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세대는 새롭고 더 효율적인 은행 업무수행 방식을 선호하겠지만, 기존 대형 은행이 … [Read more...] about 베이비붐 세대와 더불어 사라질 추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순결한’ 소녀상 뒤로 사라지는 사람들
‘여자 소개꾼’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된 배봉기 할머니는 소녀상이 대표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될 수 없다. 강제로 끌려간 순결한 소녀가 아니었던 배봉기 할머니의 피해 사례는 예외 사례 또는 주변 서사로 취급받기 일쑤다. 배봉기 할머니가 설령 자발적으로 몸을 팔았던 이력이 있다 하더라도 일본군 위안부로서의 피해는 함부로 부정돼서는 안 되는데 말이다. 배봉기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된 기간 내내 신변이 구속됐을 뿐 아니라 성 노동에 대한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해방 후에는 … [Read more...] about ‘순결한’ 소녀상 뒤로 사라지는 사람들
매진된 버스, 할머니는 집에 갈 수 있을까
버스 시간이 아직 한참 남았는데 뭔 놈 매진이야. 서서라도 갈 테니까 표 좀 줘. 지난 17일 경기광주버스터미널 매표소에서 한 할머니가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창구 직원들은 모두 난감한 기색이었다. 주변 사람들도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할머니를 도울 사람은 없었다. 그 와중에도 젊은이들은 무인발매기에 카드를 긁고 앱으로 예매한 버스표를 쉽게 손에 쥐었다. 할머니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무형의 불평등은 삶의 기회와 자유를 획득하기 위한 기회의 제공 여부로 평가된다. … [Read more...] about 매진된 버스, 할머니는 집에 갈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에게 보내는 선언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 전문 영상을 봤다. 사람들은 훗날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부터 커다란 역사적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의 발언은 마치 한국민을 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 중국, 러시아에게 보내는 선언문과 같다. 버릴 말이 하나도 없다. 작금의 아시아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처음부터 중국과 담쌓는 용도는 아니었다. 초기에 미국과 중국은 구상을 함께하기도 했으나, 어느 시점부터 중국이 동참 않기로 … [Read more...] about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에게 보내는 선언문이다
결코 짧지 않을 일본과의 기 싸움, 한국은 이제 안 가본 길을 항해해야 한다
5일 대부분의 언론사가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남북한 평화경제 실현하면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발언이 공개되자 비판이 빗발쳤다. 야당 지지자뿐 아니라 여당 지지자들도 한목소리를 냈다. 일본과의 관계가 갈수록 긴장을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뜬금없이 비현실적인 북한 경협 얘기가 왜 나오냐는 지적이었다. 대통령이 우선순위를 크게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발언 전문을 살펴보면 위에 적시한 문장을 문 대통령이 발화한 것은 맞다. 그러나 이 문장은 지엽적인 … [Read more...] about 결코 짧지 않을 일본과의 기 싸움, 한국은 이제 안 가본 길을 항해해야 한다
‘가짜 하객’마저 짠한 청년들 결혼 풍속도
토요일인 18일 오전, 부산에 있는 ‘모르는 사람’ 이아무개(38) 씨 결혼식에 갔다. 처음 보는 ‘직장 동료’ 넷과 함께였다. 만남 장소인 부산진역 건너편 결혼식장 아래 편의점에서 어색하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한 사람을 빼고는 모두 ‘모르는 사람’ 결혼식에 참석한 경험이 없었다. 경험자에게 말을 건넸다. “어색해서 어쩌죠?” “편하게 해요. 친한 척 좀 하고. 어차피 결혼식 정신없잖아요. 우리 신경도 못 쓸 거예요.” 우리는 8층에 있는 결혼식장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 [Read more...] about ‘가짜 하객’마저 짠한 청년들 결혼 풍속도
이뤄지지 못한 4인 가족의 ‘유토피아’는 어디로 갔는가
아쉬움 2.5에 읽을 가치 7.5라는 평을 하고 싶다. 책이란 본디 TMI라는 전제하에, 이 책은 괜찮은 TMI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저자 양승훈의 시선이다. 저자는 현재 경남대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연구자이자 질 높은 칼럼니스트인데, 대우조선해양의 경영관리 파트에서 5년간 근무했던 경험을 영민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녹여냈다. 저자는 대우조선이 본격적인 첫 직장이었고, 이전에는 제조업 현장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 그는 조선소 생산직 노동자들의 모습을 신기해하며 묘사하는데 (조선업은 … [Read more...] about 이뤄지지 못한 4인 가족의 ‘유토피아’는 어디로 갔는가
미국 역사에서 잊힌 이름, 복지권을 외치던 흑인 여성들
※ NPR의 「The Mothers Who Fought To Radically Reimagine Welfare」를 번역한 글입니다. 1996년 《뉴 리퍼블릭(New Republic)》지는 복지 정책에 대한 당시 토론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낸 커버스토리를 실었습니다. 신원불명의 흑인 여성 사진이 “심판의 날(Day of Reckoning)”이라는 제목을 달고 표지에 실렸죠. 한 손에는 담배를, 다른 한 손으로는 젖병을 든 아기를 안은 모습이었습니다. 당시에 논의 중이었던 … [Read more...] about 미국 역사에서 잊힌 이름, 복지권을 외치던 흑인 여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