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페이스북 보면 승혜 님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정말 다들 그렇게 생각할걸요?” 스스로를 그렇게 바라본 적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들으면서 조금 놀랐는데, 생각해보면 정말 다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이만하면 살만하다고 생각한다. 아픈 데 없고, 사지 멀쩡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제도권에 안정적으로 편입했고,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아이도 둘이나 있고, 그것도 아들딸 골고루 있어서 아들만 있으면 '딸을 낳아야지' 딸만 … [Read more...] about 〈82년생 김지영〉: 이만하면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저는 왜 엉망일까요
사회
사람들이 정의를 냉소하게 된 순간, 광장을 향한 열망이 터져나갔다
우리 사회에 정의로운 주체를 향한 열망이 상당하다는 걸 느낀다. 사람들은 스스로도 정의로운 주체로서 행동하길 원하고, 또한 정의로운 사람을 갈망하고 사랑한다. 단순히 정의로움을 콘텐츠나 담론 안에서 소비하는 정도를 아득히 넘어서, 현실 자체에 정의가 실현되길 바라며 실제로 광장으로 뛰쳐나간다. 이런 열망으로 움직이는 사회란 정말이지 흔치 않다. 사실 정의 자체는 어딘지 이전 세대의 것이라는 느낌이 있다. 흔히 말하는 포스트모던 사회, 근대 이후의 사회에서는 '정의' 같은 대의나 관념은 더 … [Read more...] about 사람들이 정의를 냉소하게 된 순간, 광장을 향한 열망이 터져나갔다
누군가의 죽음도 그저 돈벌이인 미디어의 행태
마녀들은 악마와 성교를 하면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데 빗자루를 매개체로 활용한다. 중세 중기부터 근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마녀나 마법 행위에 대한 추궁과 고문, 재판과 처형 등 형벌에 이르는 일련의 행위를 두고 '마녀사냥'이라고 한다. “물은 그 자체로 깨끗한 속성을 지녀 (호수나 연못 등) 물에 마녀를 빠뜨리면 물 밖으로 내쳐진다”는데, 실제 깊은 물 속에 빠뜨리고 익사하면 혐의를 벗고, 물 밖으로 나오면 마녀로 간주해 화형에 처했다고 한다. 이런 식이면 그게 누구든 죽음을 피할 순 … [Read more...] about 누군가의 죽음도 그저 돈벌이인 미디어의 행태
감히 빌린 돈으로 여행을 떠난 대학생을 위하여
※ 고병권 선생님의 책 『묵묵』(돌베개, 2018)의 「감히 해외여행을 떠난 기초생활수급권자를 위하여」에서 따온 제목임을 미리 밝힙니다. 글에 나온 통계 및 사실관계는 「대학생의 생활비 대출과 대학 졸업 및 취업성과 간 관계 분석」(교육재정경제연구, 2018)를 참고했습니다. 그마저 사치라고 하면 얼마 전 커뮤니티에서 본 기사 하나가 있다. 제목은 「가난한 대학생 도우려 만든 생활비 대출받아… 여행 가는 휴학생들」이었다. 1년 전 기사인데 요즘 왜 또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는지 몰라도, … [Read more...] about 감히 빌린 돈으로 여행을 떠난 대학생을 위하여
공수처 논란에 대하여: 몇 가지 질문에 답하다
조국 장관이 사퇴하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논쟁으로 불길이 번진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는 이제 공수처 설치라는 구체적 목표를 설정해 국회를 압박한다.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자유한국당은 검찰개혁은 동의하지만 공수처 설치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다. 야당의 반대에 동조하는 전문가들 중엔, 공수처를 중국의 공안식 사정기구로 폄하하면서, 설치되는 경우 독재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문재인 정부가 공수처를 설치하겠다고 한 것이 2년이 넘었지만, 아쉽게도 … [Read more...] about 공수처 논란에 대하여: 몇 가지 질문에 답하다
인구 고령화와 성장의 경제학: 일본의 시행착오에서 배우기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는 망할까』(세종서적)는 요시가와 히로시의 책이다. 요시가와 히로시는 일본을 대표하는 거시경제학자중 한 명인데, 그가 썼던 『케인즈 VS. 슘페터』(새로운제안)을 아주 재밌게 봤었다. 책의 목차는 아래와 같다. 제1장. 경제학은 인구를 어떻게 다루었는가? 인류 역사에서 ‘인구 규모’의 개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인구’에 관한 경제학자들의 견해를 소개한다. 맬더스, 케인즈, 빅셀, 뮈르달의 견해를 소개한다. 제2장. 인구 감소와 일본경제 ‘인구 고령화’가 … [Read more...] about 인구 고령화와 성장의 경제학: 일본의 시행착오에서 배우기
광화문과 서초동이 들썩일 때, 한켠에서는 ‘자취생 총궐기’가 열렸다
광화문 집회와 서초동 집회에 대한 통신 데이터와 지하철 사용 내역을 통한 통계가 나온 기사를 보았다. 광화문 집회의 경우 60대 이상이 75% 정도였고 50대가 15% 정도이니 합쳐서 90% 정도가 된다. 서초동 집회는 40대가 30% 정도고 50대는 27%, 60대는 20%라고 하니 합쳐서 80% 정도가 된다. 30대 이하 세대, 특히 10대와 20대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 대통령의 탄핵 집회 때와 비교하면 사뭇 다른 모습이다. 탄핵 집회 때는 서울 시내 수많은 … [Read more...] about 광화문과 서초동이 들썩일 때, 한켠에서는 ‘자취생 총궐기’가 열렸다
기후변화, 민주주의 체제보다 독재 체제가 더 잘 대응할까?
※ The Economist의 「Are dictatorships better than democracies at fighting climate change?」를 번역한 글입니다. 아시아는 현재 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지역입니다. 1위 배출 국가인 중국과 3위인 인도를 비롯해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죠. 또한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티베트의 빙하가 녹고, 강우가 불규칙해진 데다, 태풍은 거세지고, 자카르타, 마닐라, 상하이 같은 거대 도시들이 … [Read more...] about 기후변화, 민주주의 체제보다 독재 체제가 더 잘 대응할까?
왜 사람들은 이해하고 바꾸려 하지 않는 걸까요?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조국 장관이 임명될 무렵 그에게 붙은 딱지 하나가 '사법고시도 못(?) 붙은 자'라는 것인데, 사실 이 속내는 '변호사 자격증도 없는 사람은 법조계에 발붙여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오래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판사'까지 한 인물인데, 또래들에게 무시당했던 것은 바로 고졸 출신이었다는 것이지요. '대학도 못(?) 들어간 자가…!' 라는 생각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조국 장관 자녀 문제에 대한 반응은 철저히 서열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건 기성세대의 해석도 틀리고, … [Read more...] about 왜 사람들은 이해하고 바꾸려 하지 않는 걸까요?
광장의 정치, 언론이 붕괴하고 정치가 개판일 때 나타나는 것이다
서초동의 집회와 광화문의 집회 개인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광장'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향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벌어진 일련의 집회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기대'보다는 '우려'에 가깝다. 한때 광장의 정치는 진보, 혹은 좌파, 혹은 '빨갱이'의 전유물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나 이명박 대통령 규탄 집회 등에서 광장을 메웠던 건 진보 성향의 리버럴리즘이었고, 보수는 이에 대해 '질서 문란 행위'라고 규탄하는 것이 일반이었다. 광장의 정치는 때로는 무위로 … [Read more...] about 광장의 정치, 언론이 붕괴하고 정치가 개판일 때 나타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