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수혈할 피가 부족하다
가끔 있던 상황이지만 올 들어 심하다. 전반적으로 혈액 보유량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 다른 병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국 혈액의 적정 보유량은 5일 분량이지만, 상반기 적정량이 유지된 날은 20% 정도에 불과했다. 여분이 이틀 아래로 떨어진 날도 많았다. 전국적으로 혈액 보충이 이틀만 끊기면 아무도 수혈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수혈 가능과 불가능은 현격한 차이다. 특히 당사자에게는 직관적인 위협이다. 보유량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치료가 진행되지만, 혈액이 동나는 순간 환자는 죽음의 불안과 공포로 향한다. 하지만 혈액은 근래 수시로 바닥을 드러낸다. 얼마 전 병원에 A형 혈액이 없었다. 우리는 제발 수혈 가능성 있는 A형 환자가 오지 않기를 빌었다. 그때 가슴에 칼을 맞은 환자가 왔다. 그는 손으로 피가 흐르는 가슴을 움켜잡고 중환 구역에 누웠다.
치명상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깊은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검사를 진행할 동안 상태가 악화할 수 있었다. 그에게 가장 먼저 물은 질문은 어떻게 찔렸냐는 것이 아니라, 혈액형이었다. 그는 A형이라고 답했다. 수혈 가능성이 있어 처음부터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안 되는 환자였다. 상황을 설명하고 즉시 다른 병원에 가도록 권유했다. 방금 칼을 맞고 누운 그는 어이가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와 나 모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는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
이 과정만 해도 환자에게 위해가 된 셈이다. 그에게는 생존의 문제였다. 환자에게는 혈액의 유무가 삶과 죽음의 차이다. 혈액이 부족하면 갑자기 쏟아지는 위장관 출혈, 불시에 발생하는 사고로 인한 외상, 각종 혈액 질환, 큰 범위의 응급 수술 등의 환자에게 모두 대처가 불가능하다. 평소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 어려웠을 환자에게 상황을 설명하면, 본인에게 닥친 불운을 생각하며 모두 망연자실해 한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다.
혈액 보유량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헌혈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거나 관심이 줄어들었기 때문은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헌혈자 수는 세계적으로 상위권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다. 인구 중 노인 비율이 늘어날수록 각종 질환도 늘어난다. 의학의 발달로 공격적인 치료와 수술도 늘었다.
하지만 헌혈이 가능한 인구는 갈수록 줄어든다.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의 비율에 있어 단순 부족 사태가 온 것이다. 이는 앞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인구 구성 추이와 필요량에 있어, 건강한 사람이 더 많은 헌혈을 해야 의학적 요구량을 감당할 수 있는 때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헌혈에는 많은 대중적 의구심이 따라다닌다. 고등학교 때 헌혈은 신진대사를 돕는다며 독려했던 기억도 있다.
의사의 입장에서 솔직히, 인체 혈액의 10%를 빼내는 일에서 좋은 점을 꼽기는 어렵다. 헌혈은 남을 돕는 방법이지 건강에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혈액의 15%는 여분이기에 인체는 어떤 증상이나 후유증 없이 회복한다. 우리나라의 혈액 및 감염 관리 또한 세계적인 수준이라 헌혈 과정에서 감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다. 분명한 점은, 헌혈 그 자체로는 장기적으로 인간에게 어떠한 부정적인 영향도 보고된 바가 없다. 헌혈은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다.
많은 과학자가 인간의 피를 대체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모든 인간이 끊임없이 생산하는 혈액이라는 자원은, 비용 없이 생산되는 가장 안전한 수혈 제제기에, 계속 널리 이용될 것이다. 또한 인간은 불가해할 정도로 이타적이며,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득이 되지 않는 헌혈을 지금까지 해온 종이다. 당신도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끔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내가 오늘 한 일이 타인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을까 고민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활동은 무형의 것인지라 고민할 여지가 있지만, 헌혈은 너무 직관적이라 고민할 필요조차 없다. 당신이 헌혈한 자리에는 다른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물질이 남는다. 그것은 반드시 생명이 위태로워 수혈이 필요한 누군가에게만 쓰인다.
세상에서 타인을 돕는 방법은 무궁무진하지만, 그중 헌혈은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으면서도, 분명하게 물질이 남는 봉사다. 이 단순한 교환은 다른 어떠한 존재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과 인간이 나누는 분명한 인류애다. 인간을 돕고자 고민하는 사람에게 헌혈을 권한다. 이타적인 당신의 혈액만이 다른 인간을 살릴 것이다.
원문: 남궁인의 페이스북